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특집인터뷰>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듣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얘기-2회

 

<1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

- 미국의 선택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 시민들의 운동이 펼쳐지고 있고, 피해자들의 활동이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미국도 더 이상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가 채택됐다. 하지만 일본은 사죄를 계속 거부했다. 그런 상황이 미국을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끔 끌어낸 것이다. 국제 여론이 미국 의회에서 결의를 채택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이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라도 관심을 갖게 됐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코멘트를 하고, 국무부 보고서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싣기도 한다.

 

- 우리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은?

▲ 지금 조용하지 않나. 많이 부족하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외교를 하고 있는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피해자들의 목소리, 국민의 여론,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야 되는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 여론은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역사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언론을 통제한다든가 언론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는 방법으로. 하지만 위안부 운동은 그렇게 잠재울 수 없게 됐다. 국제적인 관심이 위안부 문제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압박을 놓는 것, 그것이 정치적인 타결이나 술수로 인한 해결이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국제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국제 외교를 통해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8월이 왔다. 위험한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 일본 내부의 상황은 어떤가?

▲ 아베 정권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부정하는 정권이다. 아베 정권의 선조는 전쟁 범죄자들의 라인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정은 자신의 조상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것이니까. 예를 들면 베트남에서의 박정희 정권의 범죄를 박근혜 대통령이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그런 것들이 정당하지는 않지만 이유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정을 긍정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일본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위안부 운동에 있어 일본 내의 목소리는 소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 후반부터 위안부 문제가 일본 교과서에 실렸지만 2000년이 넘어서며 모두 삭제됐다. 때문에 그 후예들은 자기들의 역사에서 점 하나라도 위안부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하고, 너희들은 범죄자라고 말했다. 이것이 그 역사를 모르는 국민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불편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바르게 해결하려는 의식 있는 시민들과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아베 정권의 부정을 긍정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인 지지와 압력이 필요하다. 일본에 과거 역사를 올바르게 청산하라는 양심있는 목소리,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가 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전쟁 범죄국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전쟁의 교훈에서 평화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일본 내부의 목소리와 함께 전쟁으로 저질렀던 가해의 역사를 솔직하게 대변하는 목소리를 많이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와 함께 운동하는 일본 시민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부에서 지원해야 한다. 과거 우리가 민주화 운동 시절에 해외에서 많은 분들이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해외에서 목소리 역할을 했던 것처럼.

 

- 역사적으로 접근하면 일본에 대해 반감을 갖는 국민이 대부분이다.

▲ 무조건적인 반일, 일본이 지진으로 가라앉으면 좋겠다는 식의 발언, 이런 것들은 정말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우리의 운동과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다. 우리들이 해외와 국내에서 벌이는 운동으로 어떠한 일본의 국민들도 죄 없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잘못에 대한 응당한 책임만을 요구하면 된다. 그러한 운동은 일본 시민들에게도 자신을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그것을 일본인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것, 그것이 우리들의 운동에 필요한 전략이다. 과거처럼 주먹을 불끈 쥐는 것뿐만 아니라 나비운동, 평화운동, 인권운동 등에 가치를 두고 부드럽게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이 완고하고 극과 극으로 갈려져있는 일본 정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신이 일본 내부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전쟁을 준비하는 아베의 정책이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던 국민들을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 국제 정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시작은 언제부터였나?

▲ 1992년 미국 워싱턴에 정신대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뉴욕과 LA에도 정대협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199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가 직접 가서 집회를 하기도 하고 연구자들도 만났다. 대학에서 세미나도 열었고, 청문회를 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이어왔다. 긴 시간이 걸렸고, 최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회는 한 번에 변하지 않는다. 2007년에 이뤄진 결의안 채택도 8차례의 시도 끝에 이뤄진 것이다. 8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미국 하원의 그 결정은 1992년부터 UN에서 위안부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고,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하는 활동이 90년대부터 계속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의 전쟁 피해국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함께 내왔던 배경도 작용했다. 이것이 미국 의회의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캐나다, EU의회 등 세계 각지의 결의안 채택으로 번진 것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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