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획 : 장기투쟁 농성장을 찾아서> ‘6년째 거리 투쟁’ 상신브레이크 노동자들


한국사회에서 노동 문제는 오래된 현안이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 형태는 다양하다. 처지를, 사태를 알리기 위해 공장의 굴뚝 위를 오르는 등 목숨을 건 농성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여전히 ‘남의 일’인양 무심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양상이다. <위클리서울>은 극한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고 있다. 이번에는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대구에 있는 국내 최대 브레이크 제조업체인 상신브레이크. 지난 2010년 임단협 과정에서 타임오프제 시행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었다. 그 해 6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8월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또 같은 해 12월 농성을 주도하고 회사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등의 이유로 금속노조 대구지부 간부를 맡고 있던 2명을 포함 5명의 조합원을 해고했다.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정준효 지회장 등 해고자 5명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지방검찰청과 사측을 오고가며 거리 피켓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직장폐쇄와 노조 무력화 

상신브레이크 해고 사태도 유성기업 사태 등과 마찬가지로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금속노조 탈퇴, 노조 무력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쳤다. 사측은 직장폐쇄 후 기존 노조와 대화를 단절했고, 노동자들에겐 금속노조 집단 탈퇴를 종용했다. 노조의 핵심 간부도 해고했다. 이후 법원이 금속노조 집단 탈퇴는 무효라고 판결했으나, 항소로 시간을 벌며 노조를 무력화시켰다.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가 파업에 돌입하고 두 달여 지난 시점인 2010년 8월 20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파업이 적법하지 않다는 공문을 회사에 발송했다. 하지만 3일 뒤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31일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음에도 직장폐쇄를 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경비용역업체가 투입되기도 했다.

“직장폐쇄 상황에서도 관리직과 이탈조합원들을 동원해 공장을 가동했다. 조합원들에 대한 개별적 회유도 시작됐다. ‘불법파업 인정’, ‘배치전환 동의’, ‘파업 불참’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작성하면 현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결국 새로운 노조인 상신브레이크노조(상신노조)가 들어서기에 이른다. 하지만 타임오프와 단체협약 갱신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는 게 정준효 지회장의 설명이다.


#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 지부 정준효 지회장


“다만 부서 전환배치와 조합원 징계에 입을 다무는 식으로 사측의 현장 통제에 동조했다. 또 상신노조는 2011년과 2012년 단체협약에서 임금에 대한 권한을 사측에 위임했다. 이는 교섭권을 포기하고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행위다.”

사측이 노조원들과 현장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과거 금속노조 간부로 활동했던 이들은 대부분 부서 이동 조치를 당했다.

“민주노조 쪽 사람에 대한 첩보를 제공하면 사측이 선물을 줬다는 소문도 있었다. 사측의 현장 통제가 조선시대 오가작통제와 같다는 얘기다. 또 금속노조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한 이들을 모아 ‘원가혁신팀’도 만들었다. 원가혁신팀은 초시계를 들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물량 생산시간을 측정하는 등 현장 노동자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한다. 악역을 맡겨서 조합원들과 분리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노조파괴 전문’으로까지 불리던 창조컨설팅. 2010년 사측에 노조파괴 자문을 한 사실이 2012년 국정감사에서 폭로되기도 했다. 노조파괴를 위한 각종 전략회의 문건과 성공보수금 1억원을 포함해 9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한 사실이 증거로 제출됐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상신브레이크지회는 지난해 6월 대구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통상 3개월 안에 판결을 내려야함에도 아직 시간을 끌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그로 인해 해고자와 현장조합원은 2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노동자 옥죄는 손배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인정한다면 노조 활동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손해배상소송에 이제 브레이크를 걸어야한다. 노동자 개인과 그 가족까지 육체적, 경제적, 정신적인 압박을 주며 노조파괴 수단의 손해배상은 이제 없어져야하는 게 당연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33조에는 노동자에게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임금 및 근로조건에 관련된 사항만을 단체교섭 대상으로 보고 있는 현실에서 합법적인 파업은 실제 어렵다. 불법으로 규정되는 순간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소송이 남발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이다. 지난해 전국 17개 사업장에 걸린 손해배상 청구액은 1600억원, 가압류 금액은 18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그리고 2012년 한진중공업 최강서도 손해가압류 문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났다. 쌍용차와 철도노조는 각각 정리해고, 민영화를 반대하다 ‘정당하지 않은 목적’으로 파업했다는 이유로 불법 판정을 받았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도 원청인 현대차의 직접고용을 주장하다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불법 판정을 받았다.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행위 또한 불법으로 규정되는 순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사라지고 노동조합의 불법행위가 남는다.”





2010년 직장폐쇄 당시 상신브레이크지회도 손해배상 건으로 비슷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

“정당한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조합원에 대한 노조사무실 출입통제, 개별적 선별적 및 강제합숙을 통한 접촉 차단,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 변경의 지배개입으로 금속노조를 탈퇴시켰다. 이후 5명의 조합원을 해고시켰다. 현재 대법원 계류중인 사건 당시 파업은 불법이지만 5명중 4명은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났다. 직장폐쇄는 공격적인 직장폐쇄로 불법, 직장폐쇄기간에 자행했던 행위들이 부당노동행위의 범죄행위로 벌금형이 부과됐다.
하지만 사측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을 무기로 2010년 당시 간부들에게 가압류 4억1000만원과 해고자 5명에 10억 손해배상소송, 현장에 복귀한 전직간부 6명에게 1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이미 1심에서 해고자 5명에게 제기한 10억 손해배상소송이 사실상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 사측이 주장한 영업손실 금액은 재판부에 의해 기각됐다. 다만 불법파업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라는 명목으로 당시 간부3명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사측은 1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항소했고, 대구고등법원은 지난 4일 최종변론을 종결했다. 지금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해 상신브레이크지회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 지회장은 노동3권을 부정하는 손배가압류는 사라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동계에선 ‘손배가압류를 잡자’는 취지로 ‘손잡고’가 2014년 2월 출범했고 지난 2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자행되는 이 문제를 사회정치적인 여론과 함께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가만히 손 놓고 구경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더 이상 노동자와 그 가족, 그리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손해배상가압류는 사라져야 한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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