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말만 들어도 설레지 않는가?”
“사막…말만 들어도 설레지 않는가?”
  • 구혜리 기자
  • 승인 2015.08.2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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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행’ 아닌 ‘도전’… 최명진 군의 ‘무모한’ 여행기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기도 전 SNS에 학교 후배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 산둥성의 롄윈강부터 몽골의 울란바토르까지 낙서하듯 죽죽 선을 그은 지도다. 이 무모한 도전의 파티원을 모집하는 글이었다. 순식간에 ‘좋아요’가 올라갔고, 온라인 게임 ‘퀘스트’를 구경하는 마냥 놀라움과 호기심 가득한 댓글이 올라왔다. 대학교 1학년 95년생 최명진 군의 세 번째 여행이었다.

 

▲ 최명진 군

 

21살, 15학번으로 연세대학교 신입생이 된 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여행에 대한 화제로 수많은 선배와 동기들의 이목을 끌었다. 어쩌면 무모하고 비범한 그의 모험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경으로, 또는 경악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3 수능을 치르고 처음 떠난 여행지는 네팔과 히말라야. 입시라는 생애 첫 관문을 치르고 영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사회와 어른들의 기호에 맞춰 전기전자과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까’ 회의감을 느꼈다. 갈등의 결과, 잘못된 선택은 바로 접고 네팔과 히말라야라는 첫 여행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게 그의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여행은 지금까지의 자신과 새로운 자신이 만나는 곳이라 했다. 새로운 문화, 낯선 사람들과의 조우에서의 설렘과 적잖은 충격이 매혹적이었다. 가볍게는 처음 느끼는 사랑을 만나 답답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다른 행복감에 빠지기도 했었고, 무겁게는 죽음까지 체감하기도 했다. 그는 히말라야에 오르기 전 블리자드가 크게 쳤다. 세 명이 죽고, 다른 사람들도 크레바스에 빠지거나 동상 입은 손목을 절단해야 했다. 네팔 대지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근처 여기저기에 위령비가 많이 세워져 있었다. 아직도 현지에서 사귄 친구 몇에게 보낸 연락은 부재중 상태로 남아있다.

첫 번째 여행은 그의 대학교 전공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행을 다니면서 크게 느꼈던 점은 바로 빈부격차. 돈 많은 관광객의 경우 필요하면 조금이라도 먼 객지까지 순식간에 헬기가 날아온다. 그에 비해 가진 것 없는 셰르파의 경우 극한 상황에서 삶을 이어간다. 살아간다는 말보다 죽어간다는 말이 어울리게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고통과 투쟁하며 지낸다. ‘변화’에 대해 뜻을 품은 한 사람으로 그 역시 사회복지 전공에 발길을 들여놓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수능을 치르고 당당히 사회복지학과에 합격 통지를 받은 뒤 두 번째 여행지로 동남아 메콩강을 자전거로 종주했다.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여름방학을 맞아 지원자를 모집. 또 한번 새로운 모험에 뛰어든 것이다.

 

 

-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행 기간과 경로는 어떻게 되나?

▲평소에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스마트폰 기능을 사용하지 않지만 특별히 이번 여행에서는 대학교에서 새롭게 사귄 지인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었다. 6월 29일 출국하여 배를 타고 중국으로 넘어왔다. 큰 경로로는 몽골 고비사막 횡단을 목표로 했다. 자전거 횡단에 처음 참여하는 친구 한 명이 동행, 경험 삼아 중국부터 달리다보니 꽤 장거리를 이동하게 되었다. 결국 친구는 중도 포기했다.

 

- 친구가 중간에 포기할 만큼 힘든 일이 있었나?

