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통의 해석
<신간> 고통의 해석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5.03.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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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복 지음/ 김영사



“자선으로 고통스러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바뀌는가?” 이 질문에 브레히트는 당당히 “지식이다”라고 답했다. 삶과 고통은 불가분한 표리다. 인간도 식물도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생명이 있는 한 반드시 고통을 겪어야 한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서는, 꿈과 목표를 가진 모든 사람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열정과 기대로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시련과 고난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힐링 문화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우리의 삶을 견고하게 하는 올바른 힐링 효과는 다분히 감상적인 위로나 멘토링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독서와 사회적 경험을 통한 인문학적 사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브레히트가 지적했던 전문적 ‘지식’과 올바른 ‘사유’의 필요성이다.

`고통의 해석`은 이러한 ‘지식’과 ‘사유’의 단초를 제공해주는 문학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존재의 의미를 꿰뚫는다. 두 번의 전쟁을 체험하고 지독한 가난 속에서 성장하여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든 저자가, 삶의 긴 실타래에 맺힌 고통스러운 삶의 매듭들을 반추하며 고통에 대한 투쟁 없이는 삶의 행복도 없다는 절실한 체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것이다. 어려운 순간마다 안일 속에서 안주하려는 타성을 깰 수 있는 극복의 용기와 지혜를 문학에서 발견해온 그가 인생에서의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독자들과 함께하려는 소망에서였다. 독일 김나지움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완성도 높은 19개 단편을 선택해 그 전문을 새롭게 번역한 이 책은, 치밀한 분석과 철학ㆍ역사학ㆍ사회학ㆍ종교학을 넘나드는 통합적이고도 풍부한 해석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인간에 관한 심오한 통찰이 빛나는 독일 대문호들의 명편을 통해 삶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절망의 밑바닥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희망, 세상을 관통하는 혜안을 만날 수 있다.

`고통의 해석`은 근현대에 활약했던 독일 대문호들의 빼어난 단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시기적인 큰 의미가 있다. 근현대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격동의 시기였다. 산업화와 근대화라는 새로운 물결의 등장과 자본주의적 체제로의 변화, 비약적인 경제발전 등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인간 소외 현상이나 아노미적 가치 상실이라는 문제를 낳았다. 더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까지 더해져 인간은 혼란과 고독, 불안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작가들은 인간의 고통을 자신들의 이야기에 담아내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삶에 대한 성찰과 반추를 제공하고, 인생에 갈증을 느끼며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함이었다.

이 책이 단편만을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 이유다. 단편은 우리가 늘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짧은 형식 속에 장편소설 못지않게 인생의 깊은 의미와 가르침이 함축적으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나타난 세계가 독자의 눈에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현실’의 기록이다. ‘비현실’로 보이는 세계가 실제로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진짜 현실’을 볼 수 있도록 제시한 한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독일 문학의 특성을 잘 농축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독일인 특유의 사고방식과 생활감정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단편소설의 독특한 스타일과 문제의식까지 두루 담고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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