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풀리려던 교섭, 갑자기 경총과 회사 입장 바꿔”
“잘 풀리려던 교섭, 갑자기 경총과 회사 입장 바꿔”
  • 공민재 기자
  • 승인 2015.02.25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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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 케이블 노동자들의 호소

SK·LG 케이블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지 100일이 넘었다. 이들은 애초 반은 노동자고 반은 자영업자인 ‘근로자영자’로 살았다. 그래서 지난해 3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에 적정노동을 할 수 있도록 고정급 중심의 임금체계 등을 요구했다.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해를 넘겨서도 ‘무단협’ 상황이 이어졌다.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원청 SK와 LG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사태는 더 꼬였다. 결국 고공농성과 단식농성까지 ‘마지막 단계’에 왔다.

설 연휴 전인 15일에 있었던 교섭은 자리에 앉자마자 끝났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자영업자 전환’ 비용을 회사와 노동자가 반반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정규직이 되는 비용은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SK와 LG의 협력사들의 교섭을 대리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5만~30만 원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으나, 이 전환 비용을 감안하면 ‘임금 삭감’이라는 게 노조 주장이다. 여기에 회사가 유급이던 휴가를 무급으로 바꾸는 것과 ‘복지기금 지급 불가’ 입장도 협상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24일 서울중앙우체국 앞 고공·단식농성장에는 노동자들의 문화제가 열렸다. 현장의 한 노동자는 “잘 풀리려던 교섭에서 갑자기 경총과 회사가 입장을 바꿨다”고 “설도 제대로 못 지내고 이렇게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결국 원청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노동조합 입장. 그러나 최근 법원은 노동자들이 원청의 이름과 총수 일가에 대한 구호를 외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다. “진짜사장을 찾지 말라”는 압박인 셈이다.

이날 노조는 원청과 회사의 실적 압박에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사태 해결 전까지 요금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제대로 된 회사라면 오히려 고쳐야 할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노동자를 불법에 이용하지 말라는 요구이면서 가입자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광판에서 농성 중인 강세웅, 장연의 조합원은 “원래 있던 ‘당뇨’와 바람에 전광판이 흔들리는 탓에 현기증이 때때로 일어나지만 몸상태는 괜찮은 편”이라며 “아래 있는 조합원들이 정말 고맙다. 끝까지 함께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SK·LG 케이블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도급 근절과 고용보장, 근로기준법 준수, 원청업체들의 책임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원청업체들이 경총을 통해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도급 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4대 보험료 등의 비용을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부담하게 하려한다며 비판했다.

한편 이날 장의연, 강세웅 조합원은 오전 전광판 위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앞서 이들은 지난 6일 원청업체에 비정규직 철폐와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15m 높이의 전광판 위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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