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잇따른 압박, 변화하는 정부 태도, 한미정상회담에서?

 

희귀한 일이다. 불 때지 않았다는데 연기는 짙게도 피어오른다. ‘사드(THAAD’라 불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야기다.

팔려는 미국은 노골적이다. 회유나 권고 수준이 아니다. 협박에 가까운 압박이다. 한국은, 한국정부는, 모른다고만 했다. 얼마 전까진. 그런데 좀 이상했다. 미국 쪽에선 한국과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데. 그래도 모르는 일이라고만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뭔가 많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슬슬 불을 때고 있었다는 기미가 포착되고 있다.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이럴 때 쓰는 말일 게다. 미국 고위 인사들의 사드의 한반도 배치 언급이 줄을 잇자 ‘미국으로부터 요청이 오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 안보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아니다’에서 많이 물러난 모양새다. 청와대 입이 얘기한 것이다. 여당에선 진작부터 군불을 지펴왔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원내대표 당선 직후부터 사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김무성 대표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이다. 그러면서 공론화시키는 우리 정치권의 해묵은 수법이다. 이제 눈에 다 보인다.

 

 

먼저 압박해달라, 그러면 마지못한 것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했다. 미국은 계속해서 불을 지핀다. 의혹을 제기하면 한국 정부는 연기가 안 나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사드 도입 얘기는 사실 지난해부터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한두 달에 한번 꼴이었다. 그때도 미국은 한국과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했고 한국은 아니라고 했다. 바로 올해 초까지 일이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지난달 10일이었다.

“(미국은) 현재 세계 누구와도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가세했던 사드 논란은 다소 잠잠해진 듯했다. 그러던 게 최근 들어 봇물 터진 듯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다녀갔다. 청와대에도 들렀고 외교부장관도 만났다. 일각에선 사드 배치 얘기가 오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아니었다. 그런 얘기 없었다고 했다. 사단은 마지막에 일어났다.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용산미군기지에 들렀던 존 케리 장관의 입에서 ‘그 얘기’가 삐져나왔다. 18일 일이다.

그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했다.

짧은 언급, 하지만 파장은 대단히 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존 케리는 미국 외교당국의 수장이다. 그런 이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처음이다.

언론은 ‘저의’ 운운했다. ‘말실수 아니냐’고도 했다. 그런데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 냄새가 전방위적으로 피어나고 있다.

바로 다음 날 후속타가 연이어 터졌다.

“한미 양국이 사드 문제를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시점이 배치에 적절한지를 고려하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얘기다. 한미연합사령관이다. 그는 이전부터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주장해온 인사다. 그는 이날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같이 얘기했다. 얘기의 골자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양국이 곧 논의할 것이라는 거다.

이번엔 미 국무차관보가 떴다. 그는 한술 더 떠 “사드 포대의 한반도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프랭크 로즈가 그 주인공이다. 워싱턴D.C.의 레이번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사드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처할 방어용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우리가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하지 않았다.”

‘공식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굳이 토를 달았다. 한국 정부의 얘기와 상통한다. 그래서 더 냄새가 난다.

그 다음 날에도 사단은 이어졌다. 이번엔 전직 국방부 장관이다. 척 헤이글이다. 한국에 온 그는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 “우리 (미국) 군인을 생각했을 때 결코 도박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미국은 분명히 (북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치인다운 완곡한 어법이지만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려는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있다는데 팔려는 사람의 움직임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록히드 마틴은 사드를 만드는 회사다. 그 고위 임원들이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했다. 그들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사드 구매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초에는 록히드 마틴이 한국과 미국 정부에 사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최소한 한국 정부가 ‘뭔가’ ‘많이’ 숨기고 있다는 냄새가 진하게 난다.

6월 한·미정상회담 때 선물?

미국은 다급한 상황이다. 현재 추가로 제작되는 3개의 사드 포대를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해외에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거기에 따라 올해 안에 후보지로 거론되는 국가와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앞서 고위급 인사들이 그랬듯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표면상으로 내세울 게다. 게다가 북한은 때마침 ‘그럴 꺼리’까지 만들어주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이 구실 삼을 만한 위협이다. 우리 정부를 앞으로 더 강하게 압박할 ‘꺼리’다.
계속해서 삐져나오는 연기를 막는데도 한계가 있을 게다.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원칙을 고수한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호성 전략’으로 읽혔다. 그런데 변화가 보인다. 일각에서 군사 실무적 차원에서 효용성 파악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일단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입을 열었다.

“요청이 오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 안보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다.”

“미국의 내부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고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 미국이 우리 측에 공식 입장을 통보해온 바도 없다”고도 했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차관보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딱 맞아떨어지는 언급.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청이 오면’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란다. 냄새가 많이 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 얘기다.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와 관련해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에 모두 변함이 없다. 다만, 방어력 증강과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지를 군사 실무적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다.”

‘다만’이란다.

그는 “미국에서 사드와 관련한 공식적인 자료는 받지 않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미 육군기술교범과 인터넷 전문자료 등을 통해 파악 중”이라고도 했다.

‘미 육군 기술교범’과 ‘인터넷 전문자료’까지 등장시켰다. 냄새가 너무 진하게 난다.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안보회의 ‘샹그릴라 대화’가 열린다.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이 만난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비공식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음 달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막아두었던 굴뚝 뚜껑이 활짝 열릴 수 있는 자리다. 사드 배치 문제가 공식 의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언했듯 새누리당은 원내대표가 나서 군불 때기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지상 핵미사일은 실제적 군사적 위협이 됐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추가된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상호 협의를 통해 최단시간 내 최적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북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며 “사드가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의제가 돼야 한다”고까지 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주한미군 핵심인사들이 사드 등 미사일 방어를 언급하는데 우리 정부는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를 말하는 상황은 한·미 동맹의 정상적 모습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때맞춰 당내 다른 핵심인사도 나섰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이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양국간 핵심의제를 다룰 텐데, 안보관련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본다. 최종적인 선택과 결단을 하기 전에 신중하게 종합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SLBM 시험발사 등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상당 수준으로 발전돼 나가고 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수단 마련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여부 결정 등) 필요한 모든 의논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한술 더 떠 “군 당국이 자체 추진하고 있는 킬체인이나 KAMD도 필요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효과적으로 북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무기체계인 사드에 찬성한다”고도 했다.

“사드 배치 밀실 검토 중단해야”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사태의 엄중함을 뒤늦게나마 파악했는지 나섰다. 사드 배치와 관련 국민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밀실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방한 이후 청와대가 무책임한 자세로 협의 여부에 대한 말 바꾸기를 계속해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나라 안팎의 의구심은 짙어가고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사드 배치 문제가 단순한 군사 무기 수입을 넘어 동북아 긴장과 불안 고조라는 정치적 이유와 함께 수조 원이 필요한 경제적 문제인 데다 군사 기술적 이유로 반대 여론조차 높은 만큼 투명하고 면밀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어쨌든 사드 배치 논란 뒤엔 한?미 양국 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다. 한국의 제1 교역국. 한반도의 사드배치가 현실이 될 때 그들이 어떻게 나올 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오 최고위원이 “사드 배치 여부는 관련국의 입장을 수렴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주변국의 우려와 불신을 최소화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부가 입장과 태도를 분명히 해 달라”고 한 이유다.

중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상상조차 힘든 어마어마한 혈세가 들어가야 하는 일. 연기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현 정부의 그간 행적을 봤을 때 뚜껑 열리는 일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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