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주주 방한, 정리해고 문제는 어떻게?

쌍용차 대주주인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 방한이 쌍용차 정리해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방한한 아난드 회장은 14일까지 한국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범국민 대책위는 13일 쌍용차 신차 발표회 직전인 오전 9시 30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14일 평택공장 방문 때 해고자와 대화에 나서고 모두 복직시키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아난드 회장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애초 쌍용차 사측과 관계가 좋은 또 다른 복수노조인 쌍용차 기업노조 측에서 금속노조 지부를 신차 발표회에 초청해 지부도 전향적으로 참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이 지부의 참석 공문 접수를 거부해 사실상 지부와 아난드 회장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14일 아난드 회장이 평택 공장을 방문해 기업노조를 만날 계획이지만, 이 자리에도 지부는 초대받지 못했다. 다만 기업노조가 정리해고자 문제에 대해 언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오늘 밤이든 내일 새벽이든 아난드 회장을 꼭 만나고 싶다”며 “내일 오전 10시 기업노조 간담회에 해고자도 함께 얘기할 수 있길 바란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해고자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난드 회장은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면담요청도 공식 거부했다.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 이용득 노동위원장, 김영주 환경노동위 위원장과 위원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정상화 및 재도약을 지원하고, 마힌드라 그룹이 그동안 해고자들에게 한 약속 이행방안을 구체화하자”며 공식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애초 노동계와 야권은 아난드 회장이 방한하면 해고자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든 화답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13년 6월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환경노동위 6자협의체 논의 당시 마힌드라 파안 고엔카 자동차부문 사장은 여야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사측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여기서 고엔카 사장은 이번에 출시한 소형 SUV 등 신차와 엔진 개발 등의 계획을 여야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경영여건이 개선되면 정리해고 관련법에 따라 공장을 떠났던 노동자들을 우선 채용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또 2013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 야당 의원들이 인도를 방문해 아난드 회장과 면담한 내용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새정치연합에 따르면 당시 아난드 회장은 “2014년까지 정리해고자를 포함한 해고자의 복직계획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13일 마힌드라 회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아난드 회장은 인도 방문 시 마힌드라 그룹을 소개하면서 ‘존경과 신뢰의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는 점과 ‘쌍용자동차는 마힌드라 그룹의 미래에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말해 제게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며 “신차 개발을 위한 1조원의 투자도 중요지만, 그에 앞서 우선되어야 할 것이 바로 사람에 대한 투자, 신뢰에 대한 투자”라고 밝혔다.

반면 여권에선 12월 말 아난드 회장 방한 소식이 나왔을 때도 정리해고자 문제가 쉽게 풀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도 일단 쌍용차 경영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복직문제에 전향적 자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희망퇴직자 복귀가 우선 진행될 것으로 봤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아난드 회장 방한은 티볼리의 미국진출에 대한 의지 표명을 위해서 진행된 것이다. 정리해고자 문제 해결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들었다”며 “사측 역시 정리해고자 문제를 위한 대화 선결조건으로 굴뚝 농성이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 면담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기업노조 측이 내일 공장 방문 때 아난드 회장을 만나기로 했지만, 정리해고자나 굴뚝 농성 문제는 그냥 현안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쌍용차 사측이 신규인원을 충원한다 해도 정리해고자보다는 희망퇴직자의 복직 문제를 먼저 다룰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기업노조 선거가 9월로 예정돼 희망퇴직자나 정리해고자가 대거 복직할 경우 기업노조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사측이 복직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아난드 회장의 방한과 상관없이 해고자 복직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현장 조합원과의 스킨십 강화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이효리 씨의 정리해고자 복직 발언에서 나타났듯이 현장노동자들 여론이 회사에 등을 돌리고 굴뚝에 관심을 갖는데 대해 회사가 가장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봤다.

희망버스 기획에 참여했던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도 “공장 내 굴뚝에 올라가 있는 상황 자체가 기업노조를 지지하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지지하든 현장노동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형태라 사측도 마냥 방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쌍용차 범대위는 1월에 추진하다 중단된 인도방문단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김태연 쌍용차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인도 현지 시민단체와 노총 등을 만나 서명전 등 인도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국제여론화시킬 계획이며, 한국에서 아난드 회장을 못 만나면 인도 현지에서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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