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청와대 앞서 ‘남북 핫라인 가동’ 촉구

“우리는 남북 당국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치킨게임을 벌이는 어리석고 무모한 군사적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온 겨레의 이름으로 엄중히 요구한다.”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에 이은 남한 당국의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가 끝내 남북 쌍방 간의 포격전으로 비화되었다. 포격전 직후 북한은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오늘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나아가 북한은 오늘 오후 5시부터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할 예정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 시설에 대한 타격과 이에 따른 확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남북이 정전이래 최초로 포격전을 벌인데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21일 “우리 겨레 누구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평화재향군인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자치센터 앞에서 ‘반전평화 호소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 대화를 통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석민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남한 당국의 대북 심리전 재개를 둘러싸고 발생한 남북 간의 포격전과 이의 확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면서 쌍방이 확전을 부를 군사적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의 북한 책임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남한 당국은 이를 북한 소행으로 서둘러 규정하고 11곳 지역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함으로써 이번 포격전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당국의 발표대로 북한이 남한의 대북 심리전 방송에 선제 포격을 가했다면, 이는 자위권 행사의 요건인 필요성이나 비례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남측의 대응에 대해서도 “한 시간 이상이나 지난 시점에 155m 자주포 36발을 발사한 것 역시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벗어난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남한이 확전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북 심리전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북한이 이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확전 방지 노력을 포기한 군사 모험주의적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부디 북한의 이번 대화 제의를 외면하지 말고 지체없이 남북 대화의 장을 열어 쌍방의 확성기 방송 중단과 포격전 확전 방지를 포함한 임박한 군사적 충돌 방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 나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영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북측에 대해 정부 발표대로 로켓포를 발사했다면 “이는 자위권 행사의 요건인 필요성이나 비례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남한이 북한의 수발의 포격(14.5m 고사포 1발, 76.2m 직사화기 수발)에 대해, 그것도 한 시간 이상이나 지난 시점에 155m 자주포 36발을 발사한 것 역시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벗어난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상대방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기 위해서 이러저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결코 용기가 아니다. 그것은 만용이다. 군사적 모험주의다”라며 “남북 당국이 지금 당장 서로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고 서로를 자극하는 말과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뢰가 문제라면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사해서 잘잘못을 따지면 될 일”이라며 “더 이상의 군사대결을 중단하고 남북 간 8천만 민중이 평화를 느낄 수 있도록 대화와 화해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도화선에 지금 불이 당겨져 있다. 불을 당긴 이유가 무엇이 됐든지 간에 이것이 폭발하면 우리 민족은 절멸되고 만다”며 “지금 우리 민족 전체가 세계의 양심, 평화의 모든 민중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도화선을 끄는 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민주정부 시절에 서해대전이 있었지만 남북 핫라인으로 확전을 방지하고 금강산관광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없다”고 지적하고 “남북의 최고 핫라인이라 할 수 있는 대남관계 총책임자하고 안보실장 라인을 가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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