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내 지음/ 처음북스






앳된 스물두 살의 여대생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 350만원을 들고 지구를 반 바퀴 돈 여행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연재해 스타가 된 ‘작은 거인’ 안시내의 비범한 여행기가 출간됐다.

한창 꽃다운 나이에 세계여행을 떠나보자고 결심하고 은행,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베이비시터까지 하며 여행 경비를 모은 그녀의 이야기로 이 평범치 않은 여행기는 시작한다. 밤에는 여행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고, 세계여행을 한 지인에게 정보를 물으며 얼추 여행 경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의 암이 재발했다. 치료비와 생활비에 돈을 보태고 나니 남은 돈은 350만원뿐. 그래도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무려 141일 동안이나.

안시내 씨는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제 반 정도는 유명인사가 됐다. 유명 일간지에서도 인터뷰를 해갈 정도로 이름을 알린 그녀의 진짜 매력은 사람 냄새 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인도 함피에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곳에서 조금은 조잡한 가방을 만들어 팔고 있는 작은 가게를 구경했는데, 그곳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점원의 이름이 ‘바부’다. 선한 미소를 보이는 바부에게 안시내 씨는 팔찌를 사고, 거스름돈 10루피(약 170원)는 팁으로 가지라며 줬지만, 바부는 그건 좋지 않은 일이라며 굳이 꼬깃꼬깃한 잔돈을 손에 쥐어줬다.

함피를 떠나며 팔찌 몇 개를 사기로 했다. 그녀가 함피를 떠난다며 인사하자, 바부는 사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찌 값을 깎아주었고, 그 깎아준 돈 만큼 자신이 대신 물어주었다. 그러고는 일하는 자신에게 말을 붙여주어서 고마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 번 정도는 여행을 가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이라도 그곳에서 일하는, 혹은 살고 있는 현지인을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가를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을 읽으며 되묻게 된다. 경치에 감탄하고, 음식맛을 음미해보기나 했지, 그곳에 사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 적은 없는 것 이 보통 사람의 여행이다. 안시내 씨의 이야기를 보면 언제나 공통점이 있다. 여행지의 경치, 음식, 관광지 소개가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과 깊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고산병에 걸렸을 때는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 아주머니에게 차를 얻어 마시며 따뜻함을 느낀다. 길에서 만난 어린 형제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데려가서 밥을 먹이다가, 자신의 값싼 동정심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경쾌하고 발랄한 여행기이지만, 그곳에 사람 냄새가 묻어 있기에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은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여행,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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