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종규/ 그림 강우근/ 철수와영희

 

이 책은 20년 동안 우리말 지킴이로 일하며,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일기를 정리한 최종규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추어 쓴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인 한국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목으로 쓰이는 ‘삼시 세끼’와 익숙하게 잘 쓰는 ‘-가운데’, 홈쇼핑 방송에서 늘 쓰이는 ‘고객님’이 왜 잘못된 말투인지, ‘앙꼬빵’과 ‘땡땡이’가 왜 일본 말투인지 등 151가지 주제 글을 통해 서양 말투나 번역 말투, 일본 말투에 물들어 잘못 쓰는 한국말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알려 준다.

저자는 ‘삼시(三時)’라는 한자말은 “아침, 점심, 저녁의 세 끼니”를 뜻하고, ‘세끼’라는 한국말은 “아침·점심·저녁으로 하루에 세 번 먹는 밥”을 뜻하기에 두 낱말이 뜻이나 쓰임새가 같아 ‘삼시 세끼’처럼 나란히 쓴다면 겹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에서 ‘삼시 세끼’ 같은 겹말을 쓰니 사람들은 이런 말을 겹말인 줄 모르고 그냥 따른다는 것이다. ‘-가운데’나 “그러는 중(中)에 이 일이 벌어졌다”처럼 쓰는 말투는 영어 현재 진행형을 일본 사람이 옮겨 적으며 한국 사람한테 잘못 스며든 말투라고 지적한다. 이 말투에서 한자 ‘中’을 무늬만 한글로 ‘중’으로 적는다든지 ‘中’이 “가운데 중”이니까 ‘가운데’로 풀어 적는다든지, 이렇게 쓰는 말투 역시 번역 말투이거나 일본 말투라는 것이다. ‘고객님’의 경우는 ‘손’을 높여서 ‘손님’이라고 하는데 한자말 ‘고객(顧客)’은 ‘손’을 높인 ‘손님’을 뜻한다며, ‘손님’하고 ‘고객’은 똑같이 높임말이라 ‘고객’에 님을 붙이는 것은 잘못된 말투라는 것이다. ‘앙꼬빵’과 ‘땡땡이’ 역시 ‘팥빵’과 ‘빼먹기’의 일본 말투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국어사전이나 교과서에서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잘못 쓰는 말투를 차근차근 짚으면서, 청소년 스스로 한국말을 새롭게 배워서 슬기롭게 쓰는 길을 보여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이 아닌, 옛날 궁중에서 쓰거나 지식인이 쓰던 한국 한자말도 아닌, ‘한국말’이란 무엇인지 새롭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는 청소년이라면 한국에서 먼 옛날부터 두루 썼고, 오늘 이곳에서 쓰며, 앞으로 이 땅에서 쓸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곱고 맑은 생각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쓰게 되면 ‘아무 생각’을 내 마음속에 집어넣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한국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에 잘못 쓴 글들을 고쳐 쓴 보기 글과 함께 실었다. 보기 글은 되도록 다양한 책에서 뽑았다. 한 가지 글월을 놓고 여러모로 다듬은 보기를 들기도 했다. 한자말과 영어는 되도록 거의 모두 손질해서 제대로 쓰는 길을 살폈다. 이를 통해 한국 사람이 아주 먼 옛날부터 이 땅에서 어떤 말을 쓰면서 생각과 마음을 나누었는가 하는 실마리도 함께 보여 주고 있다.

저자는 어느 낱말이나 말투이든 몇 가지 틀로만 손질하거나 고쳐 쓸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사람마다 다 다르게 손질하거나 고쳐 쓸 수 있으며, 뜻과 느낌과 흐름에 맞추어 새롭게 다듬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생각을 가꾸면서 새로운 낱말과 말투를 찾아볼 수 있으면 더 즐겁게 말넋을 북돋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이 책은 무조건 한자말이나 영어를 써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더라도, 먼저 한국말이 어떠한 말인지를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한국말을 모르면 번역이나 통역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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