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가위에도 단식농성’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고단하긴 해도 정겹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전을 기름에 지지고 송편을 빚는다. 하지만 명절 음식은커녕 입 안에 물조차 넣기 어려운 이가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아직도 회사 정문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벌써 25일째 효소와 물로 목만 축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상태다. 몸무게도 10kg 이상 빠졌다. 김 지부장의 목숨을 건 무기한 단식 투쟁 가운데 쌍용차 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 5명은 아난드 마힌드라 그룹 회장을 만나 결판을 짓기 위해 지난 23일 새벽 0시를 기해 인도로 출발했다. 한국에 남아 단식 중인 김득중 지부장과 24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

 

- 아직도 단식 중이다. 벌써 25일이 지났다. 몸 상태는 어떠한가. 위험한 상태는 아닌지.

▲ 물과 효소 식으로 연명하고 있다. 물도 사실 잘 먹지 못한다. 몸무게가 10킬로나 빠진 상태다.

 

 

- 지난 8월 31일 단식 투쟁 이 후 지금까지 노-노-사 협의는 전혀 진척 사항이 없었나.

▲ 사측에서는 내년도 회사 계획 시점에 맞추어 선별적 복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부분은 우리도 받아드렸다. 다만 우리는 복직 시기를 명시해달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복직 기한을 명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가 이 지점에서 단 한 발자국도 타협이 되지 않은 체다. 전혀 진전되지 않은 상태이다.

 

 

- 지난 인터뷰에서 19일이 지나서도 한국 사측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도에 가서 직접 아난드 마힌드라 그룹 회장을 만나겠다고 했다. 지난 23일 김정욱 사무국장을 포함해 고동민 대외협력실장, 윤충렬 정비지회 부지회장, 이갑호 창원지회 지회장, 유제선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 등 5명이 인도로 간 상황이다. 현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 통화와 SNS를 이용해 현지 원정 그룹단과 대화하고 있다. 보고를 들은 바에 의하면 23일 뭄바이에 도착했고 어제부터 앞으로 이틀 정도는 현지 노총 등 관련 단체와 접촉해 준비해 간 영상들을 보는 등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 인도까지의 거리는 서울 인천공항에서 5600KM (3482마일)이다. 이와 같은 원정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 운동으로 충당했다고 들었다.

▲'희망비행기'라는 모금 운동을 벌였다. 대부분 생계조차 힘겨워 인도 원정 비용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던 차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이 모금에 참여를 해주어 부담을 많이 던 상태다. 체류 비용 등 십시일반 많은 온정의 손길들이 모였다. 지금도 모금에 참여하며 입금을 해주는 고마운 이들이 있다.

 

 

- 인도 원정단은 10월 7일까지 투쟁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현지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종교 단체에서도 그렇고 현지에 파견 나가 있는 여러 기업체의 직원들도 있다. 현지 유학생들의 참여도 많다.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을 해오고 있다.

 

 

▲ 인도원정투쟁단

 

 

- 인도 원정 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 인도 아난드 회장의 의지를 확인해보러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도 그룹에서 한국 사측에 일임했다고 보고 있었지만 확실한 것인지. 자신들의 의지는 없는 것인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된다.

 

 

-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나. 28일 마힌드라 그룹 본사 앞 노숙 농성과 29일 회장 면담 요구, 30일 본사 앞 삭발식과 단식(10월 1일), 3보 1배 행진(10월 5일) 등을 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 추석이 지나고 다음 주 월요일인 28일에는 마힌드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이 준비되어 있다. 29일 화요일에는 아난드 그룹 회장의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나머지 일정은 한국 사측과 인도 본사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현지 팀과 조율하며 진행해 나갈 생각이다.

 

 

- 지난 16일 2009년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벌었던 쌍용차 노조의 77일간의 장기 파업 투쟁이 '불법'이라는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서울 고법 민사 2부는 사측에 3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도 같은 결과다. 지금 어떤 상황인가.

▲ 사측에 33억 1140만원을 노조가 배상해야 한다는 거다. 이 뿐만 아니라 경찰 측에 배상액도 14억7천원이 걸려 있다. 다 합치면 47억원에 달한다. 지금 내야 할 이자가 시간당 11만원으로 이제까지 내야 할 이자까지 포함하면 배상해내야 할 금액이 50억원에 육박한다. 다들 생계도 보장되지 않고 있는데 이걸 배상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사측에서 결단을 내려 해결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 문제는 우리가 주장하는 핵심 의제 4가지 중 한 가지이다. 복직 문제와 더불어 가장 시급한 사항이다.

 

 

- 법원 판결에 반발해 쌍용차 노조와 참여연대 등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같은 상황은 노동 3권의 위배되는 상황 아닌가.

▲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노조 투쟁은 ‘불법’이다. 현재 법은 자본주의 논리에서 서 있는 사측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논리에서는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할 노동 3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하다.
법률적 대응 관련해서는 항고를 준비 중이다. 현재 법률대리인과 논의를 하고 있다.

 

 

- 추석을 어떻게 보낼 예정인지. 계속 회사 정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명절을 보낼 것 인가.

▲ 그럴 것 같다. 회사는 25일 금요일 오후부터 추석 연휴에 들어간다. 나는 동료 20여명과 천막생활을 계속 할 것이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주고 있다. 이들과 함께 우리의 뜻이 관철되도록 이곳에서 빌고 또 빌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 그렇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언론에서 지워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4일 범국민 문화제를 시작으로 오는 10월 3일에 범국민대회를 열 것이다. 쌍용 자동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와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주최로 한 인도 원정 투쟁단을 응원하기 위한 행사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약하지만 계속 이렇게 목소리를 낼 것이다.

 

김 지부장은 추석 내내 아무도 없는 회사 정문 앞을 계속 지킬 예정이다.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그는 지금 입 안이 바짝 마른다. 속이 타 들어간다. 단순히 먹지 못해서 만이 아니다. 이 땅에 노동자들이, 내 동료들이 인간으로 제대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을 만들어 싶어서일 것이다. 기어코 또 다른 죽음과 바꾸길 원하는 건지. 쌍용차의 해고노동자들은 사측의 응답을 목숨을 걸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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