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광환 선생님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때로는 전봉준이 되어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종록이 되어보기도 하다가 다시 김경천이 되어 생각해보았습니다. 입암산성 별장인 이종록은 따지고 보면 전봉준의 적이 됩니다. 반갑게 맞이해 놓고 체포해버리면 그만이지요. 그런데 전봉준은 그런 이종록을 찾아갔습니다. 이때의 전봉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혹시 친구에게 밀고할 기회를 주어 그 보상을 받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서울의 동정을 살핀 후 다시 일어서려 했다는 공초의 진술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친구에 대한 ‘믿음’이었을까요? 아마 그것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지요. 친구를 믿는 전봉준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난 여기서 수많은 군사를 호령했던 영웅 전봉준보다는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우리 곁에 선 전봉준을 떠올려 봅니다.

입암산성 별장 이종록과 부하 김경천

과연 친구는 날 받아줄 것인가? 받아주더라도 훗날 그 일로 인해 친구가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그러면서도 관군과 일본군에게 쫓기는 신세로서 하룻밤 몸을 맡길 곳을 찾아 눈보라치는 추운 겨울날 입암산성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수밖에 없었던 전봉준 장군의 고뇌를….



# 장흥석대들



아마 그 날 밤 이종록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입니다. ‘친구여! 자네 입장도 난처할 터인데 날 받아주어서 고맙네’, ‘아닐세 친구여! 내 자네 뜻이 옳고 바르다는 것을 아네. 그런 자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고 원망스럽네. 자네는 내 친구이기 이전에 조선 민중들의 희망이요. 등불이라네.’

이종록은 전봉준을 체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직자입니다. 실제로 그는 전봉준을 신고하지 않고 숨겨줬다는 이유로 훗날 전라병사에게 체포됩니다. 전봉준이 수하들과 불쑥 찾아들었을 때 이종록 역시 갈등이 있었지 않았을까요? ‘체포를 하면 고을 수령자리와 많은 포상이 주어질텐데...’, ‘인근 입암면 천원역(川原驛)에 있는 일본군에게 밀고를 해버려?’ , ‘아니야! 친구라고 믿고 어려울 때 나를 찾아온 친구를 위해 내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라도 의리를 지켜야지’라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겠지요. 결국 그는 친구와의 ‘의리’를 선택하였지요.

하지만 김경천은 달랐습니다. 김경천은 본래 고부군 덕천면 달천리(현, 정읍시 덕천면 달천리) 출생으로 전봉준의 부하로 있다가 농민군이 크게 패하자 피노리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당시 조정에서는 전봉준을 잡아 받치는 자는 후한 상금은 물론 원하는 지역의 군수 자리를 주겠다고 공포한 터라 욕심에 눈먼 김경천은 전봉준을 맞이해 안심시켜놓고는 그만 밀고를 해 버린 것입니다.

전북 순창군 쌍치면 피노리는 북서쪽 국사봉(655m)을 중심으로 한 첩첩산중 꼭대기에 움푹 들어선 분지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피노리(避老里)라는 지명의 유래는 조선시대 당쟁에서 밀린 소론들이 노론들을 피해 이곳에 정착했다하여 ‘피노리’란 마을 이름이 붙게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박환성씨는 자신이 어렸을 때 서당 훈장님과 마을 어른들께 전해들은 이야기라며 전봉준 장군의 체포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관군이 주막을 에워싸니까 월동용으로 쌓아놓은 장작더미 위에 올라 버텼답니다. 관군은 장작더미에다 불을 질렀고, 펄쩍 뛰어 담을 타넘는데 일본도에 회목(아킬레스건)을 맞아 주저앉았고요. 그 날 밤새 하도 많이 두들겨 패서 하루면 갈 길을 이틀 걸려 순창군청으로 끌고 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여러분! ‘비전향장기수’ 하니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생소하게 들리지요? 아시다시피 우리 민족은 분단 반세기 동안 질곡의 삶을 강요당해 왔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권마저 이데올로기의 제물로 바치면서 철저한 긴장과 안보 태세를 유지해 왔지요.

이런 대립과 반목의 시대에 남과 북은 서로 ‘공작활동’을 편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공작활동이 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북파 및 남파 공작원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향장기수의 송환문제, 북파 공작원들의 보상 요구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종종 등장하기도 하지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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