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 고용형태 고치라는 지적 나오자 노동자들에 해고 통보
불법적 고용형태 고치라는 지적 나오자 노동자들에 해고 통보
  • 공민재 기자
  • 승인 2015.02.19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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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노조의 ‘명절 투쟁’

20년간 이어온 불법적인 고용형태를 고치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일이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 최초의 시멘트 회사인 동양시멘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명절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노동자들은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항의 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중부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지난 13일 동양시멘트가 사내하청 업체 노동자 240여명을 직접고용하라고 통보했다. 이들이 형식적으로는 사내하청 업체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양시멘트가 ‘진짜’ 사용자라고 본 것이다. 태백지청은 하청 업체들에 대해 “동양시멘트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을 만큼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양시멘트의 하청업체는 총 9개이며 이 중 두성기업과 동일 소속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동일은 1993년 설립해 22년 동안 석회석 광산의 채굴 및 운반에 관한 노무도급을 수행했고 두성기업은 1998년 설립해 17년 동안 시멘트 제조공정 및 제품 출하에 관한 노무도급을 수행해왔다. 고용노동부 판단에 따르면 동양시멘트는 20년 가까이 불법적인 고용형태를 유지해온 셈이다.

판단 근거는 △하청 업체가 동양시멘트의 사무실 및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 △동양시멘트가 하청 업체 대표이사를 결정하고 대표이사 등의 보수를 결정하는 점 △하청 업체가 도급업무 수행을 위한 독자적인 기계·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 △동양시멘트가 하청 노동자의 연장근로·근로시간 등을 수시로 지시한 점 △동양시멘트가 하청 노동자의 격려금이나 성과급의 지급대상·지급액까지 직접 지시한 점 등이다.



# 동양시멘트 노조 제공

태백지청은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는 위장도급이기 때문에 입사한 순간부터 동양시멘트 정규직이라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노동자는 원청에 정규직 채용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간 차별받았던 임금도 요구할 수 있다. 안영철 동양시멘트 동일지부 사무국장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의 40% 수준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의 기쁨도 잠시, 원청인 동양시멘트는 해당 하청업체 중 한 곳인 동일에 도급계약 해지 통보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동일 관리자는 지난 17일 노동자들에게 “집으로 해고 통지 우편물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 판단에도 정규직 채용은커녕 설 명절을 앞두고 해고를 당하게 된 셈이다. 해고 통보서를 받을 노동자는 80여명에 이른다.

최창동 동양시멘트 동일지부장은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야 하지만 동양시멘트가 18일 자정을 기해 우리들에게 기습적으로 해고통보를 했다”며 “고용노동부의 위장도급 판정에도 불구하고 20년간 이어져 온 자신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하청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는 것은 지역주민들과 400여명 하청노동자들의 분노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은 명절인 18일에도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삼척 시내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진행했다. 안영철 동일지부 사무국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다고 해서 노조를 만들었고 이제 법적으로 권리도 주어졌는데 권리를 포기해서 되겠냐”며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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