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시원한 폭포수, 계곡마다 들려오는 담과 소의 멋진 하모니…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시원한 폭포수, 계곡마다 들려오는 담과 소의 멋진 하모니…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5.06.1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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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의 여행스케치> 청정한 지리산 구례의 여름

 

▲ 구례땅을 적시며 흘러가는 섬진강

 

어느 새 여름의 한복판이다. 상쾌한 들바람을 마시며 섬진강을 따라 구례로 간다. 짙은 녹음이 드리워진 산하가 싱그럽기 그지없다. 네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구례. 구례구역이 있는 읍내에서 문척교를 건너 죽마리로 방향을 잡는다. 오산(해발 531m)으로 가는 길이다. 오산의 오(鰲)는 자라를 뜻한다고 한다. 지리산을 마주보는 자라 모양의 산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리 높지 않은 이 산 중턱에는 사성암(四聖庵)이란 절집이 있는데, 원효, 의상, 도선국사, 진각국사 등 4명의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했다 해서 사성암이라 불리게 되었다. 진각국사가 참선했다는 좌선대를 비롯해 도선국사가 풍수지리를 연구했다는 도선굴,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 등 고승들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 가파른 바위벽에 자리잡은 사성암
▲ 사성암에서 바라본 구례들녘

 

다섯 개의 작은 불상이 있는 약사전에 오르면 푸른 구례 들녘과 치맛자락처럼 흘러가는 섬진강, 그리고 넓고 큰 지리산 자락이 가슴 가득 안겨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아름다운데, 섬진강을 물들이며 순천 쪽으로 넘어가는 해넘이는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선사한다. 사성암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매우 가팔라서 일반 차량은 통행이 어렵다. 사성암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암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휴게소에서 암자까지는 5.4㎞. 사성암(061-781-4544). 

 

 

▲ 화엄사 각황전

 

☞ 유물의 보고 
다음으로 갈 곳은 천년고찰 화엄사다. 읍내에서 5km 거리에 있다. 544년(백제 성왕 22년)에 연기 조사가 창건한  절로 화엄경(華嚴經)의 화엄 두 글자를 따서 화엄사란 이름이 붙었다.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각황전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재와  20여동의 부속건물이 앉아 있다.

일주문을 지나 북동쪽으로 들어가면 천왕문이 나오고 보제루(普濟樓)와 대웅전, 그리고 동 서로 두 개의 탑이 서 있는데 그 위로 웅장한 각황전이 자리하고 있다. 각황전은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내부는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에 불상이 모셔져 있고, 천장은 우물 정자 모양이다. 각황전 앞뜰에 오두마니 서 있는 석등(국보 12호)은 통일신라시대 불교 중흥기의 유려한 조각예술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절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노고단까지 오르는 길은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녹음 우거진 산숲과 계곡물은 더위를 한방에 날려보낸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는 7km, 천왕봉까지는 32.5km 거리다. 불교신자라면 화엄사에서 약 150m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암자인 '구층암'에도 올라가 보시라. 천 개의 작은 불상이 안치돼 있는 천불보전이 볼만하다. 화엄사(전화 061-782-7600).
 

 

▲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는 수락폭포의 물줄기

 

☞ 계곡물에 발 담그니 신선이 따로 없어라
구례 하면 산수유마을이 먼저 떠오른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산수유꽃은 볼 수 없지만 대신 편안한 모습의 마을 전경을 바라보며 발 담그고 놀기 좋은 계곡이 있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지리산에서 내려온다. 봄이면 산수유꽃이, 가을이면 산수유 열매가 마을을 온통 노랗게 붉게 물들이지만 여름도 나름대로 멋있다.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이 마을에서 나오는데 산수유밭만 30만평이니 그 넓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 여름 섬진강을 찾았다면 레프팅도 즐겨볼만하다.
▲ 산동마을 전경

 

중국 산둥성에서 온 ‘산둥’이라는 처녀가 이곳에 시집와 산수유를 심은 게 지금과 같은 산수유마을로 변했다고 전한다. 산동면이란 지명도 이 산둥에서 가지쳐 나온 말이다. 산동면 원달리 달전마을에 가면 보호수로 지정된 수백 년 된 산수유나무를 볼 수 있다. 산수유밭이 몰려있는 상위마을은 임진왜란 때 피란민들이 자리잡은 곳으로 한때는 100여 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으나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30여 가구만 남아 있다.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에서 4km 거리에는 물줄기가 우렁찬 수락폭포가 있다. 마치 하늘에서 은가루가 쏟아지는 듯한 폭포수를 맞으면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험이 있다 하여 여름철이면 많은 부녀자들이 찾아온다. 


