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사람들, 동물원 원숭이 관람? 한류스타급 연예인 미팅?
몰려드는 사람들, 동물원 원숭이 관람? 한류스타급 연예인 미팅?
  • 문지연 기자
  • 승인 2015.09.0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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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좌충우돌 인도 여행기-22회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두 가지다. 애정 혹은 진저리. 애정은, 드넓은 대지 위에 우뚝 솟은 수많은 문화유산, 그 속에서 맥을 잇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경의다. 반면 가난, 더러움, 무질서와 끊임없는 골탕, 치근거림은 인도를 몸서리치게 만드는 이유다. 필자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했다. 인도에 두 번이나 가면서 때마다 다시는 안 오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도 순간순간 용솟음치는 감동과 환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인도는 그래서 애증의 또 다른 이름이다. 멀리 떠나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억을 곱씹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때 그 시절의 인도 유랑기를 펼쳐본다.

 

 

▲ 꾸뜹미나르: 노예 왕조의 술탄인 꾸뚭 우딘 아이바그가 힌두교도에 대항해 이룩한 이슬람의 승리를 기념하는 탑이다. 높이 72.5m의 5층으로 이루어져있다.



바람 한 점 없이 뜨겁기만 한 6월. 스마트폰의 일기예보 화면에는 영상 ‘45’라는 뜨거운 숫자가 매달려 있었다.

빠하르간지의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와 슈퍼마켓을 향했다. 타는 목마름을 해갈할 시원한 생수 한 병을 사기 위해서였다. 20루피를 주고 1리터 물병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꺼림칙했다.

‘헉’ 물병 뚜껑을 살짝 돌렸더니 ‘스르륵’하고 맥없이 풀려버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플라스틱 물병에 붙은 비닐 한 쪽이 너덜너덜 하기까지 했다.

‘아! 이 사람들, 또 자체 제작했구만!’

주인에게 의심스러운 점을 털어놓았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벅벅 우겼다. 스르륵 풀려버리는 뚜껑은 증명할 길 없다 해도 너덜너덜한 비닐과 때 국물 살짝 흐르는 물병의 너저분한 꼴을 내세우니 그도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뭐 이런 일은 대수롭지 않았다. 워낙에 자주 겪다보니 말이다.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내다버린 플라스틱 생수병을 주워간다. 그곳에 출처가 불분명한 물을 담아 마치 새 것인 냥 되판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심한 배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물만큼은 반드시 따져보고 구입해야만 한다. 마개에 비닐을 씌워 놓지 않았거나 돌렸을 때 맥없이 주르륵 풀려 버리는 것은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 꾸뜹 내부모습



오토릭샤와의 흥정도 몹시 귀찮은 날이 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벗 삼아, 두꺼운 운동화 밑창을 뚫고 올라오는 대지의 복사열을 친구삼아 지하철까지 무작정 걷기로 했다. 첫 여행 때 못 가봤던 델리의 관광명소 꾸뜹미나르에 가기 위해서였다.

‘릭샤 탈까?’, ‘아~ 릭샤 탈걸!’

한참을 걷는 내내 쉼 없이 반복됐던 릭샤의 유혹을 끝내는 견뎌내고 드디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9년 전 처음 인도를 찾았을 때 여기저기에서 지하철을 짓기 위한 첫 삽을 뜨고 있었다. 그때 막 짓기 시작한 지하철에 드디어 오른다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러웠다. 순간, 여전히 가난 속에 헤매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도를 마음속으로나마 진심으로 응원했다.

지하철역에 입장하는 과정은 다소 번거로웠다. 군인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의 감시 아래 검색대를 통과해야했다. 내부 사진 촬영도 안 됐다. 지하철이 군사시설이기 때문이다. 

19루피를 주고 노란색 라인 꾸뚭미나르역까지 가는 표를 끊었다. 인도는 거리와 구간에 따라 지하철 요금이 차등 적용된다.

한참을 달려 역을 빠져나왔다. 역 앞에는 꾸뚭미나르 유적군에 가는 사람들을 태우기 위한  릭샤왈라들의 호객 행위가 치열했다.
 

 

▲ 꾸뜹 내부모습



“정말 멀어. 이런 날씨에 걸어서 가다간 쓰러질 걸.”
‘쳇, 여기서 가까우니까 지하철역 이름도 꾸뚭미나르겠지. 쳇 오늘은 안 속는다.’
“노~땡큐”를 외치며 거침없이 전진했다. 등 뒤로 “그냥 릭샤 타”라는 릭샤왈라들의 유혹의 손짓이 거셌다. 다시 한 번 굳건하게 “노땡큐!!”

