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상 애매한 부분 놓고 우려도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 일가를 겨냥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4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대기업들은 유예기간 동안 기존 내부거래를 상당부분 해소했지만 법령상 애매한 부분도 있어 규제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제단체 등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비상장사는 20%)하는 계열사는 개정 공정거래법(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부당 내부거래로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매출이나 이익을 끌어올린 뒤 상장시켜 막대한 부를 취득하거나 승계자금을 편법으로 마련해온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한 취지다.

신규로 발생한 내부거래는 이미 1년 전부터 이 법의 규제를 받고 있으며, 기존 거래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14일부터 규제 대상이다. 재계에서는 대기업 20곳의 80여개 계열사가 내부거래 규제대상으로 거론된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사례로 ▲정상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7% 이상 차이)으로 거래하는 행위 ▲총수 지배회사가 직접 수행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거래 ▲사업능력이나 재무상태 등과 같은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없이 연간 200억원 또는 국내 매출액의 12% 이상 거래하는 행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적발될 경우 총수 일가에게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 수혜를 입은 기업은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회사로 낙인 찍힐 경우 유·무형의 피해가 크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기준에 맞추기 위해 1년 동안 지분매각과 합병, 사업조정 등으로 상당 부분 준비를 마쳤다. 삼성은 규제대상이었던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석유화학, 가치네트 등 3개사를 사업부문 양도와 분사, 지분매각, 청산 등의 방법으로 해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했고 현대엠코 및 현대위스코는 각각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통해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일부 계열사는 여전히 규제 대상에 올라 있다.

SK C&C와 한화S&C 등 주요 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들도 내부거래 비중이 40~60%여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다. 재계에서는 SI업체들이 보안 문제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을 단기간에 낮추기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개정 공정거래법의 일부 규정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자의적 법 해석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상적인 조건’, ‘상당한 이익’, ‘합리적 고려’, ‘밀접한’ 등의 문구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새로운 법적 잣대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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