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노동계 강력 반발

정부가 2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노사정위원회에 공식 논의를 요청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대상 확대, 심지어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그간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왔던 각종 노동시장 개악 방안이 포함돼 있다.

양대노총은 이번 종합대책이 전체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위한 명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은 ‘장그래 죽이기법’을 폐기하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발표하고, 기간제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본인신청 시 사용기간을 2년 범위 내에서 연장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파견제한 합리화’를 통해 현행 파견업종과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꺼내들었다. 현행 파견법에서는 파견업종을 32개로 제한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모든 업종의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해고요건 완화를 통해, 저성과자 등에 대한 손쉬운 해고가 가능토록 했다.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용자의 평가를 기반으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또한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으로 직무, 배치전환 등을 가능토록 해, 노조탄압 사업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력퇴출프로그램’ 등을 통한 강제 퇴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시간 총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휴일근로(주16시간)를 연장근로(주12시간)에 포함하되 노사합의로 추가연장근로(8시간)를 허용토록 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해 기업의 초과근로수당 부담을 줄이겠다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직무·능력·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임금피크제 확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해고 요건 완화,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합리적 적용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기준 및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노사정위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 안으로 제시하고 노사정의 공식 논의를 요청했다. 정부가 제시한 안과 노사 안을 놓고 내년 3월까지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며, 합의가 이뤄질 경우 해당 대책안을 수정, 보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발표하고 “전체 노동시장의 구조개악과 하향평준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일은 더 많이, 임금은 낮게, 해고도 더 쉽게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슈페이퍼를 통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한 저성과자 해고 제도를 도입해, 사용자의 주관적인 평가로 해고를 가능케 하는 등 손쉬운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려 한다”며 “이는 통상해고의 사유에 업무 성과에 따른 징계와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무, 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역시 기업의 경영상태에 따른 임금의 하향조정 여지를 대폭 확대시켜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관련해서도 “기간제법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입법취지조차 무력화하는 주장이며, 기간 제한을 최대 4년으로 늘리자는 주장은 기업의 정규직 전환 부담을 줄여주고 더 오래 비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령노동자들에 대한 파견 전면 확대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고령노동자들의 저임금, 불안정노동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노총도 정부의 이번 대책이 사용자 입장만을 반영한 편향적인 안이라고 반발하며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총은 “정규직 고용과 임금을 유연화시키고,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해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하겠다는 정부의 조삼모사식 땜질 처방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노동계가 반대하는 권성동 의원 법안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며, 사용자 안과도 다를 바가 없다. 말 그대로 경영계에게는 ‘꽃놀이 패’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부가 사용자의 입장만을 대변한다면 어렵게 재개된 사회적 대화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50여 명의 비정규직 당사자들도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84개 대책 중에서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책은 단 한 개도 없다”며 “오늘 민주주의를 침몰시킨 박근혜 정권이 장그래(드라마 ‘미생’ 비정규직)마저 수장시키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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