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문화재 답사-2] 수성당
수성당(水聖堂)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8호)
수성당은 칠산바다를 수호하는 여해신(女海神) 개양할미를 모신 당집이다. 전설에 의하면 수성당 할머니인 개양할미는 아득한 옛날에 수성당 옆 여울굴에서 나와 서해바다를 열었다고 하며, 딸만 여덟을 낳아 각 도에, 혹은 칠산바다 각처에 바다지킴이로 보내고, 자신은 막내딸과 함께 이곳에 머물며 바다의 수심을 재고 풍랑을 다스려 어부들의 풍어를 돕고, 지나는 선박을 안전하게 보호했다고 한다. 그런 개양할미를 물의 성인으로 여겨 수성(水聖)이라 부르고, 칠산바다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여울골 위 절벽 위에 수성당을 짓고 모셔왔다. 개양할미와 개양할미의 딸 여덟을 모신 곳이라 하여 구랑사(九娘祠)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개양할미는 키가 구름 위로 솟을 정도로 커 굽나막신을 신고 바다를 걸어 다녀도 버선도 젖지 않았다는데 다만 곰소 앞바다에 있는 ‘계란여’에 이르러 발이 빠져 버선목이 좀 젖자 화가 난 개양할미는 치마에 돌을 담아다 이 둠벙을 메워버렸다고 한다. 부안 지방에는 ‘곰소 둠벙 속 같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사람 마음 속 깊이를 알 수 없을 때 더 많이 쓴다. 이러한 속담은 개양할미가 빠진 ‘둠벙(계란여)’에서 유래된 것이다.
언제부터 이 당집이 있어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전의 건물 상량에 “道光 三拾年 庚戊 四月二十八日 午時 二次上樑”이라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1850년 훨씬 이전부터 당집이 있었음을 알 수 있고, 1864년에 3차로 중수하였으며 지금의 당집은 1996년 4월에 다시 지駭�. 1992년 전주박물관에서는 이러한 개양할미 전설이 서려있는 수성당 주변을 발굴‧조사하여 삼국시대 초기 이래로 바다 혹은 해신에게 제사를 지내왔던 곳임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위의 상량문 기록과 무관하게 수성당의 연원은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또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개양할미가 살아 있었을 것이다.
당제가 예전에는 성대하게 치러졌으나 칠산바다에서 조기가 사라지고, 또 군부대가 주둔하면서부터 그 맥이 끊겼다. 과거에 당제에 대한 조사 자료가 없어 그 원형을 복원하기는 어려우나 어릴 적 당제를 보았던 분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당제는 정월 보름에 무당이 주관하여 지냈다고 한다. 당집 안에는 정면에 수성할미 그림이 있고, 그 좌우 벽면에는 산신, 혹은 관운장이 모셔져 있었다고 한다. 제물은 돼지머리, 3실과, 탕, 포, 전, 식혜, 시루떡 등으로 당 안 개양할미 탱화 아래 제단에 진설했는데, 밥과 국을 각각 7그릇씩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제단의 오른 쪽에는 소지간(燒紙簡)을 마련하여 선주들이 예를 올리고 소지를 올리며 한 해 풍어를 소원했다고 한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당집 안에는 ‘개양할미’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다는데 이것마저 없어져 아쉬움을 더하던 차에 2004년 김동식 옹에 의해 복원됐다.
▲수성당 탱화, 칠산바다 지킴이 개양할미와 그녀의 여덟 딸. 2004년 김동식 옹에 의해 복원되었다.ⓒ부안21
“절벽 위에 한 신당(神堂)이 있는데, 수성당(水聖堂)이라고 했다. 벽 위에 한 부인이 천연히 앉아 있는 그림을 그렸고, 그 안을 들여다보니 물귀신이 신당에 있는 것 같았다. 초연하면서도 슬프고 숙연하면서도 두려워, 떨려서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위의 글은 소승규(蘇昇奎, 1864~1908)의 『유봉래산일기(遊蓬萊山日記, 1897. 4~5월)』에 전하는 글이다. 소승규가 본 그림이 1960년대까지 있었던 그 그림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최근에 김동식 옹에 의해 복원된 개양할미가 딸 엷을 거느리고 있는 그림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초까지 지내오다 끊겼던 당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매해 음력 정월 열 나흗날 오전에 죽막동 마을 주민은 물론, 격포 주민, 부안군, 그 밖의 부안의 수산관계자 등 군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범 군적으로 지낸다.
<허철희 님은 자연생태활동가로 ‘부안21’을 이끌고 있습니다.>
허철희 기자
juu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