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동자 유가족, 사측 질타

‘도급화 저지’를 요구하며 분신해 목숨을 끊은 고 김재기 씨 유족들이 설날인 지난 19일 금호타이어노조에 고인의 바람을 실현하고 대표이사의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 앞장서 싸워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날 조문하러 온 사측 인사들은 유족의 격렬한 항의로 발길을 돌렸다.

19일 오후 6시경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노조) 집행부는 고인이 안치된 만평장례식장(광주 광산구 우산동)을 찾아 유족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노조에서 허용대 대표지회장, 신호식 곡성지회장을 비롯해 10여명의 집행부가 함께 했으며, 유족 측에서는 김씨의 부인과 자녀, 어머니, 큰형과 작은형, 쌍둥이 형, 처남 등이 자리했다.

이날 유족들은 노조에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찾아와서 유족에게 뭘 어떻게 할 거냐”며 다소 늦은 방문을 질책했고, 노조지도부는 유족들의 질책에 고개를 숙였다. 유족들은 “당장 파업 등 투쟁을 해주시고, 사장(대표이사)을 데려와 김 씨의 영정 앞에서 사죄케 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며 “좀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 고인의 유서-금속노조 제공

이에 허용대 대표지회장은 “현재 설 휴일이라 당장은 어렵지만 1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설 연휴 끝난 직후 긴급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며 20일 설 연휴가 끝난 뒤 투쟁에 나설 것을 밝혔다.

이날 20여분 동안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김 씨 부인과 어머니는 오열하며 “유서를 다 보셨지요. 고인의 유지를 따라 주세요”라고 신신당부 했으며, 큰형은 상주인 김 씨 아들의 손을 붙잡고 허용대 대표지회장의 손에 포개는 등 유족의 뜻이 완강함을 전했다.

앞서 이날 오후 4시께 사측에서 고인의 조문을 왔다가 유족들의 격렬한 항의에 발길을 돌렸으며, 유족들은 “사측이 박삼구 회장이든 (김창규) 사장이든 대표이사가 와서 고인과 유족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8일에는 강병기 전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미희·김선동·김재연·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김 씨는 앞서 지난 16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분신 자살을 했다. 그동안 사측이 도급화를 강행해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노조는 "이번 분신 사망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는데도 도급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회사에 의한 타살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금호타이어 측이 도급화를 강행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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