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117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위한 정기 수요집회


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17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평소와 달리 김복동(89)·길원옥(87) 할머니는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250여명의 시민들이 노란나비의 물결을 이어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그 횟수를 1172로 늘였다. 수요집회는 1992년 故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시작된 후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 개최된 집회로는 세계 최장 기간 집회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록은 매주 경신되고 있다.

이 자리에 모인 학생·시민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27일 워싱턴포스트지와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 표현한 것은 성노예 전쟁범죄였던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갖는 범죄의 본질과 책임을 부인하려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일본군과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등 가해국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소리 높였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이고 선제적인 외교적 대응을 통해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도록 힘써야 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항상 자리를 지키던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는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2015 평화나비 콘서트 in 제주’ 행사가 늦게 마치는 바람에 몸 상태가 좋지 못했던 것. 할머니들과 제주도에 동행했던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할머니들이 이 자리에 꼭 함께 하시려고 했으나, 전날 일정이 생각보다 늦은데다 비행으로 인해 피로하셔서 못 오셨다. 몸은 오시지 못했지만 함께 계신 것을 알고 있다”며 “할미 나비도 날개를 끝까지 최선의 날개짓을 할테니, 어린 나비들도 날개를 활짝 펼치라”고 할머니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할머니의 빈자리는 250여명(경찰 추산 150여명)의 학생·시민들이 메웠다. 부산·울산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 40여명은 먼 길을 올라와 자리를 지켰다.



 

특별히 이날 행사에는 다수의 어린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용인 용동 중학교 역사교사인 박철호씨가 학생 100여명을 인솔하여 자리한 것. 박철호씨는 “중학교 역사 교사로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이전까지는 개인적으로 수요시위에 찾아왔는데, 아이들과 함께 와서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학생들을 인솔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사는 “오늘 아이들과 함께 와서 더욱 뜻 깊은 자리였던 것 같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오고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자리에 참석한 학생 100여명이 모두 자발적으로 신청했다는 점. 용동중학교 2학년 이시현 학생은 “용인에서 가깝지 않은 거리였지만 오는 것이 싫지 않았다. 박철호 선생님이 평소에도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신다. 덕분에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어 “역사문제에 대해 관심은 많았지만 막상 이 자리에 오게 되니 부족했던 것 같다. 처음 왔는데 기회가 있다면 또 오고 싶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온 친구들과 내가 자랑스럽고, 우리 때문에 미래는 더 밝을 것”이라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정준기 기자 joonki.j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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