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세게' 싸우고, 또 그렇게 화해하고…


다른 안주 시키려는 화자 일행, 만류한 익산떡 행동 이해된다. 참 좋다. 숭인동 길레스토랑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맛난 음식을 먹어볼까.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만, 이곳은 다른 레스토랑 등과는 차이가 있다. 길레스토랑인데도 매일매일 최고로 신선한 재료들만을 안주로 내놓는다. 그렇다보니 매일 받는 재료의 양이 한정돼 있다. 일찍 오지 않으면 구경조차 힘든 안주도 많다. 그 날 팔리지 않는 재료들은 대부분 쉼터로 가져간다. 문제는 종류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날 나온 신선한 것들만을 손님들 앞에 내놓으려는 익산떡 고집, 화자도 바깥양반도 또 익산떡 어머니도 꺽지 못하는 걸….

처음 맛보는 참두릅에 막걸리가 술∼술 넘어간다. 옆에 앉은 다른 손님들이 시기의 눈길을 보낸다. 그 눈길 받는 화자 일행 기분이 뿌듯해진다. 특권 의식이다. 우리만이 맛 볼 수 있다는….

"아이고∼허리 아파 죽겠당게."

뜬금 없는 익산떡의 하소연. 뭔가 있다. 익산떡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툭 내뱉는 말은 장황한 그 다음을 예약하는 것이다. 다음 말이 뭘까, 익산떡의 입에 주목한다. 아니나 다를까, 사설 이어진다.

"쩌번(지난번) 일요일날 죽을 뻔 했당게."

"……??"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익산떡 입만 바라보고 있으면 된다. 그런데 대충 짐작은 간다. 익산떡, 죽을 뻔 했당게라고 했다. 최소한 보통 일은 아니란 얘기다.

술∼술 넘어가는 막걸리 마냥, 익산떡 얘기 술∼술 풀린다. 풀릴수록 목소리 격양된다. 쌍시옷이 연발한다. 이곳 길레스토랑이 아니면 절대 들어볼 수 없는 용어들이 춤을 춘다. 들어보니 그럴만 하다.

죽을 뻔, 하게 만든 상대는 익산떡도 아는 사람이다. 화자도 보았다는 데 떠오르질 않는다. 이 얼굴, 저 얼굴이 교차한다.

익산떡 얘기대로 사건은 쩌번 일요일날 발생했다. 장소는 길레스토랑이다. 원래 길레스토랑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런데 열었다. 무슨 일이건 이런 식이다. 역사적인 큰 사건들도 의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 많다.

그런데 익산떡 죽을 뻔하게 만들었다는 그 남자가 길레스토랑에 왔다.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 바깥양반을 보더니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다. 자존심에 상당히 상처가 될 얘기도 내뱉었다. 바깥양반 화났다. 익산떡 `꼭지` 돌았다. 싸움은 그렇게 시작됐다.

익산떡 상당히 구체적으로 상황 묘사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대로 전달하긴 그렇다. 자칫 사건 번질 수도 있다. 게다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단 사건은 별 탈 없이 종료된 상태다. 양측이 화해했다. 그리고 그 남자 역시 이곳 숭인동에 산다. 99%에 속하는 서민이다. 취중사건이다. 그래서 `죽을 뻔` 했다는 상황 묘사만 하겠다.

전에 얘기했다. 대선 주자로 `끝발` 날리고 있는 이모씨의 오늘을 있게 한 그 `위대하고` `거대한` 청계천 복원 사업때 익산떡 활약상 말이다. 그때 익산떡 쉼터 청계천변 삼일아파트였다. 99%, 아니 100% 이상 서민들이 살던 그곳.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하자 익산떡 가스통 들고 투쟁했다. 그런 익산떡이다. 그런데 긁었다. 그것도 자신이 아닌 남편의 자존심을. 가만 있었겠는가.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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