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들 대법원서 패소, 그 후폭풍은?

2005년 코레일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뒤 2008년부터 법정 다툼을 이어 온 전 KTX 여승무원들이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 민사1부는 여승무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청구소송에 대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여승무원들이 소속된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대법원 판결이 사용자의 책임 회피에 면죄부를 줬다며 비판했다. 전국철도노조는 2월 26일 성명을 내고 “KTX 여승무원으로 시작된 외주화는 이제 철도 현장에 만연하게 되었고, 근본적으로 안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신설 노선에는 철도공사 직원보다 외주업체 직원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패소 직후 KTX승무원노조 김승하 지부장은 “철도청장이 입사했을 때 ‘우린 다 가족’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며 “안전문제에 관한 업무는 파견할 수 없는데 우리는 기차에서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직업인데 나라에서 이렇게 우리를 무시할 수 있느냐”고 밝혔다.


#2008년 당시 서울역 쇠사슬 농성을 벌인 승무원노조

KTX승무원들은 2006년 해고 이후 단식농성·천막농성·쇠사슬농성·고공농성 등을 통해 정규직이 어려우면 한국철도공사가 직접 고용이라도 해달라며 10여년을 싸워왔다. 김 지부장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포기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아 공사(코레일)와 연을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승무원들에 대한 가혹한 후폭풍이다. 법원은 2008년 12월 34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고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매달 18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측이 2012년 12월 가처분 소송을 거쳐 임금 지급을 중단할 때까지 4년간 받았던 임금은 대법 패소로 한꺼번에 빚으로 바뀌었다.

7년 소송 끝에 1억원씩 빚을 떠안을 위기에 처한 KTX 여승무원들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동 문제의 사법화’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남신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법원이 노동사건을 장기화하는 것을 악용해 불리한 입장에 있던 사용자도 무조건 대법원까지 사건을 장기간 끌고 있다”며 “노사정 당사자가 사라진 자리에 사법부가 들어와 최종 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경총, 양대 노총은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노사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고 사용자도 비타협적으로 나오면서 비정규직 희생만 극대화되는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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