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볼 만한 책> 해부하다 생긴 일
<읽어볼 만한 책> 해부하다 생긴 일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5.03.05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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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석 지음/ 김영사





0.2mm 두께로 시신을 절단하여 3D 인체지도 ‘비저블 코리안’을 완성하며 세계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해부학자가 있다. 의대에 입학하여 부모의 뜻인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과학자의 삶을 살기로 선택한 사람, 자신이 아는 지식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괴짜 교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의 정민석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정민석 교수는 그동안 자신의 누리집을 통해 꾸준히 의학지식과 해부학교실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풍경들을 만화로 전해왔고, 외국인에게도 소개하기 위해 영어로 번역, 출판하는 작업도 계속해오고 있다. 이 책 `해부하다 생긴 일`은 그런 과정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2000년 즈음부터 10년이 넘게 만화를 통해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처음에는 교수가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던 주변 반응도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저자의 그림이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가 되었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그의 만화 작업에 연구비를 지원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 만화가처럼 프로페셔널한 그림 솜씨는 아니지만, 그의 만화에는 냉철한 전문성과 뜨거운 열정, 시신과 마주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미와 삶에 대한 위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어수룩함과 엉뚱함 속에 빛나는 비범함은 낯선 의학의 세계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이끈다.  

‘해부사랑’이라는 말을 줄인 ‘해랑’이라는 만화 속 주인공은 해부학교실의 다소 엉뚱하고 무서운 교수이자, 저자의 분신이기도 하다. 의사가 되기 위해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몸에 대한 무수히 많은 의학 용어를 외어야 하고, 실습 시험, 땡 시험 등 온갖 시험에 시달리며, 엄격한 선후배 관계를 경험한다. 그리고 해부 칼을 들고 직접 시신을 만지고 해부하며 몸을 몸으로 직접 배운다. 이런 해부학 수업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해부학교실의 교수는 무서울 수밖에 없다. 호되게 야단치고 꼼꼼하게 가르친다. 이렇게 함께 해부를 하면서 학생들은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동료애를 배우게 되고, 의학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증한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의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어설픈 고난과 실수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속에도 사람이 있고, 웃음이 있다. 모르는 부분이 시험에 나올까봐 시신을 훼손한 학생을 크게 나무라지 않는 선생님이 있고, 입학할 때는 참하고 예쁘던 여학생이 해부학 실습을 하다가 그 손으로 간식을 먹을 정도로 털털해지기도 한다. 또, 여학생의 손을 한번 잡아보려고 의학 공부를 써먹는 학생도 있고, 친구에게 전화했다고 착각해 해랑 선생에게 해랑 선생 뒷담화를 하는 배짱 두둑한 학생도 있다.

이렇듯 `해부하다 생긴 일`은 아슬아슬한 수위와 학문적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해부학교실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일들과 의학 상식들을 쉽고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에게는 의대 생활의 정보를 줄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해부학, 더 나아가 의학과 우리 몸에 대한 기초를 제공한다. 몸에 대한 이해는 일반인들이 자기 몸의 호기심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자기 몸의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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