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베 미 의회 연설' 위안부 문제 해결 위한 수요집회에선-

 

29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1992년 이후 23년째 이어지는 수요시위는 그 횟수를 1176회로 늘렸다. 김복동(89)·길원옥(87) 할머니는 노란 우의를 입고 자리를 지켰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소속 수녀들을 포함해 15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 왼쪽부터 김복동(89)·길원옥(87) 할머니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29일 미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일본총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정대협)은 이와 관련해 “최근 아베 총리의 행보를 보면 이번 연설에서 진정한 과거사 청산 의지를 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전범국인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이 되는 올해 다른 곳도 아닌 연합군의 선두에 섰던 미국 의회 연단에 선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정대협은 아베 총리에 대해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없이 이를 왜곡하고 미화하며 군국주의의 부활을 노골적으로 추진해 왔다. 역대 어느 일본 정권보다 동북아를 갈등과 균열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범국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에 미 의회 연설에 나서는 모순적인 상황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또 한번의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칭하는 교묘한 말장난이나 ‘가슴 아프다’ 식의 모호한 개인 감상이 아닌, 위안부 범죄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을 명확히 받아들이고 사죄하며 국제법과 인권원칙에 반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사실에 입각해 법적 책임을 이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윤미향 정대협 대표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이 자리에서 23년이 넘게 외쳐왔던 것은 평화였다. 다시는 어떠한 전쟁을 통한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평화는 과거 일본 정부가 자행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법적으로 책임을 지고 배상하는 것, 역사교과서에 기록해서 재발방지에 힘쓰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과거에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부정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윤 대표는 “미국은 종전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맥아더 사령관의 보고서를 보면 드러나듯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불처벌로 침묵하고 방조했다. 지난 70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피해자들이 길거리에 나서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일본과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해 힘을 합하겠다고 한다. 자위대는 세계 어디에도 갈 수 있다고 한다. 과거의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 총리를 의회 연설에 초청했다. 이것은 2007년 7월 30일 미국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 촉구 결의안이 종이쪽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피해자들 몸이 부서져라 활동하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주에 일본 국회에서 국회의원들과 함께 집회를 진행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무릎에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면서 미국을 횡단하고 있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길거리로 나서고 있는데 한국 정부·국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미국과 일본이 방위협정에 대한 지침을 개정했다. 이것은 명백하게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저해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외교부나 정부에서는 한반도 주변에서 일본의 자위대가 개입할 경우 한국 정부의 동의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미국 정부는 한국정부가 언제든지 동의하고 승인할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미국의 요청에 한국 정부가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우리는 전시작전권이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전시작전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시켰다. 스스로 자신의 주권을 군사 안보를 지킬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통령은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방위조약협정 개정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홍 의원은 한미동맹에 대해서 “한미동맹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데 도움이 되면 하는 것이다. 도움이 안 되면 한미동맹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시아의 평화 협력은 군사력으로, 군사적 동맹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남북간의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을 즉각 재개해야한다.”며 “정부가 비핵화와 한반도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위해 대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위안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는 중국인 레오 감독도 함께 했다. 레오 감독은 “70년 전 한국과 중국인들은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오늘날 한국과 중국인들음 힘을 모아 일제시대의 죄에 대해 사과를 받아야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좋은 민족 아니다. 아베 총리를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다.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처럼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한국 예술가와 함께 한국 소녀상 옆에 중국 소녀상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레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 소녀상은 올해 광복절에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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