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는 목젖이 없다고요? 에이 거짓말!
여자에게는 목젖이 없다고요? 에이 거짓말!
  • 엄민용 기자
  • 승인 2015.07.06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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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말 달인’ 엄민용의 ‘우리말 나들이’

 

언젠가 한 의학 전문지에 ‘여자는 왜 목젖이 없을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적 있습니다.

그 제목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제목이기 때문이었지요.

세상에 목젖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목젖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당시 그 글을 쓴 기자도 착각을 했듯이, 남자들의 목 중앙에 툭 불거진 부분을 ‘목젖’으로 부르는 사람이 생각 외로 많습니다. 네이버 지식iN에는 누가 “올해 고3이 되는 남학생인데요. 목젖이 안 나와서 고민입니다”라고 하니까 “목젖이란 남성의 목에 연골이 튀어나와 보이는 것인데요. 이미 성장이 끝나셨다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예요. 목젖이 작다고 별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따위의 답변을 달아 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자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영어로 ‘아담의 사과(Adam’s Apple)’로 불리는 부분은 목젖이 아닙니다. 목젖은 “목구멍의 안쪽 뒤 끝에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민 둥그스름한 살”입니다. 여러분이 입을 크게 벌리면 입 안쪽에 보이는 부분이 바로 목젖이지요. 그것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담의 사과’를 일컫는 바른 우리말 이름은 ‘울대뼈’입니다. ‘울대’는 성대(聲帶)의 순우리말이고, ‘울대뼈’는 “성년 남자의 목 정면 중앙에 방패 연골의 양쪽 판이 만나 솟아난 부분”을 뜻합니다. 성대 근처에 뼈처럼 툭 불거져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목과 관련해 잘못 쓰는 말로는 ‘목줄기’도 있습니다.

“나의 욱하는 감정이 내 목줄기를 타고 올라오면 그때는 아무도 못 말렸다” 따위처럼 쓰이는 ‘목줄기’ 말입니다.

“길게 이어져 나간 갈래”를 뜻하는 ‘줄기’는 “한 줄기 희망이 보인다”처럼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고, 물줄기·핏줄기처럼 복합명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목의 뒤쪽 부분과 그 아래 근처”를 가리키는 ‘목줄기’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목덜미’의 경상북도 방언이지요. 그게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기 전까지 경상도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제 주변에 경상도가 고향인 친구가 있던 기억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목줄기’라는 말을 썼습니다.

제가 ‘목줄기’를 쓴 것은 ‘등줄기’라는 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등마루의 두두룩하게 줄이 진 부분”이 ‘등줄기’입니다. 그렇다면 뒷목의 그러한 부위는 ‘목줄기’가 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목줄기’를 경상도, 그것도 경상북도 사람들만 쓰는 말로 묶어 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제 생각일 뿐 ‘목줄기’는 현재 사투리로 다뤄지는 말입니다.

참, 그리고요. ‘목덜미’는 목의 뒷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고, 목의 앞쪽은 ‘멱’입니다. ‘멱살을 잡다’를 써야 할 때 ‘목덜미를 잡다’로 쓰는 일이 더러 있는데, 목의 앞쪽을 잡았을 때는 ‘목덜미를 잡다’라고 쓸 수 없습니다. <경향신문 엔터비즈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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