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의원 “15% 계획시 원전4기 분량 건설할 필요 없어”

 

미국과 유럽의 OECD 주요 국가들이 계획단계에서 설비예비율 목표치를 15% 이내로 정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 대비 발전설비 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중장기 투자용량을 남겨둬 장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설비예비율을 22%로 설정하고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신규원전 2기(3000MW)를 건설하겠다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부가 7차계획안의 설비예비율을 미국과 유럽처럼 15%로 설정하고 중장기 발전설비를 확정하지 않고 투자용량으로 남겨둘 경우 신규원전 2기와 기확정된 4379MW 원전4기 분량의 발전설비를 건설할 필요가 없어져 과잉설비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국회예산정책처에 ‘OECD 주요국가의 전력예비율 현황’을 의뢰,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중장기 설비예비율 목표치를 15%로 권고하고 있고 현재는 20% 내외의 설비예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2025년 전망에서는 15% 기준치에 맞춰 설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은 4개의 지역별로 10년간 설비예비율 전망을 제시하고 지역별로 14~17%의 설비예비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기전력수급 전망 및 전력수급 안전성 평가는 북미전력안전성협회(NERC: North America Electric Reliability Corporation)에서 수행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확정설비만 반영한 설비예비율 전망은 동부권 14%, 서부권 13%, 텍사스권 4%, 퀘벡권 12%으로 기준치인 15%보다 낮다. 불확정설비를 반영하더라도 기준치 15%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미국 ERCOT지역에서 가장 경제적인 최적 설비예비율을 계산한 결과 10.2%가 나왔다. 이는 설비예비율이 10.2%보다 높아지면 발전설비 건설비(capital cost)와 용량요금이 증가하여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설비예비율이 최적치(10.2%)보다 낮으면 긴급 수급을 위한 비용(Emergency cost, Import cost 등)이 발생하여 비효율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 Energy Information Agency)은 ‘연간 에너지전망(Annual Energy Outlook) 2015’에서 2040년까지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거시경제상황과 유가전망에 따라 필요 발전설비량과 발전원 계획을 6개의 다양한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발전설비는 건설하면 장기간 이용해야하는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불확실성을 담는 시나리오 분석은 단일 시나리오만의 검토로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은 34개 국가의 41개 계통운영자를 대표하는 계통운영기관인 ENTSO-E가 EU 지침에 따라 주기적으로 송전계획 및 전력계획을 수립한다. 2014년 공급예비율이 21.7%이며 2020년 19.3%, 2025년에는 15.1%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은 가스 및 전기시장처(OFGEM)에서 전력공급예비율이 2015~16년 동계에 4.2%, 2017~18년 동계에 9%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은 단일 전력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개별국가보다 유럽 전체의 공급안정성이 중요하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발전원 구성을 전망하고 있으며 원전과 화력은 2010년 각각 27%와 47%에서 2030년 22%와 32%로 낮아지며,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6%에서 28%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에도 2040년까지 신규 발전설비는 가스발전이 167GW로 가장 크며 풍력발전설비가 49GW, 태양광발전설비가 48GW으로 기저발전인 원전을 추가하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설비예비율이 장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도입될 발전설비 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중장기 발전설비 투자용량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처럼 중장기 발전설비 투자용량은 남겨두고 설비예비율을 15%로 계산하면, 적정설비규모가 12만8718MW로 확정된 설비규모 13만3097MW보다 4379MW가 적다. 이는 6차계획까지 확정된 설비중에 4379MW 원전4기 분량의 설비를 건설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전력수요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고 2014년은 0.6%에 불과했다. 정부는 온화한 기후 및 정부 수요관리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제조업의 위기, 특히 건설경기하락에 따른 전력다소비업종인 철강과 제련업체의 마이너스 성장 등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7차계획에서 우려하고 있는 수요·공급의 불확실성은 2025년 이후이고 향후 전력수요를 보며 결정해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전의 경제경영연구원이 2012년 발간한 ‘적정 설비예비율 및 운영예비력’ 보고서와 서울대 연구결과(2008)에서도 국내 적정설비예비율을 12%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6차계획에 이어 7차계획에서도 설비예비율을 22%로 설정했으며 2011년 9.15 정전대란 등으로 인한 최소예비율과 건설지연 등 오차율을 고려한 결과 22%가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가가 계획단계에서 설비예비율을 15%로 설정하고 있어 22%까지 확정 반영할 경우 과잉설비로 인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다수요전망에 대한 비판에 이어 과다설비 문제 역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제남 의원은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불확실성이 높은 기저발전인 원전을 추가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고 결국 7차계획은 신규원전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잉설비는 수조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정부는 주요국의 설비예비율을 토대로 7차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불확실성 대비 설비계획은 향후 전력수요 전망을 지켜본 후 수립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비예비율 목표치를 15%로 했을 경우, 6차계획까지 확정된 4379MW의 물량을 건설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영덕으로 이전해 건설하려고 하는 신고리 7,8호기(3000MW)와 월성1호기를 비롯한 노후원전을 단계적으로 폐로해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제남 의원은 “최근 발표한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는 정부 스스로 과다설비를 인정한 것”이라며 “마치 전기요금 인하로 국민생색내기를 하지만 이는 발전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수조원의 비용을 투여한 것에 대한 눈가림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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