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회 앞 삭발 단식농성’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오는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총파업 일정에 맞춰 연가투쟁을 결의했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서게 된 것은 9년만의 일. 전교조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전교조 법외노조화 반대를 내걸고 있다.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은 지난 9일 삭발을 하고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을 시작한지도 벌써 2주가 넘었다. 언론들은 전교조의 투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상황이다. 변 위원장은 그 사이 조금 수척해졌다. 빡빡 깎은 머리카락은 제법 자랐다. 2주간의 단식으로 컨디션이 좋지는 않은 상태.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말을 하기도 힘이 든다. 육체적으로 힘든 가운데서도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국회의사당 인근 국민은행 앞에 설치한 농성장에서 변성호 위원장을 만났다. 변 위원장은 낮에는 국회 앞에서, 밤에는 이곳 농성장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국회앞에서 삭발 단식농성 중인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

 

-단식 2주가 지났다. 건강은 어떤가.
▲건강검진을 받았다. 당이 조금 떨어진 것 외에는 큰 문제는 없다. 굶다보니 힘이 조금 없다. 오래 말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가족들이 걱정 많이 하겠다.
▲물론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가족들보다도 우리 조합원들이 더 염려하는 것 같다. 이번 4월 국면이 쉽지 않은 시기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자 단식까지 하게 됐다. 그 마음을 함께하는 조합원 동지들이 가장 잘 이해하기에 격려와 지지를 해준다.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싸워주고 있는 덕분에 버텨올 수 있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리를 펴고 1인 시위 겸 홍보를 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잘 수가 없기 때문에 국민은행 서여의도 영업부지점 앞에 농성장을 차렸다. 농성장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일정이다. 위원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농성장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 기자회견을 해야 할 일도 많고, 전교조 회의, 연대단위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농성장을 비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전교조 식구들이 교대로 농성장을 지켜준다.

 

-봄이라고 하지만 밤에는 여전히 쌀쌀하다.
▲낮에는 농성장에 앉아만 있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러다가 밤에는 추워진다. 비 오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한겨울 같다. 그래도 함께하는 조합원들이 있어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단식농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전교조는 오는 24일 연가투쟁을 결의했다. 시기적으로 민주노총 총파업과 함께 하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삶을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박근혜 정권의 정책에 대해 함께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투쟁의 의지를 보이고,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려는 것을 저지하려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단식농성까지 하게 됐다. 농성 기간은 국회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연가투쟁에 나서는 이유는.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나서며 내세운 목표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및 공적연금 강화다. 후불제 임금의 성격이 강한 공무원 연금을 삭감하는 것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또한 공무원 연금이 개악되면 필연적으로 국민 연금 등 공적연금 전체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져야한다는 입장에서 공적연금을 강화해가는 방향으로 공적연금 전체를 개혁해야한다.
두 번째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화 시도를 저지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그동안 교육공무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에 맞서서 흔들림 없이 싸워왔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해고자 9명을 조합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빌미 삼아 전교조를 ‘노조 아님’ 통보했다. 현재는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해고자의 조합원 지위에 관한 문제의 법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꽃 같은 아이들, 동료 교사들, 무고한 시민들이 수장됐다. 희생된 학생들이 꼭 내 제자들 같았다. 교사들을 보며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아이들을 무사히 인솔할 수 있었을까 고민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달라져야한다.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평등한 사회가 되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상규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진상규명을 통해 잘못한 사람은 처벌해야한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세월호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언론의 관심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이제껏 전교조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제대로 전달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무시해버리거나 왜곡하기 일쑤였다. 이번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전교조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주는 언론들이 별로 없다. 이번 투쟁은 전교조뿐만 아니라 민주노총과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동참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절대다수인 노동자와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 사회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고민해야한다.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어려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특히 소수의 특권층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질 것이다. 근본적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언론이 수행해야한다. 언론의 제대로 된 목소리 전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쉽다. 아쉽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힘들고 지치진 않나.
▲못 먹었으니 힘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함께 뜻을 모아주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24일 연가투쟁에서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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