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적자, 빅3 모두 ‘무배당’ 결정


정유업계에 때 아닌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매년 이맘 때면 배당금 잔치를 벌였던 정유 빅3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실적악화로 ‘무배당’을 결정한 것이다.
GS칼텍스는 2008년 이후 6년만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37년만에 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도 34년만에 배당을 하지 않는다. ‘황금주’로 꼽히는 에쓰오일도 사실상 무배당을 결정했다.

최근 GS칼텍스의 2014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해 4523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6년만에 무배당을 결정했다. GS칼텍스의 2013년도 현금배당성향은 93.64%에 달했다.





에쓰오일도 사실상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보통주에 대해선 무배당을 결정했고, 우선주에 대해서만 주당 25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배당총액은 약 96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지급한 중간배당금을 합치면, 연간 배당금 총액은 175억원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말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34년만에 첫 영업적자를 냈다. 당기순손실도 2643억원에 달했다.
 
에쓰오일은 2004년부터 지난 10년간 총 4조6166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10년간 올린 순이익의 70.3%를 주주에게 지급한 셈이다. 2007년 3월에는 1분기 배당금을 역대 최고 규모인 주당 8300원으로 확정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실적 악화’로 쓴 웃음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인 아람코다. 외국기업이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은 배당률이 높은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34년만의 영업적자를 내며 고전한 데다,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비율도 2013년 42.1%에서 지난해말 50.4%로 높아졌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빅3 중 가장 먼저 ‘무배당’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배당정책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실적 악화로 고심 끝에 무배당을 결정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5조8757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조169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2011년 배당금을 주당 2800원 지급한 바 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직전년도보다 배당금을 주당 1600원 올렸고 이후 꾸준히 2800원 이상의 배당금을 유지했다.

2012년 순이익 1조1854억원으로 전년대비 37% 줄었지만 배당금은 주당 400원 올려 3200원을 지급했다. 2013년에도 순이익은 7299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1조2000억원 줄었지만 주당 3200원 배당을 유지한 바 있다.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정유업계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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