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싸인 천년의 숨결이 오롯이…가야의 역사를 만나다
베일 싸인 천년의 숨결이 오롯이…가야의 역사를 만나다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5.08.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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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의 여행스케치> 경남 김해

 

천년 가야의 숨결이 오롯이 밴,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했던 김해. 이 땅에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이 뿌리내리기 전,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남부에는 또 다른 세력(고고학에서는 흔히 ‘원삼국(原三國)시대’라 한다)이 그 몸집을 불리고 있었으니 아직도 베일에 싸인 ‘가야’라는 나라다. 김해는 바로 그 가야가 태동한 곳이다.

 

▲ 구지봉 언덕에 남아있는 고인돌

 

범상치 않은 가야 유적들

김해 여행은 이 가야의 흔적을 더듬는 길이다. 가야 유적은 시내에서 반경 5km 안에 다 모여 있다. 먼저 시내 한복판에 있는 김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을 둘러보기로 하자. 수로왕릉(首露王陵)은 김해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삼국유사> 편 ‘가야건국설화’에 따르면 가야국(같은 뜻을 가진 이름으로 가락, 가라, 임나가 있다)을 일으킨 수로왕은 158세에 이승의 삶을 마감하고 이곳에 묻혔다. 고주몽, 박혁거세, 김알지 같은 영웅들의 난생설화(卵生說話)에서 보듯 김수로왕도 알 중에서 맨 처음 나왔다 하여 ‘수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두 마리의 물고기 문양이 돋보이는 납릉정문(納陵正門)을 지나면 커다란 봉분이 나오는데 경주의 왕릉처럼 위엄이 서려 있다. 비문에는 ‘가락국수로왕릉(駕洛國首露王陵)’이라 적혀 있다. 경내에는 그의 부인 허왕후의 신위를 모신 숭선전이 있고 안향각, 가락루 같은 옛 건물이 가지런하다.

 

▲ 수로왕릉
▲ 수로왕비릉

 

이곳에서 1km 거리에는 수로왕의 부인인 허황옥(허황후)의 능이 있다. 허황후는 16세 때 인도(혹은 중국이나 태국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의 아유타국에서 배를 타고 건너와 왕비가 되었다. “딸을 수로왕에게 보내라”는 꿈 속 계시를 받은 아유타국의 왕이 수로왕에게 허황옥을 보냈다고 전한다. 구지봉 구릉에 자리한 수로왕비릉은 수로왕릉과 형태가 비슷한데 지름 6미터 높이 5미터에 이르며 비문에는 ‘보주태후허씨릉(普州太后許氏陵)’이라 적혀 있다. 능은 네모나게 돌담을 둘렀으며, 앞쪽에 낮은 단의 축대가 있다. 능 앞에는 돌을 쌓아 올려 만든 파사석탑이 있다. 이 둥글고 납작한 돌은 허왕후가 인도에서 배를 타고 올 때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가져왔다고 삼국유사에 전한다.

왕비릉 바로 옆에 나지막하게 솟은 구지봉은 김수로왕을 비롯한 6가야의 시조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형태가 거북이를 닮아 구지봉(龜旨峰)이라 일컫는데, 왕비릉이 있는 곳이 몸통, 구지봉이 머리에 해당한다. 설화에 의하면 구지봉에 오른 족장들이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아니 내어놓으면 구워 먹으리.(구지가)’하고 노래를 부르니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을 담은 상자가 내려왔다. 12일 후에 알은 사람으로 변했는데 그 중 제일 먼저 나온 이가 바로 수로왕이란다. 수로(首露)는 여기서 비롯된 이름이다. 수로왕비릉에서 구지터널 위로 난 산책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바둑판 모양의 고인돌 1기가 나타나는데 돌에 새겨진 ‘구지봉석(龜旨峰石)’이란 글씨는 조선시대 명필인 한석봉이 쓴 것이라 한다.

 

▲ 대성동 고분군이 있던 자리
▲ 가야 사람들의 주거시설인 움집

 

구지봉 아래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시대의 유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건물 전체를 검은 벽돌로 장식하여 철의 왕국 가야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선사시대와 가야국의 기반인 된 변한의 유물 및 전기 가야를 대표하는 금관가야의 유물 등 가야문화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각종 유물을 시대별로 전시해놓았다.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김해박물관에서 200미터 거리에 있는 대성동고분박물관은 가야 무사의 투구 모양을 형상화했다. 대성동 고분에서 출토된 청동거울의 모형과 기마무사상, 보병무사상, 철기 제작 및 순장풍습 등을 전시하고 있다. 가야 고분을 원형 그대로 재현한 노출전시관은 목곽묘인 대성동 29호분과 39호 고분군을 실제 크기로 제작해 당시의 무덤 건축방식과 풍습을 엿보게 해준다.

 

▲ 패총전시관
▲ 봉황동유적지의 수상가옥

 

고분박물관 북쪽의 봉황동 유적지에 가면 가야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김해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구분하는 해반천 옆으로 낮은 언덕이 있는데 옛 가락국의 왕궁이 있던 곳이다. 가야시대의 포구였던 해반천에는 수상가옥과 배가 한 척 떠 있고 무역항(중국과 일본을 잇던 항구라고 한다)을 상징하는 창고 모형과 그 옆에는 커다란 망루가 서 있다. 언덕을 오르면 갑자기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아서는데 이름 하여 황세바위다. 가야 사람들의 주거시설인 고상가옥과 패총전시관도 주위에 있다. 패총 전시관에는 패총을 수직으로 잘라낸 단층면이 전시돼 있는데 흙 사이에 박힌 동물의 뼈와 굴(조개) 껍데기를 볼 수 있다.