 

▲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

 

☞ 구절양장으로 뻗은 노고단길
이 나라에는 수많은 길이 있지만 산악을 낀 길은 그 품격이나 미학이 한층 돋보인다. 지리산의 한 줄기인 노고단길도 그 중의 하나. 노고단길은 천년고찰 천은사를 지나면서부터 그 진면목을 보여준다.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은 아흔 아홉 고개의 저 옛 대관령길을 연상시킨다. 나무숲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마시며 20분쯤 허위허위 오르면  노고단(1,507m) 들머리의 성삼재에 닿는다. 성삼재에서 내려다보는 저 아래 골짜기 마을이 운무에 덮여 신비롭다. 하늘은 더없이 파란데 산과 들은 안개에 휩싸여 또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다. 

 

▲ 노고단 들머리의 천은사
▲ 조선 명필 이광사가 쓴 천은사 현판
▲ 성삼재에서 바라본 운무

 

성삼재를 넘는 길이 열린 후 한층 가까워진 노고단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으로 꼽힌다. '한국의 알프스'답게 언제 찾아도 독특한 풍광을 보여준다. 지리산 종주의 시작점이자 북쪽으로 심원계곡과 뱀사골을 끼고 있고 남쪽으로는 화엄사 계곡과 문수 계곡, 피아골 계곡과 닿아있다. 노고단은 또한 야생화의 보고이다. 어떤 사람들은 '구름 위 꽃밭' '하늘의 화단'이라 부르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철따라 온갖 꽃들이 피어나 자연생태를 연구하려는 학자들도 많이 찾는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 천은사 앞의 때묻지 않은 계곡물

    

☞ 지리산의 정기를 받는 오지마을  
성삼재에서 길은 남원, 함양 방면으로 열려 있다. 이쪽으로 쭉 내려가면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심원마을을 거쳐 뱀사골로 가게 된다. 반야봉과 노고단이 감싸 안은 심원마을은 해발 750m의 산협에 자리하고 있다. 고도가 높아 한여름철에도 모기가 없다는 청정마을이다. 마을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원시 상태 그대로다. 계곡 상류는 영구 자연 휴식년제로 지정돼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심원 마을에 모여 사는 20여 가구는 벌꿀을 치고 토종닭과 흑염소 등을 길러 판다. 민박집도 여럿 있다. 지리산 도로가 뚫리기 전(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오지 중의 오지였지만 지금은 승용차가 마을 안까지 들어간다. 시대를 반영하듯 새로 지은 양옥집들도 보인다. 심원마을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피서지로 유명한 뱀사골이 나타난다. 반선~와운마을~요룡대로 이어지는 코스는 담과 소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 녹음 우거진 피아골 길

 

☞ 녹음 우거진 피아골 
뱀사골 반대편에 있는 피아골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피아골의 옛 이름은 피밭골. 옛날부터 이곳에서 고대 오곡중 하나인 피를 많이 가꾸었던 데서 유래했다. 지금도 피아골 입구에 직전(稷田)이란 마을이 있어 이 유래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거하고 있다. 

계곡 초입에 들어선 연곡사에 잠시 들른다. 절집 특유의 고즈넉함이 온몸을 감싼다. 연곡사는 543년에 화엄사의 연기조사가 창건한 고찰로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법당이 소실되었지만 동부도, 북부도 등 국보 2점과 보물 4점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절 마당에서 올려다보는 지리산이 헌걸차 보인다. 사철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지리산의 위용은 언제 봐도 기개가 넘친다. 

