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향한 기륭전자 해고노동자들의 오체투지, 경찰 벽에 막혀




지난 22일부터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온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뒤 경찰 벽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들의 최종 목적測� 청와대였다. 오체투지 행진은 머리와 양팔, 다리 등 신체 다섯 부분만 이용해 절하는 행위다. 흰옷을 입은 채 길게는 열 걸음에서 적게는 세 걸음을 뗀 뒤 배와 가슴, 얼굴 등을 땅에 묻었다가 일어나는 것을 반복한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본사를 출발해 이날까지 5일간 온몸 행진을 벌여온 기륭전자분회가 원하는 것은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전면 폐기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고통을 청와대·정부·국회에 알리는 것 등이다. 주로 파견·계약직 근로자들인 이들은 2005년부터 정규직화를 놓고 농성을 벌여왔다.






오체투지 행진단은 절을 하는 10~15명과 북을 치거나 플래카드를 들고 이를 따라가는 인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총 7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오체투지 행진을 제지했다. 행진 주최 측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신고를 경찰이 받아주지도 않았다고 맞섰다.

행진 참가자들은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며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버텼다. 기륭전자분회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0여명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옆에서 오체투지행진을 시작했으나 10시 10분께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경찰이 막아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당초 계획은 오전 11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결국 나아가지 못했다.

주위 관계자들이 엎드려 있는 이들의 밑에 억지로 스폰지 깔개를 밀어 넣고 담요를 덮어줬지만 차가운 냉기를 막기는 역부족. 일부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이조차도 거부한 채 찬바닥에 몸을 맞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눈물을 흘리면서 “일어나라. 선생님 명령이다”며 억지로 조합원들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허사였다. 일부 조합원들은 엎드린 상태에서 오열했다.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은 “기어서 가겠다는 것도, 이조차도 못하게 할 수가 있느냐. 이렇게는 못 일어나겠다”고 토로했다.

2005년부터 최장기 비정규직 농성을 벌여온 기륭전자분회는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결코 자유롭거나 행복할 수 없다. 차별과 설움의 원흉인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이번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행진에는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뿐 아니라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 지난 23일 마무리된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최종진 수석부위원장 후보, 현상윤 새언론포럼 대표,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권영국 민변 변호사 등 각계각층에서 함께 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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