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습니다!!



한동안 뜸했다. 화자 탓 아니다. 순전히 익산떡네 탓이다. 길레스토랑 탓이다. 그런데 익산떡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길레스토랑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길어진 해를 탓할 수 밖에 없다. 화자 보통 퇴근 시간 늦은 여섯시다. 때론 그보다 일찍 사무실 문을 나서기도 한다. 약속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숭인동 길레스토랑 빨라봤자 여섯시 반이나 돼야 문을 연다. 늦으면 일곱시에도 연다. 길레스토랑의 특수성 때문이다. 주차장 한 켠을 점유해 사용하다보니 주차된 차가 빠지지 않으면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화자 여섯시 퇴근 시간 즈음에 창문을 통해 길레스토랑쪽을 살핀다. 이전에 얘기한 바 있는 익산떡 바깥양반이 몰고 다니는 하얀색 봉고차가 보인다. 그런데 거금 200만원을 넘게 들여 새로이 만든 포장마차는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동안 이 글을 쓰지 못했다. 기사가 넘친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길레스토랑에 자주 들르지 못한 이유가 크다.
그나마 얼마전 이른 술약속으로 사무실 근처에서 1차를 마친 뒤 2차로 길레스토랑에 들른 적이 있다.

"하도 안오길래, 오늘 쯤 전화 넣을라고 했당게…."
아니나 다를까, 익산떡 한마디 한다. 오랜만이라는 얘기다. 반갑다는 얘기다. 말 이어진다.
"아이, 신문이라도 갖다 놔야 할 것 아녀?"

맞다. 길레스토랑엔 <위클리서울> 전시대가 있다. 신문을 가져가기 위해 들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기독자들인 셈이다. 그런데 길레스토랑에 며칠간 가지 못하다보니 자연 신문도 갖다놓지 못했다.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단 말이여"라는 익산떡 얘기 듣지 않아도 이해할 만 하다. 소홀했다는 점 인정한다. 그리고 사과한다. <위클리서울>을 기다리시는 숭인동 길레스토랑 독자님들에게….

부랴부랴 가방을 열어 몇 부 안되는 신문이라도 전시대에 올려놓는다. 슬쩍 전시대 옆 돼지저금통을 바라본다. 얼마 전까진 녹색의 서울막걸리 병이 놓여 있었는데, 지금은 1.8리터짜리 대용량의 페트병이 놓여 있다. 막걸리병이 거기에 놓이게 된 이유에 대해선 얘기한 바 있다. 못읽은 독자님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바로 <위클리서울>에서 연중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근육병 환우들 돕기`(바로 윗기사 참조)에 일조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익산떡의 아이디어다.

그동안 두 번 수금을 했다. 익산떡 막걸리병이 차면 그 배를 갈라서 돈을 꺼낸다. 그리고 하얀 편지봉투에 돈을 담아 놨다가 화자에게 건넨다. 동전이 많다 보니 묵직하다. 물론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99%의 서민들이 사는 이곳 숭인동의 상황을 감안하면 아주 크고 소중한 사랑임에 틀림없다.

어라? 그런데 그 커다란 페트병에 차있는 사랑들. 이전 막걸리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성과 사랑들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게 아닌가. 가슴이 저려온다.

"인자 넣으란 얘기 안해도 잘들 넣어…. 이런 좋은 일엔 모두다 보태야 한다문서."

고마운 사람들이다. 술값을 아끼느라 소주 반병에 홍합국물을 안주로 먹으면서도 어려운 이웃은 도와야 한다며 아낌없이 사랑과 정성을 베푸는 이들…. 그 사랑과 정성이 100원짜리 동전 하나든,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들을 생각하면 세상은 아직 충분히 살만하다.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익산떡에게 감사한다. 길레스토랑에 감사한다. 작지만, 또 결코 작지만은 않은 정성과 사랑을 보내준 그 분들에게도 감사한다. 모아진 정성들은 조만간 한꺼번에 근육병 환우 돕기에 쓰여질 것이다.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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