 

▲ 국보로 지정된 연곡사 부도

 

절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쉬엄쉬엄 오르노라니 별세계에 와 있는 듯하다. 길은 직전마을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계곡의 아름다움은 연주담, 통일소, 삼홍소, 피아골산장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이곳들은 직전마을에서 1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노고단에서 내려온 얼음같이 차가운 계곡물은 등산객들의 땀을 씻어주고 이따금 재롱을 떠는 다람쥐며 이름 모를 산새들의 청아한 지저귐도 연신 들려온다. 피아골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빨치산과 군인들이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곳으로 수많은 사람이 피아골에서 희생당했다. 
 

 

▲ 운조루의 안채와 마당이 고즈넉하다.

 

☞ 한옥의 멋과 운치
피아골에서 나와 섬진강을 끼고 구례읍 쪽으로 다시 올라간다. 구례읍 조금 못미처에 있는 운조루(토지면 오미리)에 들러본다. 조선 영조 때(1776년) 유이주라는 분이 지은 반가(班家)로, 현재 그의 10대손이 살고 있다. 옛날에는 솟을대문 좌우로 붙어 있는 행랑채만 각 12칸이나 됐을 정도로 웅장했다고 한다.

 

▲ 풋풋함이 묻어나는 구례 오일장

 

운조루 인근에는 하룻밤 묵어가기 좋은 한옥집, 곡전재(www.gokjeonjae.com)와 해주 오씨 집안의 고택 쌍산재(雙山齋)가 있다. 쌍산재는 안채, 사랑채, 별채, 건너채 등과 선조들이 공부하던 서당채에서 구들장 체험을 할 수 있다. 예약 문의: 010-3635-7115. 고택의 멋이 물씬 풍기는 이 집은 높은 돌담과 대나무숲이 길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근처에 있는 오미은하수행복마을에서도 한옥 체험이 가능하다. 날자가 맞는다면 닷새마다 서는 구례 오일장(3, 8일)에도 가보자. 장날이면 읍내 분위기부터 떠들썩한데 요즘에는 채소와 과일들이 장터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다.  

 

▲ 한옥 체험하기 좋은 오미은하수행복마을
▲ 쌍산재는 하룻밤 머물며 한옥의 정취에 빠져볼 수 있다.

 

구례의 새로운 볼거리로 떠오른 자연드림파크(용방면 죽정리)에도 들러보자. 구례읍내에서 15분 거리로 식품공방, 물류센터, 식품검사실, 영화관, 게스트하우스, 북카페 등 식품 시설과 각종 문화체험 시설이 한데 모인 복합문화단지다. 이곳에선 우리밀과 쌀을 원료로 만든 유기농 팝콘, 무항생제 닭으로 만든 팝콘치킨, 우리밀 라면과 만두, 막걸리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27번) 구례화엄사 나들목-구례읍.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 나들목-88고속도로 지리산 방면-남원 나들목-19번국도-구례. 일단 구례읍에 닿으면 화엄사, 연곡사(피아골), 사성암(문척), 자연드림파크, 천은사 등지로 가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다. 구례에서 수기리행 버스(06:00~18:50, 1시간 간격운행 / 45분 소요)를 타면 수락폭포로 갈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올 경우 곡성 나들목에서 곡성읍 을 거쳐 17번 국도와 18번 국도, 19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구례로 오면 된다. 서울(남부터미널,1일 7회 왕복운행), 광주(광천터미널), 부산에서 구례행 버스 이용. 구례버스터미널(780-2730, 2731)에서 피아골행 버스 수시 운행. 30분소요. 지리산북부(뱀사골)사무소(063-625-8911), 남부사무소(피아골)(783-9100), 피아골매표소(782-7497), 연곡사(782-7412), 구례군청 문화관광과(780-2224).  

*숙박=단체로 묵을 경우 한화리조트(782-2171), 스위스관광호텔(783-0700), 송원리조트(780-8000) 등이 좋고 피아골, 화엄사 쪽에 민박집이 다수 있다. 상아파크호텔(783-7770,www.jirisanhotel.co.kr), 화엄각펜션(782-9911,www.whaum.co.kr)은 관광공사에서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다. 산동마을 초입의 지리산 온천랜드(780-7800)는 여행의 피로를 풀기 좋은 곳이다. 

*맛집=예원(산채정식, 782-9917), 선미옥다슬기(다슬기수제비, 781-6756), 이대순두부(순두부, 783-0481), 초가원식당(사찰음식, 781-2222), 우종회관(산닭구이, 782-5321) 등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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