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희의 문화재 답사-11> 돌기둥 위의 새 두 마리 '쌍조석간(雙鳥石竿)'



 
대벌리 쌍조석간(雙鳥石竿)



쌍조석간(雙鳥石竿)
종 목: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17호  
명 칭:쌍조석간 (雙鳥石竿)  
분 류:유적
수량/면적:1기
지정(등록)일:1983.08.24
소 재 지:전북 부안군 계화면 대벌리 413  
시 대:조선시대
소유자(소유단체):사유
관리자(관리단체):대벌리마을



전북 부안군 계화면 궁안리 대벌 마을은 조선시대에 염소방(鹽所坊)의 중심 마을로 대벌리(大筏里)라고도 한다. 여기서 ‘筏’은 소금을 굽는 벌막(筏幕, 鹽幕)을 뜻하는 것으로 `세종실록지리지` 부안현 조에 “현의 서쪽에 염창(鹽倉)과 염소(鹽所)가 있고, 공사염간(公私鹽干)이 모두 13명인데, 봄‧가을에 바치는 소금이 1127석 남짓하다.”고 부안의 염소방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 마을 동북쪽에 염창산이 있고, 염창산 아래에 자리한 마을이 창북리인데, 이 또한 조선시대에 나라의 소금창고가 이 산에 있어 소금 ‘鹽’자, 창고 ‘倉’자를 써서 ‘염창산(鹽倉山)이고, 마을 이름도 창고 ‘倉’자를 써서 ‘창북리(倉北里)’인데 언제부터인가 ‘昌北里’라고 쓰고 있다.

1977년 이전에는 어업, 염업, 농업을 겸업해 온 어촌이었던 이 마을은 지금은 계화도간척공사로 마을 앞의 바다가 모두 논으로 변해 있다. 이 마을의 남서쪽 마을입구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특이한 당산(쌍조석간雙鳥石竿:전라북도민속문화재 제17호)이 서 있다. 거대한 화강석 돌기둥 위에 새가 얹어져 있는 석간이 바로 그 당산으로 대개 돌기둥 위에 새 한 마리가 올려져 있는데, 이 당산에는 특이하게도 새 두 마리가 올려져 있다. 석간 중간에 새겨진 명문(銘文)으로 보아 영조 25년(1749)에 세워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건립연대를 뚜렷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석간은 높이 3.6m, 밑둘레 2.4m이다. 이 당산은 마을을 수호하는 주당산으로 할머니당산이며, 할아버지당산은 할머니당산 옆에 서 있는 목간으로 앞마을 구지산에서 큰 소나무를 베어다 세우는데 이 또한 다른 마을 당산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다. 이곳 할머니당산은 해마다 새 할아버지를 짝으로 맞아드리는 셈이다.

정월 초사흗날 밤에 치러졌던 이곳 당산제 또한 특이한데다 그 규모나 굿놀이 등이 성대하기로 유명하였다고 한다. 제의(祭儀)는 주 당산에 멍석으로 제막(祭幕)을 치고, 여자들의 접근을 일체 금지시킨 가운데 분향(焚香), 삼헌작(三獻酌), 독축(讀祝), 소지(燒紙)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제사를 마친 후에는 당산신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놀이로 ‘베다리기’를 하는데, 무명베 한 필을 마을 이장과 화주가 한 가닥씩 잡고 잡아당겨 이장이 잡은 손목 근처에서 베가 끊어지면 할머니당산이 제사를 만족스럽게 여기는 증표이므로, 그 해에는 마을에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한다. 다음날 아침에는 당산할머니 ‘머리얹기’를 하는데, 머리얹기란 베다리기한 베로 할머니당산의 머리(쌍석조)를 감아주는 의식이다. 이는 다른 마을의 당산제에서 행하여지는 줄다리기와 당산 옷입히기의 변형된 놀이로 추정된다.<참고문헌: 김형주의 「부안이야기」>


<허철희 님은 자연생태활동가로 ‘부안21’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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