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인터넷 서비스 노동자들, 혹한 속 전광판 투쟁

높은 전봇대에 오르는 일이 일상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인터넷 서비스 노동자들. 이들이 극단의 선택을 했다. 지난 6일 위험천만한 전광판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고공 농성은 이들 노동자들에겐 상징적인 의식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우리가 전봇대에 매달려 있을 때, 그것을 당연시 여긴다. 우리도 인간이다. 떨어질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죽음의 공포와 마주한다. 산재? 떨어져서 죽거나 불구가 되면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서울의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몰아닥친 9일 오후 전광판엔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쌓인 눈 위로는 두 노동자들이 아슬아슬하게 걸어다닌 흔적이 보인다.
 
"발 잘못 딛으면 추락이다. 미끄러운 전광판이어서가 아니다. 전봇대여도 마찬가지다."

밧줄로 쇠귀둥에 몸을 묶어 지탱하고 있는 두 노동자들.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15미터 광고전광판에서는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강세웅(45) LG유플러스 조합원과 장연의(41) SK브로드밴드 조합원이 고공농성을 나흘째 이어가고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강 조합원은 “마실 물도 얼어붙었다”고 했다. 

다행히 전광판 내부에 여유 공간이 있어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은 바람을 피해 잠을 청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지만 아직까진 견딜만 하다."

전광판 아래에는 300여 명의 희망연대노조원들이 연대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씨앤앰 농성자들의 전광판 농성이 자연히 오버랩된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존권 보장과 노동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부터 100일 넘게 장기 파업을 벌여왔다. 올해 1월 협력사 협의회 및 경총으로 이뤄진 사측교섭단과 끝장교섭에 나섰지만, 결국 타결에 실패했다. 이후 노조는 2월 2일 전면투쟁을 선포하며 SK그룹 본사 앞과 LG그룹 구본무 회장 자택 앞, LG그룹 본사 앞에서 24시간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진짜사장 SK-LG가 통신 비정규직 해결하라’ ‘LG그룹 구본무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비정규직 해결하라’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찬바람과 맞서고 있다. 원청사인 SK와 LG가 간접고용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및 노동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다.



강세웅 조합원은 LG유플러스 AS기사로 주 7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과 수당착복, 최저임금 등에 시달려왔다. 장연의 조합원도 SK브로드밴드 행복센터에서 설치, AS업무를 맡아 왔고, 2013년에는 실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재하도급 업체의 도급계약자로 일방 전환됐다. 이후 2014년, 재하도급 업체 변경과정에서 도급계약서 재작성을 거부하고 고객센터 직원 전환을 요구하다 해고됐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정치권과 기업은 우리가 왜 여기에 올랐는지 알 것이다. 모른다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임에 자명하다.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은 우리의 처지를 잘 헤아려줄 것으로 안다. 당신들의 형제이며 자식이며 부모일 수도 있을테니까."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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