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보람 작, 김수희 연출의 `소년B가 사는 집`을 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 무대에서 다시 만난다. 오는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공연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14세에 살인을 저지른 대환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풀어내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고통스런 삶을 그렸다. 초연 당시 평범한 익상 속에서 가해자 가족이 겪는 긴장과 불편함 등을 세심하게 표현해 탄탄한 구성과 소외된 이를 향한 문제의식이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국립극단의 “젊은연출가전” 무대는 새로운 연극언어와 주제의식을 담은 젋은 예술인들을 위한 무대다. 2012년 성기웅 연출의 `다정도 병인 양 하여`와 최진아 연출의 `본다`를 시작으로 매해 참신한 소재와 새로운 연극적 시도로 주목받는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5년 “젊은연출가전”에서는 첫 무대인 `소년B가 사는 집`에 이어 쓰꾸다 노리히코 작, 류주연 연출의 `허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14세 때 같은 학교 친구를 죽인 대환이네 집은 악마의 집이라 불린다.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대환이네 가족은 끔찍한 기억이 가득한 그 집을 떠나지 않고 유령처럼 그 집을 지키고 살고 있다. 대환이네 가족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사회와 이웃이 보내는 경멸어린 시선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자기 스스로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대환이네를 찾아온 옆집 새댁이 그들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눈치 채지 못했듯이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절대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과 함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갈망 또한 있다. 어떤 일을 겪었어도 그들이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고 또한 어떤 방법으로도 대환이 저지른 죄를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 대환이네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평생 그들이 지고 살아야 할 짐일는지 모른다.
작품은 섣불리 가해자 가족의 입장을 변호하지도 죄를 나무라지도 않는다. 죄를 씻어낼 수 있는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타인을 향해 보내는 섣부른 연민이나 분노를 거두고 조금 더 관조적 시선으로 한번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