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진전없는 교섭, 장기화하는 쌍용차 굴뚝농성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굴뚝농성이 장기화 되고 있지만 노사 교섭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두 해고노동자는 대화하자며 높이 70미터, 너비 1미터의 ‘벼랑 끝’ 굴뚝에 올랐지만 돌아온 건 하루 100만원씩의 퇴거단행 가처분 벌금이었다. 벌금은 1000만원을 훌쩍 넘긴 상황. 회사가 퇴거단행 가처분 신청을 한 것에 대해 굴뚝 농성중인 두 노동자들은 “(사측의) 또 다른 불안감의 표현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김정욱 사무국장과 함께 농성중인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그저 무덤덤하다고 했다. 

“이미 가압류만 47억원이다. 보험회사의 구상권으로 청구된 금액만 100억원이 넘는다. 1000만원? 그저 무덤덤하다. 2009년 이후 정리해고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7년 넘게 거리에서 지내고 있다. 사측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를 지켜줬으면 한다.”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왼쪽)과 김정욱 사무국장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인정한 고등법원과 달리,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쌍용차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소송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사건은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고법이 대법 판결을 어기면서까지 처음과 같은 판결을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 시민사회를 비롯 전문 변호사들이 힘을 써줬지만, 자본과 권력 앞에 숨죽여 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갈 곳 없는 해고노동자들은 굴뚝에 다시 굴뚝에 올라 평택항서 불어오는 혹한의 바람, 그보다 더 싸늘한 사측의 무대응, 사회적 무관심과 싸워야 했다. 동료들과 자신들이 일했던 공장, 그리고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그곳에서 함께 살아보기 위한 발버둥이였다.

“다시 한 번 손 내밀고, 함께 살고, 그리고 도와달라는 마음으로 절박하게 올라왔다. 굴뚝에 오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많은 분들이 우리 안전이나 건강 등을 걱정하고 있다. 실은 우리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들은 수많은 해고자들, 특히 쌍용차 해고자들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굴뚝 위에 있지만 굴뚝 아래에서 집밖에 못 나오는 해고자들, 그리고 여전히 삶의 관계에서 뒤틀리고 피폐한 많은 해고자들이 있다.”

지난 7년의 기간 동안 싸우기보다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게 낫지 않겠냐는 권유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라는 빨간 딱지가 붙어버린 이들이 일자리를 얻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파업 이후의 과정을 쭉 한번 보라. 노동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 아닌가. 쌍용차에서 일한 이력이 한줄이라도 있으면 파업 문제부터 들먹인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187명은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굴뚝농성 이후 노사는 해고자 복직 문제를 놓고 대화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마힌드라 회장이 한국을 찾아 해고노동자들을 만나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했지만, 그때 뿐이었던 것 같다. 교섭에 진전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김 지부장을 비롯 노조 임원들은 굴뚝 아래에서 늘 대기중이다. 대화와 교섭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상황이 되지만, 사측은 여전히 수동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얘기다. 

"봄은 왔지만, 여전히 쌀쌀하다. 사측의 태도도 노동과 인권을 멸시하는 우리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의 반영이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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