“굴뚝 오른건 강해서가 아니라 얼마나 약한지 알아달라는 것”
“굴뚝 오른건 강해서가 아니라 얼마나 약한지 알아달라는 것”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4.12.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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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극한 고공농성', 이창근 정책기획실장

지난 13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평택 쌍용차 공장 굴뚝 위에 올랐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매서운 한파에도 70m에 이르는 공장 굴뚝에 올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높은 굴뚝 위에 부는 강한 바람 탓에 통화를 시도한 시민사회단체들과 기자들은 지금까지 뚝뚝 끊어지는 이들의 음성을 들어야 했다. 실제 굴뚝은 바람에 흔들려 이들 농성자들은 농성 닷새 째인 17일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 사진: 이창근 실장 제공


“공장 안 동료들이 문자로 보낸 힘내라는 말에 눈물도 났지만 이건 좌절의 눈물이 아니라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것이다. 우리는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을 조직해 함께 살기 위한 투쟁을 할 테니 밖에서 투쟁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힘을 잃지 않도록 많이 안아 달라.”

김 사무국장의 얘기다. 휴대폰은 금새 끊겼다. 굴뚝 위에선 장시간 휴대폰을 들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평택항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 탓이다. 17일 <위클리서울>은 이창근 실장과 재차 전화 연결을 시도해야 했다.

“5년 전 이곳에서 농성했던 세 노동자의 머리띠가 많이 낡고 헤졌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 남아있다. 많은 기간이 지났고 아픔과 고통도 많았다. 반드시 반석 위에 올리는 싸움을 벌여서 승리하고 내려 가겠다.”

앞서 지난달 대법원은 쌍용차의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어서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회사의 정리해고가 적법했다는 것이었다. 5년간 싸워온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허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2009년 2월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에 인수된 것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2646명의 구조조정안이 발표됐다. 한달 후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했다. 평택공장 점거에 들어가 77일 동안 농성을 벌였고 8월 회사 측과 정리해고된 기능직 근로자 중 상당수를 무급 휴직과 희망퇴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무급 휴직과 희망퇴직 전환에서 배제된 해직자 159명은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해고자 복직 투쟁과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제적 궁핍 등의 이유로 26명의 해고자와 해고자 가족들이 자살 등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해고자들을 상대로 한 사측의 47억 손해배상소송과 보험사의 110억 구상권 청구 소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시 해고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고, 이에 해고노동자들은 극한의 농성에 돌입했다.

대법 판결과 관련 이 실장은 “역대 최악의 정리해고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2012년 고압 송전탑에 올라 171일, 또 최근 울산과 씨앤앰 노동자들의 농성을 지켜보면서 고공 투쟁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이번 투쟁을 결단하기까지 많은 고심을 했다”며 “내년 신차 발표를 앞두고 있는 쌍용차가 하루 빨리 해고자들을 복직시켜 우리들도 빨리 내려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창근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사진 : 이창근 실장 제공(사진 왼쪽 이창근 실장)


-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겨울이다.
▲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가 넘지만 견딜만 하다. 견뎌야 하니까.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 했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다.

- 지금 이 시점에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대법 판결 때문인지.
▲ 대법 판결도 판결이지만 내년 1월 쌍용차에서 신차가 나온다. 그런데 해고자는 계속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사실 대법 판결 한 달이 지나 사측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무런 얘기가 없다. 사회적 비난 여론에도 법적으로 승자이고 가진 자인데 해고자 문제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사측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정리해고자 187명의 공장 복직이다. 숨진 노동자 25명 문제도 있다. 하지만 복직 방식을 정하거나 요구 사항을 가지고 날 세우진 않겠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해고자들의 어려운 상황이라도 들어 달라. 우리가 여기 올라온 것은 우리가 얼마나 강자인지 결단력이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약한지, 나약한 인간인지 봐달라는 것이다. 앞으로 굴뚝 농성 몇 일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화 교섭 1일차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 끝으로, 우리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쌍용차 문제 외에도 코오롱, 씨앤앰, 콜트콜택 등 수많은 곳에서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고용의 문제다. 한국사회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 고용의 문제 풀리지 않는 한 이런 사태가 계속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노동과 고용의 문제는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다
언론도 문제다. 아무래도 기자들이 먼저 알려야 국민들이 문제의 본질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사측에서 기자들을 막을테지만... 그래도 기자들이 당연히 들어와야 하는데 왜 들어오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언론에서 쌍용차 문제를 다시 다뤄줬으면 좋겠다. <이창근 실장과의 인터뷰는 차후 보강될 예정입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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