▲중국에서부터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있었다. 특히, 이동수단인 자전거가 자주 삐걱대더니 결국 바큇살이 박살나는가 하면, 급기야 마지막엔 두 사람 모두 자전거를 도난 맞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때부터 난장판이 된 것 같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짧은 루트로 경유지가 변경됐다. 울란바토르를 ‘이 잡듯’ 다 뒤져봤지만 자전거는 찾지 못했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엔 자전거 수리점이 세 개 뿐이라고 했다. 한곳에 찾아가 장물 숨겨놓은 거 알고 있다며 하나만 팔라고 했다. 결국 구입에 성공. 이것저것 다 합해서 삼십만 원 정도 썼다. 하루 평균 생활비가 만 이천 원에서 만 오천 원인데…. 그래도 원래 타던 자전거보다 구동계가 두 단계 더 좋은 거라 이동이 편해졌다. 몽골 사막은 워낙 힘든 길이다. 친구는 사막 바로 전인 울란바토르까지만 완주하고 하차했다. 무엇보다 더웠고 목이 말랐다. 하루에 100km 달려야 목표 행선지를 완주할 수 있기도 하고, 마을에서만 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 7,8시 쯤 기상해 그 다음 마을까지 도착해야 했다. 물을 많이 실으면 이동이 느려지고 너무 조금 실을 경우 까딱 잘못하면 다 떨어져 극도의 탈수증을 느낄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은 느긋하겠지 싶지만 실상은 물과 먹을 것 때문에 급하게 움직여야 한다.

 

 

- 숙식은 어디서 어떻게 해결했나?

▲텐트를 치고 자거나 가끔은 ‘게르’라는 몽골 사람들 가옥에서 신세를 졌다. 텐트를 치고 자려면 해지기 전에 빨리 자리를 잡고 쳐야 해서 하루가 빠듯하다. 아침에 텐트 옆에서 늑대 발자국을 보면 오싹하다. 낮엔 보진 못했는데 저녁에 많이 다닌다고 했다. 끼니는 주로 스니커즈, 빵, 라면 등으로 때웠고, 중간 중간 만나는 마을에서 이삼일 치를 미리 구비해 다녔다. 때때로 현지인과 인연이 닿으면 게르에 방문해 얻어먹기도 했다. 비용은 두 달 합해서 총 100만~120만 원 정도 들지 않았을까. 비자 발급하는데도 10만 원씩이나 들었고, 자전거 수리 및 구입비는 여행자 보험으로 해결했다. ‘주숙등기’라고 외국인은 등록되어 있는 호텔에서만 숙박해야하는데 중국에선 외국인이 등록되지 않은 싼 숙소에서 묵고 있으면 공안이 들이닥쳐 잡아가는 일도 있더라. 그것도 공포라면 공포였다.

 

- 본인은 여행 경험이 별로 없지만 목표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편이다. 당일에 갑자기 ‘하고 싶다’고 느껴서 짐 싸서 막상 나갔다가 교훈이든 먹거리든 애인이든 얻어오는 타입이다. 이번 여행의 경우 특별한 목표가 있었나?

▲사막이라면 그냥 설레지 않는가? 물론 나만 그랬다는 걸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따로 여행일지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하루 한 명에게 꼬박꼬박 편지를 썼고, 그게 일기였다. 편지는 하루 꼴로 등장하는 경유지 마을에서 바로바로 부쳤다. 이 편지나 SNS 상에는 대부분 “나 고생하고 있다”는 글이 많은데 ‘고생=보람’, 고생과 보람이 다른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게 또 사막의 매력이기도 하다. 몽골 속담 중에 “용기 없는 자, 고비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어귀가 참 맘에 든다. 난 모르고 들어갔다. 몽골은 마을마다 문을 세워놓는데 마지막 샤인샨드 문을 지날 때 느낀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생사에 놓인 사람이 느끼는 전율과 흡사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최명진이 생각하는 여행이란 무엇인가.

▲질문이 어렵다. 이제 시작이라 무엇이라 정의할 순 없지만 솔직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나 메콩강 종주나 고비 사막이나 모두 보통 생각하는 ‘여행’이라기보다는 ‘도전’에 가까웠던 것 같다. 설렘이 사라질 때까지 이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다음 도전은 장학금을 탈탈 털어서 체 게바라처럼 오토바이로 남미 종주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구혜리 기자는 연세대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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