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언론-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인터뷰: 문정현 신부

 

▲ 미사가 끝나면 문정현 신부는 노래를 부른다.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정현진 기자

 

“강정의 평화, 구럼비야 사랑해”

매일 오전 11시, 노사제의 외침이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업장 정문 앞 미사의 시작을 알린다.

문정현 신부는 해군기지 정문 앞은 거짓과 폭력에 맞서 싸운 현장이며, 바로 그곳에서 800여 명 이상이 연행됐고, 34명이 5억에 달하는 벌금을 물고, 사제와 수도자가 구속된 자리라면서, “정부와 해군의 거짓과 폭력에 대항해 싸운 현장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해군기지 공정률이 80퍼센트에 달해 연말이면 완공을 앞두고 있고, 지난 9월 16일부터 군함이 입항해 계류 시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4년을 한결같이 지켜 온 미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깊다.

“더 깊고 큰 싸움을 시작해야지. 하지만 현장 미사를 포기할 수는 없어. 어떤 희생이 닥쳐도 그것을 각오하고 살아야 하는 것, 그것이 순리야.”

문정현 신부는 지난 9월 5일 정식으로 개관한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강정의 더 큰 싸움을 위한 진지, 동력의 발전소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판을 짜되, 기존의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치유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지.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해군기지로 인해 상처받은 주민들을 치유하는 것인데, 그러자면 그들에게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 그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

 

▲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업장 앞 천막 미사. 매일 오전 11시에 어김없이 봉헌된다. ⓒ정현진 기자
 

문정현 신부는 사업장 정문 앞 미사의 의미와 함께 평화센터가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문 신부는 평화센터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고, 그러자면 건물 자체 보다는 그 안에서 해야 할 복음적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의 치유는 그들이 당한 고통과 희생 그리고 정부의 거짓과 폭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평화센터를 동력으로 삼아 해 왔던 일을 더 크고 깊고, 짙게 하는 것,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강정의 평화, 제주의 평화, 강정 주민들의 희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는 것, 결코 감춰질 수 없는 진리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신뢰를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그런 가운데 상처입은 이들이 치유받고 비로소 희망에 눈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해군기지가 다 지어지고, 군인들이 마을에 들어오고, 군함이 정박해도 우리의 길은 진실을 밝히는 날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절대로 다 끝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달라. 해군기지의 진실과 그 불의를 밝히는 날까지 결코 강정마을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공사차량 출입은 계속 된다. 차량 출입을 위해 사람들은 들려 나왔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한다. ⓒ정현진 기자

 

해군기지 정문 앞 매일 미사는 어느덧 만 4년을 넘겼다. 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구럼비 바위를 봉쇄한 행정대집행을 앞둔 2011년 7월 26일,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제주교구 사제단은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해 사제들이 구럼비 바위에 상주하는 한편, 매일 미사를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미사는 9월 2일,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뒤, 구럼비를 막은 담장 너머 사업장 앞에서 계속 이어졌다. 강정마을을 지키던 문정현 신부와 예수회 사제들, 제주교구에 이어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미사에 결합했다.

미사가 끝나면 묵주기도와 주민, 평화활동가들의 한바탕 노래와 춤판이 이어진다. 이 모든 것이 이뤄지는 한 시간 반 동안 경찰과 사업장 용역들은 정문 앞을 지키는 이들을 3-4번 정도 들어 이동시킨다. 공사 차량 출입을 위해서다.

들어내면 또 다시 그 자리에 앉아 묵주알을 굴리고, 한 편에서 말없이 바느질을 하며 자리를 지키는 이들. 끝없이 돌을 밀어올려야만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 같은 행위가 이뤄지는 곳. 문정현 신부는 그 자리가 “예수가 수난받고 죽은 골고타와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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