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내음, 아늑한 솔숲해변, 푸르디푸른 다도해…아, 남도여!
비릿한 내음, 아늑한 솔숲해변, 푸르디푸른 다도해…아, 남도여!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5.07.17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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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의 여행스케치> 전남 고흥 일대 샅샅이 훑기

 

요즘 힐링(Healing)이란 말이 사회 각 분야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복잡다단한 삶을 잠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치유하자는 움직임이다. 남도 끝머리 고흥은 이 같은 힐링투어에 적당한 고장이다. 자, 녹색의 여름, 에코힐링투어(Eco-Healing Tour)에 몸을 실어보자.

 

▲ 소록대교에서 바라본 녹동

 

이 땅의 끝, 고흥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요즘 남도는 여름 낭만이 넘실댄다. 남도의 비릿한 내음이 그리워 작정하고 찾아간 곳. 여섯 시간 남짓 달려 고흥땅에 발을 딛자 여독이 말끔히 사라지고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고흥군은 고흥반도를 중심으로 동 서로 순천시, 보성군, 장흥군, 완도군을 두고 있는 아름다운 고을이다. 고흥 관내 지도를 펼쳐든다. 고흥 여행은 보성땅인 벌교읍에서 15번 국도를 타면서 시작된다. 

 

 

▲ 녹동항

거침 혹은 질펀함 

첫 목적지는 고흥반도 맨 끝에 있는 녹동항. 항구 특유의 활기가 느껴지는 남해안 수산물 집결지다.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소록도와 녹동대교가 바라보이는 선창에서 잠시 긴 여행의 피로를 달래본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정박한 선창 한켠의 어시장으로 들어가 본다. 골목시장을 가득 채운 자연산 광어, 농어, 도다리, 우럭, 가오리, 해삼, 멍게, 전복, 세발낙지 등등 싱싱한 활어를 구경하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이곳에서 맘에 드는 생선을 고르면 맘씨 좋은 가게 주인이 즉석에서 회를 쳐주는데, 생선회는 시장 뒤편의 식당이나 공판장 건너편 식당에 가져가면 1인당 6000원을 내고 야채와 초장을 곁들인 회와 밥을 포함한 매운탕을 맛볼 수 있다. 어시장 앞 선창가에는 건어물 시장이 자리 잡았다. 서대, 도미, 쥐포, 문어, 김, 다시마, 미역 등등 잘 말린 건어물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공판장에서 오전 8시, 오후 2시에 열리는 생생한 경매 현장도 빼놓지 말 일이다.

녹동항은 선창의 기능과 함께 제주도와 거문도의 관문항 역할도 하고 있다. 녹동항 동쪽에 들어선 여객선터미널(도양읍 봉암리)에선 녹동-제주 간을 2시간 10분대에 주파하는 쾌속선과 제주까지 4시간이 걸리는 카훼리(일반선, 자동차 선적 가능)를 운항하고 있다. 소록도와 주변 섬을 도는 유람선도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 소록도 중앙공원

해안선이 아름다운 섬

녹동대교(길이 1천160미터)를 건넌다. 소록도로 가는 길. 녹동대교는 복층형 해상 다리인 거금대교(길이 2천28m)와 이어져 있다. 소록도와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인 거금도는 이 두 해상 다리가 놓임으로 해서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 소록도를 소개해놓은 자료관

 

사슴을 닮은 섬, 소록도. 섬에 발을 딛자 길 양쪽으로 푸른 솔밭과 바다가 가슴 가득 안겨온다. ‘나환자촌’이라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섬이다. 곳곳에 남아 있는 나환자들의 흔적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이 섬만이 간직한 운치랄까 멋이 그 서러운 기억을 상쇄시켜준다. 치자나무, 편백나무, 팔손이나무 등 각종 관상수가 가득한 중앙공원은 소록도의 얼굴이다. 섬 바깥으로 가면 아담한 해수욕장이 있고 솔밭이 있고 갯벌이 아득히 펼쳐져 있다. 섬을 돌아보는 데 걸어서 2시간이면 충분하다. 소록도를 지나 거금도까지 들어가면 익금해변과 옥룡마을을 지나 다도해를 감상하며 해안 일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 금탑사 비자나무숲

