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117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위한 정기 수요집회



`독도 영토` 주장 등 일본의 `망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17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약 25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한소리로 냈다. 김복동(89)·길원옥(87) 할머니는 평소처럼 수요 시위 현장을 지켰다. 특별히 이날 시위에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피해자 응우옌떤런(남·64)씨와 응우옌티탄(여·57)씨가 함께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그 횟수를 1173으로 늘였다. 수요시위는 1992년 故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시작된 후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 개최된 집회로는 세계 최장 기간 집회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록은 매주 경신되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피해자 응우옌떤런(남·64)씨와 응우옌티탄(여·57)씨도 수요시위 자리에 함께했다. 그들의 가족은 한국군의 총탄에 명을 달리했다. 죽음의 그림자는 다행히도 두 사람을 피해 지나갔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런씨는 수류탄, 탄씨는 총알에 의해 상해를 입어 아직도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탄씨는 “학살이 일어났을 당시 8세였다. 여전히 가족들의 목숨을 앗아간 그 잔인한 학살이 일어난 이유를 모른다.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께서 오랜 기간 싸워오신 것을 알고, 그 일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베트남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새정치 민주연합 홍익표 의원도 이 자리를 찾았다. 홍 의원은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 소위원장으로 문제가 진전되지 않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수요시위에 현장에 매주 많은 청소년들이 모인다는 것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본다”며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베의 `워싱턴 포스트` 발언과 관련해서는 “주어가 빠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이라고 지적하며 “일본 정부가 늦게나마 제국주의 시대의 과오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매주 이 자리를 지켜주는 시민들 덕분에 힘이 난다. 힘없는 나라에 태어나 남자는 징용·징병으로 여자는 위안부란 이름으로 끌려갔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과 조약을 맺을 때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따님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의지를 가지고 문제 해결하길 바란다”고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들과 함께 힘쓰겠다”고 전했다.





 

이날 수요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 후 과거 제국주의 시절 저지른 많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기는커녕 한층 더 부정하고 왜곡하며 미래지향적 국제 관계를 가로막고 있다. 과거는 부정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역사 속에서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아베 총리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범죄행위를 누가 저질렀냐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채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은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일본군이 저지른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면 늘 벌어지는 ‘보편적 비극’이라는 취지가 짙게 배어난다. 교묘한 용어 선택을 통한 물타기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관해 국제사회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교묘한 행보를 계속해나가는 반면에, 우리 외교당국은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계속 뒤통수를 맞고 있다”며 외교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중학교 1학년 이동근(14.남)군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이날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현장체험 학습으로 수요시위 현장을 찾은 것. 이군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에 대해 오늘 처음 알게 됐다. 학교에서는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자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들으니 화가 난다. 문제가 조속히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준기 기자 joonki.j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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