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테크 분회장 유서공개, 하이디스 지회장도 목매 자살

 

“저를 화장해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주십시오. 새들의 먹이가 돼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 날아서 철조망 넘어 들어가 보렵니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 하청지회 EG테크분회 고 양우권 분회장의 유서다. 양 분회장은 지난 10일 오전 전남 광양 자택 인근 공원에서 목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인은 2006년 EG테크분회를 만드는데 동참하고 2010년 5월부터 분회장으로 활동하다 이듬해 4월 해고됐다.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지만 지난해 5월에서야 복직했다. 하지만 사측은 현장직이던 그를 사무직으로 발령 내고 연고가 전혀 없는 포항으로 전근을 가라고 하고, 사무실 책상 사진을 찍어 언론에 제공했다는 이유 등으로 징계를 일삼았다.

 

▲ EG테크분회 고 양우권 분회장이 남긴 유서

 

양 분회장이 남긴 유서는 EG테크의 모기업 EG그룹 박지만 회장과 동료들, 가족 앞으로 모두 네 통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이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이 중 2개의 유서를 공개했다. 동료들과 박지만 회장 앞으로 보낸 것이다. 양 분회장은 지난 2011년 부당해고 되고 이후 지난해 복직하기까지 박지만 회장을 향해 수차례 1인 시위 등을 해왔다. 

박 회장 앞으로 쓴 유서에서 양 분회장은 “한마디로 당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 당신은 기업가로서 최소한의 갖춰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당신이 기업을 아느냐, 당신이 경영을 아느냐, 당신이 일해서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았느냐, 천만의 말씀”이라고 얘기했다. 

양 분회장은 또 “당신은 EG그룹의 노동자들이 없었으면, 그들의 피땀나는 노력이 없었으면 지금의 당신은 없다”고도 했다. 

양 분회장은 “지금도 당신의 자식과도 같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로스터(Roster) 주위에서 위험한 유독물을 취급하면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또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권력 옆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제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진정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돼 달라. 내가 하늘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양 분회장은 동료들에게는 강력한 투쟁을 당부했다. 
“강력한 연대와 단결로 투쟁하는 것만이 노동자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길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노동자 세상을 만들어 우리 자녀들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게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이다.”

또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라”며 “멀리 하늘에서 연대하겠다”고도 했다. 

유가족과 노동계는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양우권 분회장의 죽음은 노조말살 기업 포스코와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 회장의 이지테크에 의한 타살”이라며 “포스코와 이지테크는 열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지역 노동계로 구성된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포스코와 EG테크는 열사의 죽음에 사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은 무노조·노조말살 기업 포스코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이 운영하는 EG테크에 의한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포스코와 EG테크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죄 △노동탄압 중단과 재발 방지 약속 △불법파견 중단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산업재해 인정과 유가족 배상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이번 비극은 권력형 기업의 잔혹함과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이 빚어낸 참사”라며 “회사측이 유족과 노동자들의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면 전국적 규모의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11일 설악산 인근에서도 노동자 한명이 숨진 채 발견돼 파문이 번지고 있다.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배재형 전 지회장이다. 하이디스 테크놀로지는 지난달 1일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전체 직원 377명 중 8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250명은 희망퇴직 했다. 시설보수와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42명은 지금도 일하고 있다. 하이디스는 지난 1월 이천 공장 폐쇄 방침을 밝히고, 같은 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배 전 지회장은 올해 2월 하이디스 대주주인 이잉크사에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대만 원정투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끊겼던 배 전 지회장은 11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설악산 야영장 인근에서 목매 숨진 상태로 경찰에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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