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엔 무능한 정부, ‘원전확대’만 집착하다니…
‘국민안전’엔 무능한 정부, ‘원전확대’만 집착하다니…
  • 양이원영 환경연합 처장
  • 승인 2015.06.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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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최악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

 

▲ 양이원영 환경연합 처장

지난 8일 정부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5년마다 수립되는 에너지기본계획의 하위계획으로, 2년마다 수립되는데 전력수요를 중장기적으로 전망하고 발전설비를 어디에 언제 건설할지 등 세부 계획이 담긴다. 

애초 예상보다 6개월 늦게 발표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을 줄이고 원전, 신재생 등 친환경전원 비중 늘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와 함께 발표됐다. 마치 기후변화대응에 적극 대처하는 계획을 세운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온실가스 4600만톤 증가’와 ‘신규 원전부지에 신규 원전 증가’다. 

첫 단추는 전력수요 전망에 있었다. 전력수요는 총 전력수요량과 전기를 가장 많이 쓸 때의 최대 전력수요량(피크 수요)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총 전력수요량을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전력수요량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1인당 전력수요량 증가율이 GDP 증가율보다 높게 증가해서, GDP 대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1인당 전력수요량이 많은 전기다소비 국가이다. 

최근 증가속도가 둔화되었지만 이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29년까지 총 전력수요량과 최대 전력수요량이 모두 연평균 2.2% 증가할 것을 전제로 전력수요를 전망했다. 그 결과 전력수요량은 대폭 늘어나게 되어 총 전력수요량에서 14.3%, 최대 전력수요량에서 12% 절감한 목표소비량 역시 매우 늘어난 상태가 되었다. 이 목표 소비량에 맞추어 석탄과 원전을 대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4600만톤 온실가스 증가에 원전 13기 증설

산업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영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중 영흥화력 7, 8호기와 동부하슬라 1, 2호기를 취소하는 대신, 신규원전 2기(3기가와트)를 넣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원전을 확대하는 구실을 만들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이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한다면, 연간 4600만톤의 온실가스량이 대폭 늘어나는 셈이 된다. 연간 4600만톤의 온실가스는 2020년까지 배출하기로 세계와 약속한 목표온실가스 총 배출량(5억4300만톤)의 약 9%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아울러 이번 계획에 13기의 원전을 추가하는 한편 고리원전 1호기 재수명 연장, 월성 1호기 수명연장까지 포함해서 2029년까지 수명이 다하게 될 노후 원전 12기 폐쇄도 넣지 않아 원전 사고 위험은 더 커졌다. 또한 처리 못할 핵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원전이 36기로 늘어나면서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물론 해마다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즉 고준위 핵폐기물이 현재 연간 700여톤에서 1000여톤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현재 각 원전 내에 1만3000여톤을 보관하고 있는 저장소도 곧 포화가 될 전망이고 주민들 반대와 위험성으로 추가 보관할 장소 확보는 물론 이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수요전망 당시 전반적으로 전력수요 증가율이 하강 추세에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산업용전기요금의 상대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전기의 열수요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전기수요가 급증한 것을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에 반영했고 이것이 석탄화력발전 대규모 신설 계획으로 이어진 것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석탄화력발전 계획을 대규모(12기, 10.7기가와트)로 반영한 탓에 4기 석탄화력발전을 취소해도 온실가스량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2.2% 전력수요 증가율은 원전 때문?

사실 2012년부터 전력수요는 줄기 시작했다. 증가율이 1%에서 0%대로 진입했다. 화석연료가 부족해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1인당 전력 수요는 많다.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이 쓰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상당부분이 전기난방이나 전기가열과 같은 전기열수요인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전기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해야 한다. 전기열수요는 1차 에너지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요금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생긴 비정상적인 왜곡현상이므로 전기요금 정상화로 줄일 수 있는 수요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1차 에너지인 석유, 석탄, 가스 등으로 발생시킨 열의 60~70% 가 사라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로 다시 열을 만들어 쓴다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인 전기소비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도 제조업 공장의 전기소비의 절반 이상은 전기열소비이고 겨울철 최대전력수요량의 25%가량이 전기난방이다. 

그런데도 2029년까지 연간 2.2%대의 전력수요전망을 하는 것은 과도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하다. 이대로 가면, 1인당 전력소비가 미국보다 많아지게 된다. 기본적인 전력수요 전망을 높게 잡아 놓은 상태에서는 수요절감 14.3%는 전혀 의미가 없다. 

