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환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다시, 나무를 보다`는 30여 년간 나무 연구자로 살아온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 시대의 독자들에게 인류의 오랜 지혜자 나무의 철학을 전하는 책이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는 신준환 저자의 말처럼 서로 어울려 숲이 되는 나무를 보면 삶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 눈앞에 서 있는 나무 안에 그 길이 있다.

나무의 싹눈에서 지향성을 감지하고, 다시 메를로퐁티의 지향궁(intentional arc) 개념을 읽어내는 신준환 저자는 `다시, 나무를 보다`에서 삶, 사회, 생명을 이야기한다. `1부 나무의 인생학`에서는 새의 날개짓이나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무가 산불이라는 매우 위협적인 외부요소를 생존전략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인생을 살아갈 방도를 모색했다. 그밖에도 ‘성찰하면 성장한다’ ‘위험을 감수하면 살아남는다’ ‘선택하고 집중하다’ ‘작은 것이 소중하다’ ‘완전한 것을 바라는 것이 병이다’ ‘절망을 배반하다’ 등 나무가 전하는 인생의 지혜를 담았다. `2부 나무의 사회학`에서는 물을 길어 올리고 탄수화물을 내려 보내는 등 나무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소통들과 나무가 다른 존재들과 맺고 있는 촘촘한 관계망을 통해 사람이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존중과 겸손을 조명한다. `3부 나무의 생명학`은 청각, 시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신체감각과 산림치유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소개하는 한편, 암을 비롯해 우리 몸에 발생하는 각종 질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다뤘다.

나무의 인생학, 사회학, 생명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준환 저자는 기형도의 시, 작자미상의 시조, 본인의 자작시, 여러 철학자들의 개념, 해외의 과학실험, 국내 연구자들의 저작물 등 다채롭게 스크랩해온 자료들을 풀어놓는다.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실로 높은 단계의 문장력으로 독자의 심금을 울릴 것이 틀림없다.”는 고은 시인의 표현처럼 그의 글은 가슴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차오르는 감성에 흠뻑 취하는 기쁨을 선사한다.

평생 직업으로도, 취미로도 나무와 산, 그리고 숲을 찾았던 자연과학도는 세상의 각종 파편들을 모아 나무에 대한 생각을 꾸려나가면서 자신의 삶을, 세상을 돌아보았다. 그 모든 것들이 한 권의 책으로 응축되어 성인단행본으로� 첫 단독 저술인 `다시, 나무를 보다`로 출간됐다. 독자들에게 이 책은 신준환이라는 걸출한 작가의 탄생에 동참하는 즐거운 경험이자, 갑과 을만 난무하는 시대에 ‘사람답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계기가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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