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철폐‘ 3차 오체투지 현장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철폐 오체투지에 이어 5일에도 3차 오체투지 행진이 열렸다. 이날 오체투지는 SK-LG통신 비정규직과 스타케미칼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재벌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진행됐다. 애초 ‘비정규법제도 전면폐기’ 행진 1팀 600여 명과 목동 스타플렉스 앞에서 ‘정리해고 법제도 전면폐기’ 행진 2팀 100여 명이 출발해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에서 만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 국회 앞 100미터 이내에서 집단으로 현수막과 구호를 외치는 것은 기자회견이 아닌 불법집회라며 수시로 해산명령을 내렸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참가자들은 규탄발언을 이어갔다. 서영섭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고작 국회 앞 기자회견이 무서워 노동자의 참가를 막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행진이 보기 싫으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철폐하면 된다”고 비난했다.




나경채 노동당 대표는 “SK와 LG통신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사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느냐”며 “아직도 70년대에 얘기하던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 하고 있다. 제발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1, 2차 오체투지에 이어 3차에도 결합한 김대환 청년좌파 집행위원장은 “경찰이 계속 우리를 가로막는다면 우리는 계속 바닥에 눕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막는 과정에서 영등포경찰서 정보과의 한 정보관이 서영섭 신부에게 술 냄새를 풍기며 해산을 종용하다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 신부는 “경찰이 술 냄새를 풍기며 ‘이게 기자회견이라는 건 웃긴 것 아니냐. 빨리 해산하라’며 시비조로 얘기하자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아무리 어제 먹은 술이라고 해도 공무 중에 술 냄새가 심하게 날 정도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올바른 공무집행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에 유흥희 기륭전자 노조 분회장은 “경찰이 술 냄새를 풍기며 계속 ‘불법집회’라고 신부님에게 깐죽거렸다. 술 냄새가 너무 나서 ‘술이나 깨고 오라’고 했지만, 계속 깐죽댔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 정보관은 기자들에게 “어제 인사 발령이 있어서 술을 많이 먹어 냄새가 나긴 했다”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는 “술 냄새가 나는 건 인정하지만 정신은 멀쩡하다”며 “제 이름이나 성을 알려드리면 저에게 좋을 게 없다.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신부와 참가자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영등포서 관계자들이 “빨리 사무실로 들여보내라”고 지시해 이 정보관은 국회 안쪽으로 도망치다시피 들어갔다.

이후 경찰은 3차 해산명령을 내리고, 전국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전해투) 등의 방송차 견인을 시도했다. 방송차 견인을 막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유흥희 분회장 등 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김대환 청년좌파 집행위원장은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연행에 분노한 국회 건너편 400~500여 명의 통신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면서 국회 정문 앞 진출을 시도하며 40여 분 가까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행진단은 오후 3시 오체투지 1팀이 영등포역 부근까지 도착하자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오체투지 행진에 나서 오후 4시 50분께 전경련 회관에 도착해 1팀과 합류했다.

기자회견에서 경상현 LG유플러스 지부장은 “평화적으로 우리 문제를 알리기 위해 준법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뭐가 두려워 가로막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재 SK브로드밴드 지부장은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이곳에 왔는데, 경찰은 몽둥이로 대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3차 오체투지 행진은 7일까지 이어지며, 7일 12시 청와대 포위 1인시위와 오후 2시 청와대 인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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