보물 같은 산과 청정한 절집 

녹동항에서 27번 국도와 851번 지방도를 타고 풍남리 쪽으로 가다보면 천등산(해발 553미터)을 알리는 이정표를 보게 된다. 천등산은 해발 고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고흥 사람들에게는 보물 같은 산이다. 거기에는 산 동쪽 중턱에 들어선 금탑사(金塔寺)도 한 몫 한다. 절 자체의 분위기보다는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는 비자나무(천연기념물 239호)가 신비한 기운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금탑사는 송광사의 말사로 신라 문무왕 때(7세기 말) 원효대사가 창건했으며 금탑(金塔)이 있어 금탑사라 지었다. 이곳에 퍼져 있는 비자나무는 높이가 9∼14m, 둘레가 1m가 넘는 거목이 대부분이다. 그 희귀성 때문에 모든 나무에 번호표를 붙여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비자나무 주변에는 율곡 이이의 부친이 호환(虎患)이 두려워 심었다는 나도밤나무를 비롯해 또푸조나무, 비목 등이 어우러져 자생하고 있다.

 

 

▲ 해창만 배수갑문

철새가 날아오는 광활한 들판 

천등산에서 나와 77번 국도를 타고 도화면 소재지를 지나 나로도 입구인 남성리-옥강리 쪽으로 계속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바다 같이 광활한 해창만이 펼쳐진다. 서산의 천수만처럼 간척 사업으로 생긴 드넓은 땅으로, 점암면 대룡리→855번 지방도→천학리→장남리→금사리를 잇는 긴 방조제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아주 좋다. 호수와 갈대밭이 보여주는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은 저 순천만을 떠올리게 한다. 때 이르게 찾아온 철새도 이따금 얼굴을 내민다. 일몰 무렵의 해창만은 더욱 아름답다. 해는 천등산, 조계산, 운람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넘어가는데 그 모습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절절하다. 해창만은 이런 아름다운 풍경 못지않게 이곳 사람들의 생계터전이기도 하다. 만을 감싸고 있는 남성리, 오취리, 상오리, 사도리 등 어촌마을 앞에는 알맹이를 까고 쌓아둔 굴 껍질이 수두룩하다. 해창만은 일찍이 석화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거니와 이곳의 특산물인 ‘진석화젓’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랏상에 오를 정도로 그 맛이 뛰어났다고 한다. 

 

 

▲ 해창만 뒤로 보이는 팔영산

바위산의 매력   

해창만에서 북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8개의 봉우리가 하늘로 치솟은 팔영산(八影山, 608m)을 만나게 된다. 1봉에서 8봉으로 이어지는 종주 산행은 바위산의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산 중턱의 팔영산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팔영산을 최단거리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푸르디푸른 다도해가 품에 안기고 쾌청한 날이면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 관리사무소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능가사를 거쳐 제1~8봉을 오르게 된다. 하산은 8봉(적취봉)에서 깃대봉을 경유 팔영산휴양림이나 탑재로 내려온다. 산행시간 3시간 40분-4시간 소요.  산 중턱에 들어선 능가사는 비구니들의 도량으로 한때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의 4대 사찰로 꼽힐 만큼 규모가 컸다고 한다.

 

 

▲ 남열리 언덕에서 본 해안풍경

수채화 같은 해안길 

산행 후 우두리에서 양사방조제가 있는 양화리를 잇는 해안길을 달려보자. 산행에서 얻은 피로를 단번에 날려 보낼 수 있다. 시간이 맞는다면 해안길 중간쯤의 용암마을에서 아름다운 일출도 볼 수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암마을(영남면 우천리) 우측 해안가에는 검은 빛이 나는 용바위가 서 있다. 저 고성의 상족암을 연상케 하는 바위는 군데군데 패여 있다. 용바위 우측에는 용이 살았다는 용굴이 있다. 

 

▲ 남열해변

 

용바위에서 양사리 방면으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남열해수욕장이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피서객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여름을 실감하게 한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은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을 두르고 있어 풍광이 멋스럽다. 파도가 다소 거친 것이 흠이지만 훤히 열린 다도해로 떠오르는 해돋이는 가히 환상적이다. 

