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희의 역사문화기행> 전북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 당제





# 위도 치도리 당제



전북 부안군 치도(雉島)는 위도에서 두 번째로 큰 마을로 위도면 소재지인 진리에서 남쪽 치도고개 넘어 1km쯤의 해안에 동서로 길게 취락이 형성되어 있다. 치도는 마을 형국이 꿩(복치혈伏雉穴) 같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며,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심구미를 병합해 치도리라고 했다. 마을 앞에는 큰딴치도와 작은딴치도 두 섬이 있는데 썰물 때는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도 큰딴치도에 들어 갈 수 있다.

치도는 위도에서 농토(논과 밭이)가 가장 많으나, 역시 어업이 주업으로 칠산바다가 조기어장으로 성황을 이루던 시절에는 치도리 앞 장불에는 배 댈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의 고기잡이배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파시(波市)가 들어섰다. 치도리에는 1930년에 개교한 위도초등학교가 있으며, 위도 유일의 절인 내원암이 있는데 내원암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저물녘의 종소리(내원모종內院暮鐘)는 위도팔경 중의 일경이다.

치도리당제는 음력 정월 초하룻날 지낸다. 이날 동트기 전에 진리, 대리, 파장금으로 통하는 세 곳의 나들목에 있는 당산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내는 것을 시작으로 당제를 시작한다. 지금의 당산나무 자리에 예전에는 장승이 있었다고 한다.

당산제를 지내고 돌아 온 일행은 아침을 먹은 다음 당에 오른다. 당은 마을 동편 파장금 가는 길목 산기슭에 있다. 당집 안에는 문신복장을 한 당신도(堂神圖)가 정면 중앙 제단 위에. 오른쪽에는 오방신장, 왼쪽에는 산신령 당신도가 걸려 있다. 선주들이 앞 다투어 당에 오르던 예전에 비하면 당제는 매우 간소하게 올리는 편이다.

당제를 지내고 마을로 내려 온 일행은 오전 9시경 썰물로 드러난 바닷길로 큰딴치도에 들어가 조난어업자조령기념비(遭難漁業者弔靈記念碑) 앞에 간소한 제물을 차리고 수중고혼이 된 어부들의 넋을 달래준다. 이 비는 1931년 한 해 동안 세 번(4월, 8월, 12월)에 걸친 태풍으로 치도리 앞 칠산어장에서 조업하다 목숨을 잃은 600여 어민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1932년 3월 전라남도 수산당국이 건립했다.

마을로 돌아온 일행은 마을 공동우물에서 우물굿을 치고, 마을회관에 모여 뒷풀이를 하는 것을 끝으로 이날의 당제를 모두 마친다.

치도리 당집의 당신도에 대해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고대사연구소(소장 신종원)는 풍어신(豊漁神) 임경업(林慶業.1594-1646) 장군 영정이라고 주장해(2005-07-27 19:18/연합뉴스 보도)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위도 대리 출신 서주원(방송작가)씨는 “임경업 신앙의 분포권은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라는 점과 임경업 무신도는 주로 말을 타고 있는 장군상의 모습인데, 치도리 당집에 모셔진 당신도는 좌정해 있고 양쪽에 시녀가 그려져 있다는 점, 흉배에 학이 그려진 것은 주로 문관 출신들의 옷에 그려져 있는데, 임경업은 문관이 아닌 무관이라는 점을 들어 이곳의 당신도는 임경업 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뭣보다도 위도 지역엔 서해안을 대표할 만한 마을굿인 띠뱃굿이 있다. 지금이야 띠뱃굿이 대리 마을에서만 전승되고 있지만, 진리와 치도리, 그리고 식도리 등 위도의 각 마을에서는 이와 그 제의형식이 거의 똑 같거나 그 형태가 비슷하다. 그러나 대리나 진리, 식도리 그 어디에도 임경업 장군을 모신 당집은 없을 뿐 아니라 임경업 장군에 대한 신앙성도 찾아 볼 수 없다. 무녀들의 사설이나 노랫말 그 어느 대목에서도 임경업은 없고, 위도지역의 주민들 가운데에서도 임경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로 볼 때 임경업을 치도리 마을 신앙의 대상으로 모시지는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반박 보도를 한 바 있다.

치도리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치도리 당집에 걸려 있는 당신도는 치도리 출신 고 송기운씨가 약 30년 전에 그렸다고 한다. 그는 치도리 당집에 있었던 당신도가 이런저런 사연으로 사라지자, 치도리 당집에서 봤던 당신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러나 예전의 당신도와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현재 치도리에 아무도 없으며, 또 당신도의 주인공이 임경업이라고, 혹은 임경업이 아니라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하는 주민도 치도리엔 없다. 그렇지만 이 당신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주인공은 임경업이 아니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위에서 서주원씨가 설명한 바다.
 
<허철희 님은 자연생태활동가로 ‘부안21’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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