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광환 선생님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넷째, 동학농민혁명에 참가했던 동학농민군들이 1895년 을미사변을 계기로 일어난 의병의 대열로 합류하여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한 의병항쟁의 뿌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3·1운동과 독립군 활동으로 이어졌고 그 정신은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도 60년대 4·19혁명, 70년대 유신철폐항쟁, 80년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민주화 항쟁과 90년 이후 민족자주통일운동의 원동력이 되는 등 조국의 민주화와 자주독립정신의 진원지가 되었습니다.

다섯째, 동학농민혁명은 서구열강의 침략에 대한 아시아 민중의 반제국주의 투쟁의 선구적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사적 의의가 높아 중국의 태평천국혁명, 인도의 세포이 투쟁과 함께 제국주의 세력에 대항한 19세기 아시아의 3대 농민전쟁의 하나라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 대둔산 전투

역사의 참된 주체는 누군인가

지금까지 살펴 본 조선 후기 격동의 시대를 지내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지나간 역사를 배우려는 까닭은 과거의 사실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과거 역사를 통하여 그 속에서 반성과 교훈을 찾아 현실의 모순과 과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해결함으로써 바람직한 미래를 건설하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의 동일한 역사적 사건이나 현실에 대해서 사람들이 현재 자신이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서로 달리 보고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것은 그 사람이 현실에서 차지하는 이익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동일한 역사 사건을 놓고도 생각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르게 평가하므로 ‘역사를 바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역사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이익보다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것을 강조했답니다.

역사는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현재와 과거가 다른 까닭은 그 사이에 이런 변화와 발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는 객체인 동시에 현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역사의 주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역사의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은 세력은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했던 당시 조선의 지배계급이나 일제 식민 통치 아래 친일파들은 자신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계속 지속시키기 위해 조국과 민중의 입장과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배계급은 역사의 변화나 발전을 원치 않습니다. 현재 그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역사 발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역사 발전의 주체는 누구일까요?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때로는 손해를 보면서도 옳음(義) 하나로 역사를 변화 발전시키려고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역사의 주체인 것입니다. 동학농민군의 지도자였던 전봉준과 함께 희생하신 수많은 동학농민군도 제 자신 한 몸의 이익보다는 민중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역사 발전의 주체로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시대를 초월해서 올바른 역사 발전의 주체가 되는 것은 ‘민중’입니다. 민중은 흔히 말하기를 피지배계급으로서의 일반대중을 가리킵니다. 조선 후기 ‘민중’은 전체 백성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을 의미하였지만 오늘날은 자본 등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대부분의 농민, 노동자 같은 광범위한 층을 의미합니다.

지배계급도 때론 스스로를 역사발전의 주체라 생각하고 개혁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민중에 의한 개혁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비교해 보도록 하지요. 1894년 역사의 전환기에 놓인 조선에서는 두개의 개혁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일제가 조종하는 친일파 정권의 개혁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학농민군의 개혁이었습니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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