전력수요가 앞으로 이토록 비정상적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하는 것은 전기요금을 여전히 싸게 유지하겠다는 정책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규원전설비를 늘리는 근거로 겨울철 최대전력소비를 든 것은 전기난방이 현재보다 대폭 늘어나는 것을 전제한 것인데, 이는 비효율적인 전기열수요를 줄여야 하는 당면과제를 슬며시 포기하겠단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 [그림 1] 총전력수요 증가율 추이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증가율 전망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전기요금 상승률을 물가상승률의 1/3로 낮추었다. 전기요금 싸다고 국민생활이 행복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정용 전기소비는 5단계 누진제로 정체상태에 들어갔다.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이 문제다.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특혜를 받는 이들은 전기다소비 업종들이고 이들은 부가가치 생산율도 낮고 고용창출효과도 낮아 서서히 퇴출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다. 이들을 위해서 싼 전기요금 체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여전히 높은 전력수요가 전망된 것은 전기요금 상승률을 물가요금 상승률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어 전망했기 때문이라는 소식이다. 특히, 올해 전기수요 증가율을 작년 0.5%에서 갑자기 4.3%로 전망한 것은 비현실적이다(그림 1 참고). 
 

상위계획 부정하는 하위계획

지난 2014년 1월에 발표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계획의 최상위계획이다. 당시 첫 번째 정책목표로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정책 전환’을, 첫 번째 과제로는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내세웠다. 그 이후 처음 발표되는 하위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상위 계획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석탄과 원전 발전량 비중은 2020년대 후반에 80%까자 높아지면서 사실상 분산형 전원인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는 퇴출시키는 계획이라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에도 전면 위배된다.  

더구나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선 송전 제약 검토 후 발전소 계획’을 과제로 삼았다. 이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로라면 삼척이나 영덕에서 신규 초고압 송전탑이 신규로 건설되어야 한다. 2019년 준공 예정인 신한울원전 3, 4호기 가동한 전기를 수도권에 보내기 위해서 기존의 765kv 초고압 송전탑 외에 추가 765kV 초고압 송전탑이 건설되어야 하는데 송전선로는 물론 변전소 후보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신규 송전선로가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겨야 할 내용은 비정상적인 전력수요전망과 발전소 설비계획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전기요금 인상계획이다. 전반적인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거리별 요금제, 피크 요금제 등을 도입하면 6차 계획에 반영된 신규 석탄화력과 원전 설비 모두 필요 없다. 송전탑으로 인한 지역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된다. 

석탄화력발전과 노후한 송전망 설비로 곤란을 겪었던 호주가 좋은 사례다. 호주는 2010년 이후 3년간 64%의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이후 전력수요는 줄어들었고 태양광발전과 같은 분산형 전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면 관련 산업이 성장해 GDP 증가에 도움을 주었다. 전기요금 인상분을 전액 세금으로 환수해 전력수요 절감산업, 재생에너지 산업에 재투자하면 새로운 경제성장의 기회도 제공하고 고용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이다. 

 

▲ [그림 2] 2차에너지기본계획 2대 비전과 5대 정책 목표 및 정책 과제 ⓒ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대안포럼의 전력수요전망이 더 현실적

2012년에 에너지대안포럼에서 제시한 전기요금인상안을 반영한 전력수요전망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당시 에너지대안포럼은 OECD국가의 1인당 전력수요수준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안과 이보다 훨씬 약한 전기요금 인상안 즉,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0년까지 매년 2~3% 인상, 2021~2030년 매년 1% 인상하고, 가정용은 매년 1% 인상하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이를 최대전력소비증가율에 반영하면 전자의 경우 전력수요는 서서히 줄어들어 2029년이 되면 현재(2015년 6월) 발전설비량 95.681기가와트(GW)에서 전혀 늘리지 않아도 2029년에 25% 설비예비율을 갖게 된다(그림 3 참고). 

후자와 같이 전기요금을 서서히 인상하는 안의 경우에는 전력수요가 늘어나지만 서서히 늘어나므로 현재 설비에서 19기가와트 정도만 반영하면 되는데 이는 천연가스 발전소 물량과 재생에너지로 충당 가능하다. 전기요금 정책과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전면 시행한다면 앞으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 [그림 3] 에너지대안포럼의 전력수요전망안

 

최근 벌어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은 전적으로 정부의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초동대처 부재에 있었다. 대형병원이 겪을 경제적 손실을 걱정해 근시안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로 인한 비정상적인 전력수요를 2030년까지 유지하겠다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전기다소비 산업의 눈치를 보느라 근시안적으로 대처한 결과다. 더구나 신규원전 증설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산업부가 원자력마피아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전력수요 관리와 재생에너지로 대표되는 에너지 신산업이 자리 잡을 기회를 박탈하게 되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입힐 것이다. 공멸하기 전에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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