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한의 굴뚝 농성’ 쌍용차노조 이창근 기획실장

“7년을 기다린 해고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이 잔인한 시간을 끝내 달라.”

쌍용차 평택공장 안 70미터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이 굴뚝 밑에서 제공되는 물과 음식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 14일 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 아난드 회장과 해고자들이 만나며 노사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부터다. 아난드 회장은 쌍용차 신차 ‘티볼리’의 성공을 기리기 위해 방한했다.

굴뚝 농성 중인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14일부터 아침 식사와 물 등 농성 물품이 안 받기로 했다. 앞으로 일체의 물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 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은 15일로 굴뚝 농성 35일을 맞았다. 이들은 전날 아난드 회장의 평택공장 방문 당시 굴뚝 위에 청색 테이프로 ‘Let`s Talk(대화합시다)’라고 쓴 피켓을 만들어 내걸기도 했다.

농성 물픔 등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이 실장은 “아난드 회장과 쌍용차 사측에게 이곳에서 우리를 빨리 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아난드 회장이 출국을 했고 신차 발표회도 마쳤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중요하게 지켜봐야 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화 국면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  이창근 실장(왼쪽)


굴뚝 밑에서 제공되는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 ‘단식 농성’은 아니다. 굴뚝 위에 아직 남아있는 비상식량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굴뚝 위엔 소량의 라면과 육포, 생수 등이 있다. 이 실장은 “빨리 굴뚝에서 내려가고 싶어 한 끼라도 덜 먹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상 식량으로는 일주일도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아난드 회장은 지난 13일 방한, 신차 발표회에서 “해고자 복직보다 회사의 수익 창출이 우선”이라며 즉각적인 복직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티볼리가 선전하고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순차적으로 인력을 충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 인력은 2009년 해고자들 중에 뽑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른바 ‘조건부 복직’을 언급한 것이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신차 출시와 맞물려 방한한 아난드 회장은 이튿날인 14일엔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해 쌍용차 인수 이후 처음으로 해고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그는 김득중 쌍용차지부장과의 면담에서 “굴뚝농성자와 해고자들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현재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도록 노력하자”고 밝혔다. 노사 대화가 끊겼던 쌍용차 사태의 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다음은 굴뚝 위에서 극한의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창근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굴뚝 위 상황, 지금 어떤가.

▲ 절박하다. 우리는 비상식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이것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루라도 노사 교섭이 열려 굴뚝 아래와 위가 소통했으면 좋겠다.


- 아난드 회장이 김득중 지부장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 아난드 회장이 김득중 지부장 등과 예고 없이 만나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직접 건넸다. 이건 연락을 하라는 신호이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표현이라고 본다. 앞으로 그의 이메일로 우리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 농성(구호) 물품은 안 받기로 했다

▲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 ‘단식 농성’은 아니다. 굴뚝 위에 아직 남아있는 비상식량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굴뚝 위엔 소량의 라면과 육포, 생수 등이 있다. 다만 빨리 굴뚝에서 내려가고 싶어 한 끼라도 덜 먹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비상식량으로는 일주일도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 아난드 회장은 금일 출국했다. 그에게 기댈 여지가 있는지.

▲ 구호 물품을 안 받겠다는 것은 아난드 회장과 쌍용차 사측에게 이곳에서 우리를 빨리 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다. 아난드 회장이 김득중 지부장을 직접 만난 만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아난드 회장은 출국을 했고 신차 발표회도 마쳤다. 이제 회사 경영진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중요하게 지켜봐야 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화 국면을 지켜보겠다.


- 끝으로, 사측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정리해고자 187명의 공장 복직이다. 숨진 노동자 25명 문제도 있다. 하지만 복직 방식을 정하거나 요구 사항을 가지고 날 세우진 않겠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해고자들의 어려운 상황이라도 들어 달라. 우리가 여기 올라온 것은 우리가 얼마나 강자인지 결단력이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늘 얘기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약한지, 나약한 인간인지 봐달라는 것이다. 앞으로 굴뚝 농성 몇 일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화 교섭 1일차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