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졸리․앤 마리 힐리 지음/ 김현정 옮김/ 김영사

 

 

똑같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네 명의 최연소 아이들 중 벌과 레아는 살아가는 내내 불안과 수치심, 과거에 대한 슬픔에 사로잡혀 힘겨운 시간을 보낸 반면 벨라는 링필드 고아원에 도착하자마자 탐험을 시작했다. 식당을 나가 고아원을 가로질러 자신이 머무를 방을 찾아가는 대담한 행동을 한 아이도 벨라였다. 심지어 벨라는 양부모도 직접 ‘선택’했다. 배우자를 잃은 후에 오랜 세월 동안 하염없이 괴로움에 매몰돼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짧은 기간 동안 슬픔을 느끼고 애도의 시간을 보낸 뒤 일상으로 되돌아와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심리학자 사라 모로코비츠, 임상 심리학자 노먼 가메지, 조지 보나노 등의 연구 결과,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이처럼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기저에는 회복하는 힘이 깔려 있음이 밝혀졌다. 

회복하는 힘, 즉 회복력이란 무엇인가? 사실 회복력은 정의하기 쉬운 단어가 아니다. 회복력이라는 개념은 사용되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며 어떤 분야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구조물이 충격을 받은 뒤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정도를 회복력이라 부르고, 심리학에서는 트라우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개개인의 능력을 회복력이라 칭하며, 생태학에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는 생태계의 능력을 회복력이라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회복력을 ‘급격한 환경 변화에 직면했을 때 핵심적인 목적과 완전성을 유지하는 시스템, 기업, 인간의 능력’이라고 정의하며, 시스템 측면에서의 회복력과 인간이 갖고 있는 회복력의 근원을 파헤친다. 물론 조직이나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하려면 회복력을 장려하는 문화와 구조가 필요한 만큼 회복력이 개개인의 노력과는 거리가 먼 거대한 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사회적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뢰와 협력이 뒷받침됐더라면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팔라우의 노아 이데옹은 신뢰와 협력을 발판삼아 중개형 리더의 역할을 멋지게 해내며 해양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지켜냈다.  

회복하는 힘의 역학과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우리는 이 세상을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하며 회복력이 있는 곳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좀 더 강인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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