 

 

▲ 나로도항

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섬 

내륙 여행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작고 아름다운 섬, 나로도로 건너간다. 나로도는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나뉘어 있다. 연륙교(나로1대교)와 연도교(나로2대교)가 놓인 덕택에 배를 타지 않고서도 두 섬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나로도 여행은 내나로대교를 건너면서부터 그 실체를 드러낸다. 잘 포장된 15번 국도를 타고 섭정-동일-소영리를 지나면 나로2대교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 15번국도를 타고 약 1㎞를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나로도해수욕장이고 오른쪽 길은 나로도항과 연결된다. 솔숲으로 둘러싸인 나로도해변이 한 폭의 그림같다. 햇살에 반짝이는 파도 소리도 정겹다. 해수욕장 한켠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마치 여성의 젖무덤처럼 봉긋 솟아있다. 이 숲은 물고기떼를 해안으로 유인하는 일종의 어부림 역할을 한다. 구실잣밤나무, 개서어나무, 후박나무, 동백, 소나무, 비자나무 등 40여 종의 상록활엽수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숲이 마을을 지켜주는 신령스런 존재로 믿고 매년 정초(正初)에 제사를 지낸다. 

 

▲ 나로도의 상록수림

 

나로도해수욕장에서 1km 거리에 있는 나로도항은 한때 삼치 파시로 유명했던 곳이지만 어자원이 고갈되면서 그 때의 영화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지금은 다도해를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 여행으로 더 유명해졌다. 유람선은 나로도항에서 출발해 2시간 정도 섬을 둘러보고 다시 나로도항으로 들어온다. 부채처럼 생긴 부채바위, 카멜레온을 닮은 카멜레온 바위, 노려보는 듯한 사자 바위 등 해안 절경이 내내 이어진다. 

 

▲ 나로도해변

 

외나로도 중심에 우뚝 솟은 봉래산(해발 410미터, 일명 마치산)도 올라볼 만하다. 우주과학기지가 있는 하반마을 바로 위에 솟은 명산이다. 이 산에는 일제 때 시험림으로 조성한 수령 80년 된 삼나무와 편백나무 3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한반도의 제일 남쪽에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푸른 다도해가 손에 잡힐 듯 하고 저 멀리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가물거릴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다. 산행은 예내리 예당마을 통신 중계소 입구에서 출발해 봉래산~시름재~삼나무숲을 거쳐 중계소로 하산하는 코스로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삼나무 숲만 보고 오는 데는 30분이면 족하다. 

 

 

▲ 우주센터에 있는 우주과학관

우주 과학의 꿈이 영그는 곳 

하반마을은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해돋이는 우주센터 바로 아래 해안마을에서, 해넘이는 서쪽 염포마을로 가면 볼 수 있다. 염포 마을 입구의 염포해변은  검은 몽돌이 해변을 가득 덮고 있다. 바닷물이 들고 날 때마다 자갈을 씻어내는 파도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하반마을에 들어선 우주센터는 남도의 작은 고을, 고흥을 널리 알리는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우주센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보안시설이지만 입구의 우주과학관에서 우주과학의 기본 원리와 로켓, 인공위성과 우주공간 등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 나로우주센터 야외에 전시한 우주발사체

야외에 전시된 우주발사체 나로호 모형과 GPS 상시관측소, 태양정원, 해시계 등도 볼만하다. 고흥은 이곳 나로우주센터를 비롯해 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동일면 덕흥리 061-830-1500), 우주천문과학관(도양읍 선암길 061-830-6690)이 있는 우주항공의 메카이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 팁(지역번호 061)

*가는 길=서울-고흥: 고속버스 하루 5회 운행, 부산-고흥(녹동): 하루 5회 고속버스 운행. 광주, 여수, 순천에서 고흥행 버스 수시 운행.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송광사나들목-27번국도-벌교읍-고흥읍-녹동항-소록도-거금도. 순천시내-2번국도-고흥읍-15번국도-포두면-내나로도-외나로도. 고흥버스터미널(833-0009), 고흥관광안내소(830-5637)

*숙박=나로도 주변에 있는 하얀노을모텔펜션(833-8311), 예당펜션(833-8314), 우주항공호텔(835-9631), 나로비치호텔(835-9001) 등이 좋다. 팔영산자연휴양림(830-5430)은 미리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맛집=녹동항의 자연산 횟집을 권한다. 해변식당(844-8822), 진미횟집(842-3111), 삼호횟집(843-188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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