그러나 동네 구경삼아 걷기로 마음먹은 지 채 5분도 안 돼 후회가 급속히 밀려왔다. 구경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가는 길이라곤 오로지 아슬아슬한 차도 옆길뿐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꾸뚭미나르는 보이지 않았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갔다. 한증막 속에서 통째로 익어가는 기분이었다. 저녁에 숙소에 와서 봤더니 태양아래 고스란히 드러냈던 어깨가 홀랑 익어버렸더라. 다음날 일부에는 물집이 잡히고 살갗이 벗겨지기까지 했다. ㅜ.ㅜ

‘오~ 릭샤 아저씨 말이 맞았어!’

땀에 전 몸을 질질 끌며 걷길 50여분 째. 저쪽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꾸뜹미나르 매표소였다. 막상 매표소에 도착하니 신나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관광할 기운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서였다.

한달음에 달려가 매표소 옆 매점에서 시원한 생수를 사들었다. 벌컥벌컥. ‘캬~’ 물맛이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달아도 너~~무 달았다. 기운을 차리고 꾸뚭미나르로 향했다.

꾸뚭미나르는 노예 왕조의 술탄인 꾸뚭 우딘 아이바그가 힌두교도에 대항해 이룩한 이슬람의 승리를 기념하는 탑이다. 높이 72.5m의 5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힌두, 2, 3층은 이슬람 양식이다. 두 종교의 융합이라는 독특한 건축 양식이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 꾸뜹 내부모습



하늘을 향해 끝없이 치솟아 있는 탑의 모습을 밑에서부터 찬찬히 훑었다. 목을 뒤로 한참 빼도 탑은 한 눈에 다 넣기 힘들만큼 높디높았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모스크의 안뜰로 향했다. ‘오파츠(OOPATTS)’인 쇠기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파츠는 현대 과학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고대 출토물을 뜻한다. 제조법은 출토물이 생성된 시기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은 경우를 통칭한다. 

모스크 안뜰의 쇠기둥은 철 함량이 99.99%다. 이 정도의 순도는 현대 과학기술로 재현할 수 없다고 한다. 한 마디로 주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500년간 비바람을 견디면서도 전혀 녹이 슬지 않았다는 점도 놀랍다.

쇠기둥을 양손으로 끌어안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갔을 때는 울타리가 둘러 있어 접근할 수가 없었다.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먼발치서 잠시나마 마음속의 바람들을 소곤소곤 꺼내 놓았다.

유적군의 규모는 방대했다. 찬찬히 여유롭게 둘러보며 넓디넓은 유적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쉽지가 않았다. 한 발짝 떼기가 무섭게 현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면전에 대놓고 수줍은 듯 ‘킬킬’거리며 빤히 쳐다보기 일쑤요, 파파라치마냥 멀찍이서 동선을 좇는 경우도 허다했다. 쭈뼛쭈뼛 망설이다가 사진을 찍자는 사람도 많았고 난데없이 필자 일행 옆에 서서는 카메라를 꺼내 포즈를 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필시, 동물원 원숭이 관람 혹은 한류스타급 연예인 미팅이었다.

 

▲ 쇠기둥 : 현대 과학기술로는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철 함량 99.99%의 ‘오파츠’다. 쇠기둥을 양손으로 끌어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실 사진 찍자는 요구는 인도 여행 내내 계속된 일이었다. 허나 이날은 특히나 심해서 한 발짝을 떼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몹시 더워서인지 외국관광객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팔자 일행을 향한 무차별 카메라 세례가 계속되는 것 같았다.

되돌아가는 길목에 이제야 입장하는 외국인 몇 명이 눈에 띄었다. 유적군을 꼼꼼히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넉넉지 않을 텐데 그들은 좀처럼 한 발짝 나아가지를 못했다. 필자 일행과 사진을 찍자며 졸랐던 아이들, 가족, 친구 단위 현지인들이 이제는 ‘새 얼굴’ 옆에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기 때문이었다.  

에구 머니나, 숙소에 돌아와서 보니 유적군 사진은 대부분 현지인들과 찍은 것들뿐이었다.
‘아~ 이름 모를 그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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