 

 

▲ 한옥체험관

한옥의 정취와 밤하늘의 별 관측

가야 유적을 둘러보고 잠시 짬을 내어 전통한옥의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수로왕릉 옆 길 건너에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고택을 재현한 김해한옥체험관(www.ghhanok.or.kr)이 있다. 우리 한옥의 기품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숙박도 할 수 있다. 2인실 3개, 4인실 5개를 운영하며 가야정찬, 허왕후 만찬, 수로왕 만찬 같은 궁중음식도 마련돼 있다. 별채에 있는 탐미당(眈美堂)은 한옥체험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호텔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고급스럽다. 예약문의: 055-322-4735.

 

▲ 김해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분산성

 

분성산 정상에 있는 김해천문대(055-337-3785)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알에서 태어난 것을 형상화해 지었다.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관측동과 계절별 별자리 영상을 볼 수 있는 천체투영실이 있다. 개방 시간은 14시부터 22시까지이다. 휴관일은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개관). 김해천문대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망원경 프로그램, 실내별자리 프로그램, 천체관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천문대에서는 김해 시가지와 맞은편의 임호산, 낙동강 하류의 김해평야가 시원스레 바라보인다. 특히 야경이 아름다운데 서울의 남산처럼 휘황한 네온이 그리움처럼 다가온다.

분성산 능선을 휘 돌아가면 끝자락에 고려 우왕 3년에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분산성이 있다. 돌로 쌓은 이 성은 둘레가 약 900m로 남쪽과 북쪽에 문지 2개와 우물지 등이 남아 있으며,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 은하사

전설이 서려 있는 김해의 진산

신어산(神魚山)으로 간다. 이렇다 할 명산이 없는 김해 사람들에게 신어산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높이에 비해 산길은 대체로 가파른 편이다. 김해 시가지를 바라보며 산을 타는 재미는 이 산의 매력이다. 기암절벽 사이로 구름다리가 연결돼 있고 잠시 쉴 수 있는 암자도 여럿 있다. 허왕후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세웠다는 영구암은 법당 밑 우물 속에 신어(神魚)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등산로 초입의 은하사(일명 서림사)는 19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찰로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은하사 옆에 있는 동림사도 고찰다운 멋이 한껏 느껴진다. 장유화상이 창건한 절로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근래 복원했다. 은하사에서 출발해 천진암-구름다리-정상-영구암-은하사 동쪽으로 내려오는데 약 3시간 30분(3.8km)이 걸린다.

 

 

▲ 외관이 독특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체험이 있는 미술관과 도자관

진례면 송정리에는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www.clayarch.org, 055-340-7000)이 있다. 전시관, 연수관, 체험관, 수장고, 숍, 카페테리아, 도자점 등을 갖추고 있다. 원형 모양의 건축물 외벽은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제작해 구운 대형 타일이 부착돼 있다. 여기서 ‘클레이아크’란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의미하는 ‘아크(arch)’를 조합한 단어로 건축도자의 기본정신을 담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관람시간 10:00-18:00(주말과 공휴일 19:00까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옆에는 김해분청도자관이 있다. 김해의 전통도자기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전시관, 판매관, 다목적실, 수장고 등이 들어서 있고 전통 장작 가마에서 도자기 굽는 체험도 할 수 있다.

 

▲ 물놀이하기 좋은 장유계곡
▲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

 

시간 여유가 있다면 불모산 자락(장유면 대청리)의 장유사에도 가보자. 호젓한 절집도 좋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너른 평야와 김해 시가지가 시원스럽다. 근처에 울창한 숲과 6km에 이르는 장유대청계곡이 있어 더위를 피하기에도 그만이다.

이밖에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다. 봉하마을은 봉화산 봉수대 아래 있는 마을이라 ‘봉하(峰下)마을’이라고 부른다. 생가는 봉하마을 끝자락에 있다. 마을 주위로 화포천 생태학습관, 대통령의 길, 습지생태관찰로 등이 꾸며져 있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어디서 가든 교통이 좋다. 대전통영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동김해 나들목이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동대구에서 대구부산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대동요금소→북부산요금소→동김해 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가야유적지는 시내에 다 모여 있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찾아가기 쉽다. 김해시내에서 인제대학교를 지나 삼안동 방향으로 가면 은하사(신어산) 이정표가 나온다.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은 남해고속도로 진례 나들목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숙박=시내의 모텔, 여관을 이용하거나 장유면 대청계곡 주변에 밸리펜션(338-1114), 장유힐링펜션(338-1100), 장유황토방펜션(323-9290) 등이 있다. 김해펜션넷(www.ghstay.com) 참조.

◆맛집=진한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주는 대동할매국수(대동면 초정리 335-6439)는 50년 전통을 자랑한다. 돼지국밥도 김해의 별미다. 밀양돼지국밥(337-1790), 황토돼지국밥(321-6656), 구산동 돼지국밥(332-8825) 등. 김해한옥체험관(322-4735)의 궁중한정식도 좋다. 맛깔스런 푸짐한 반찬이 나온다. 진례면 신안리에는 백숙촌이 형성돼 있다. 1-2시간 전 예약하고 가는 게 좋다. 포구나무집(345-4317)이 제법 알려져 있다. 김해재래시장(김해시 동삼동)의 손칼국수(한그릇 3000원)도 먹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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