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류승연의 ‘아주머니’

 

정부는 왜 메르스 관련 병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가! 이 문제의 답을 알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우리 동네에서다.

소식을 처음 들은 건 지난 2일 이른 오후. 한 엄마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어떤 어린이집의 당일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었다. 안내문에는 근처 A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 세 명이 격리 중이므로 어머니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어진 부가설명. 그 세 명은 처음 메르스가 발병한 경기도의 모 병원을 방문했던 인물들로 스스로가 자가 검진을 원해서 A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고 격리 중에 있다고 했다.  

엄마들의 충격은 상당했다.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던 메르스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엄마들은 각종 메르스 상식을 토해내며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엄마들의 전화가 빗발치자 각 유치원과 학교 등도 직접 A병원에 확인을 하며 사태파악에 나섰다. 나 역시 딸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원감선생님은 “안 그래도 엄마들이 문의하셔서 저희가 직접 A병원에 확인을 해봤어요. 메르스 확진자는 아니고 어떤 심각한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래요. 다만 경기도 모 병원을 다녀왔기 때문에 스스로 자가 격리를 원해서 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3명이 일단 입원 중에 있대요”라고 상황을 전했다.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근처의 초등학교 두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A병원. 하필이면 우리 아들이 치료를 다니는 B재활병원 및 C기관과 바로 밀착 근접해 있는 곳이다.

나는 B재활병원의 치료사 두 명에게 연락을 취해 당분간 아들의 치료를 쉬겠다고 말했다. 치료사들도 A병원의 소식을 알고 있던 터라 도리어 면역력이 약한 우리 아들을 걱정하며 당분간은 좀 쉬면서 상황을 보는 게 낫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3일 점심 무렵. 이번엔 아들이 치료를 다니는 C기관의 치료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 A병원 소식 아세요? 들어보셨어요? 그 곳에 세 명 입원해 있던 거?  세 명 중에 한 명 결국 확진 나왔대요. 두 명은 아직 모르구요.”

바로 근처에서 확진환자가 나왔기 때문에 우리 아들의 치료를 당분간 쉬는 게 낫겠다며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고마운 치료사. 하지만 그 치료사는 비밀엄수를 부탁했다.

“조금 있으면 단체문자가 어머니들한테 갈 텐데요. 저는 어머니가 아이도 둘이고 그래서 몰래 전화한 거예요. 아는 척 말아주세요.”

왜 몰래 전화를 해야 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몇 시간 후에 알 수 있었다. C기관에서 온 단체문자. 바로 옆 A병원 확진환자에 대한 얘기는 한 마디도 없었다. 그저 메르스 예방수칙 안내문 정도. 치료사들도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을 한 채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그 문자를 보며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나는 B재활병원의 한 치료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전화통화를 못했던 치료사가 한 명 남아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당분간 아들의 치료를 쉬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A병원에 대한 상황도 다시 물었다. 아직 확진판정이 나오지 않은 나머지 두 환자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별 것 아닌 질문인데 치료사는 당황을 했다. “어~ 어머니. 저희가 그것에 대해선 지금 메신저가 온 게 있나 확인해봐야 하거든요? 제가 5분 안에 다시 전화 드려도 될까요?” 나는 그러라고 했다. 5분 뒤 다시 걸려온 전화.

“어머니. 제가 확인해 보니까요. A병원에 세 명이 입원 중이라는 건 다 루머래요. 저희가 A병원에 확인해 보니까 한 명이 경기도 병원을 다녀와서 걱정된다고 찾아왔는데 증상이 없어서 집에서 자가 격리 하라고 돌려보냈대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치료 다니셔도 돼요”

헐. 그 얘기가 끝나자마자 처음 든 생각이 “위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나보다” 였다.

그도 그럴 것이 A병원 소식이 퍼지면서 바로 인접해 있는 B재활병원과 C기관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치료중단을 통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C기관의 치료사가 몰래 전화를 걸어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위에서의 단속이 있었구나~’라고 짐작을 할 뿐이다.

사실 지금도 정확한 팩트는 모른다. A병원에 의심환자가 세 명이 입원 중인 게 맞는지, 그 중 한 명이 확진을 받은 게 맞는지, 아니면 지금은 세 명 다 확진을 받은 건지, 아니면 정말로 한 명이 다녀갔을 뿐이고 그마저도 입원이 아닌 자가 격리 중에 있는 건지….

아무런 정보도 공개되지 않으니 그 누구도 속 시원히 상황을 아는 이가 없다.

다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확실한 팩트가 단 하나는 있다. 바로 A병원이 단 하루 만에 스스로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유일하고 확실한 팩트다.

분명 세 명의 의심환자 소식이 처음 전해진 2일만 해도 A병원은 각 학교와 유치원, 인근 병원의 문의가 있을 때 “세 명의 의심환자 입원 중”이라고 스스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상황이 돌변하자 말도 바꾸었다. “1명이 경기도 병원 다녀와서 걱정된다고 찾아왔는데 증상이 없어서 집에서 자가 격리 하라고 돌려보냈다”로 말을 바꾼 것이다.

그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A병원에 입원 중이던 사람들이나 진료 예약이 있던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썰물 빠져 나가듯 우수수 빠져나가 버렸다. 더불어 바로 옆의 B재활병원과 C기관도 텅텅 비게 되었다. 단 하루만에.

이런 상황을 모르는 우리 시어머니. 오늘 아침에 전화를 걸어와 “A병원에 환자 있다는 거 다 거짓말이란다”라며 홀가분해 하신다.

유치원에 또 다른 엄마 역시 아까 통화를 하는데 “언니. 아는 사람이 아까 A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다 루머래요. 메르스 환자 없대요”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바로 이래서였다. 정부가 메르스 관련 병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정보공개가 병원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정확한 진실은 모른 채 우리 아들과 딸은 유치원에 갔고, 나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가야 한다. 하필 딸은 감기증상까지 나타나 3일 째 약을 먹고 있는데 딸 친구 하나는 벌써 폐렴으로 입원을 했고 또 다른 친구는 고열이 끓어 집에서 요양 중이다.

3차 감염은 없다고 했다. 있어도 병원 내 감염이지 지역사회로의 확산은 아니라고 했다. 누가? 위에서! 정부가!

바로 하루 만에 말 바꾸기에 나선 A병원의 실태를 내 눈으로 확인했다. 지역사회로의 감염이 없다지만 우리 딸 유치원 친구들이 줄줄이 열감기로 오늘 하루만도 결석생이 열 명에 이르는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 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린아이들의 메르스 감염률은 3% 이하. 혹시 이 아이들이 메르스에 감염된 건데 단지 아이들이기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단순 감기처럼 지나가는 건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지옥도가 이 작은 마을에서부터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건지 나는 정말로 모르겠다.

다만 그 생각은 든다. 과장된 공포가 조장돼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면 그 또한 문제겠지만 그래도 부모가 각자의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유난’과 ‘호들갑’은 떨어서 나쁠 게 없다고. 미리 조심해서 예방하는 게 넋 놓고 앉아 있다 뒤통수 맞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이번엔 전 국민이 세월호에 탄 거네”라는 한 네티즌의 말이 가슴에 쿵쿵 메아리친다.

<주부/ 언론인>

 

*아주머니=아,직은 주,인공이 아니지만 머,지않아 니,가 세상의 주인공이 될 얘기


 

 

 

메르스상황판 링크: 
http://bogun.nodong.org/xe/index.php?mid=khmwu_5_7&document_srl=334372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