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VS 동대문

 

재계에 ‘면세점 확보’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확보를 위한 대기업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내달 초로 예상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발표를 앞두고 신세계와 두산이 동시에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했다.
두 기업은 각각 남대문과 동대문을 시내면세점 입지로 내밀며 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총수들이 사재까지 털어가며 점수 따기에 나서는 등 이번 면세점 사업권 획득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면세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살펴봤다.

 

 

신세계가 다시 한 번 서울 면세점 운영 특허 획득에 나섰다.

신세계는 서울 면세점 운영 특허를 따내면 5년 동안 10조원의 면세점 매출을 올리고 중소기업․지역상권과의 상생, 관광자원 개발 등에 모두 27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세계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시내면세점 운영 구상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신세계는 중구 백화점 본점 신관과 바로 옆 메사빌딩을 활용, 모두 14개층 연면적 3만 3400㎡(1만100평) 규모의 시내면세점과 부속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신관 면세점 매장과는 별도로 맞은편 메사 빌딩 7개층(3~7층, 10~11층)에 1만200㎡(3080평) 규모로 ‘국산의 힘’ 센터가 들어선다. 이 공간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국산 제품과 한류 문화 등을 소개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신세계는 이 같은 상생 프로젝트와 관광자원 개발에 5년간 모두 2700억원에 이르는 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중구 본점 면세점을 기준으로 개점 첫 1년간 매출을 1조5000억원, 2020년까지 5년간 매출을 1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신세계 면세점 활약에 힘입어 서울 도심 관광객 수가 2014년 927만명에서 2020년 약 두 배인 17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용만 ‘100억원 출연’

동대문을 중심으로 출사표를 던진 두산그룹의 의욕도 만만치 않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가 목표인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다.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은 두산타워에서 박용만 회장, 동대문 상권 대표, 지방자치단체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했다. 재단 초기 재원은 박용만 회장이 100억원, 두산그룹이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을 냈다.

재단 초대 이사장은 김동호 단국대 석좌교수(전 문화융성위원장)가 맡았다. 이번 재단 발족은 동대문 지역 균형 발전이 주요 목표지만 면세점 사업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두산 의중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이번 재단 설립을 면세점 유치와 연결해 언론이 해석하는 것에 대해 우리도 인정한다”며 “면세점 유치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지만 이 같은 재단 설립은 오랫동안 염두에 둬왔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면세점 유치 시 명품 브랜드 입점과 관련 “우리는 이미 20년 전에 패션 등에 몸을 담아 콘텐츠 면에서 최고”라며 “명품 브랜드들도 우리를 믿고 신뢰하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은 민-관-학 협력을 통해 동대문 지역발전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일단 신세계와 두산이 가장 선두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8월 시내면세점 1차전에서 백화점 모태의 상징인 본관 명품점을 입지로 내세우는 파격을 감행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신세계는 면세점 유치전 조건으로 남대문 시장 상권 살리기를 내걸었다. 서울을 찾는 방문객 중 80%가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과 남대문을 찾고 있지만 남대문 시장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어서다.

두산그룹 박 회장은 시내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가 동대문을 살리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초등학교를 동대문에서 나온 박 회장은 임원회의에서도 종종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명동 다음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동대문의 상권이 너무 죽어있다는 점을 아쉬워하며 이번 시내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놓고서는 두 기업 외에도 SK와 롯데가 경쟁에 나서고 있다.

워커힐면세점 수성과 함께 동대문에 출사표를 던진 SK네트웍스도 동대문 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SK네트웍스는 시내면세점 2곳을 유치하겠다고 최근 밝히면서 총 2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동대문에 1500억원을 배정했다. 동대문을 시내면세점 유력 후보지로 보고 이 곳에 총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네트웍스는 서울 도심에서 유일하게 지상에 33대의 대형버스 주차장을 마련한 케레스타 빌딩을 입지로 선정해 7개층에 면세점을 조성할 예정이다.
 

부동의 1위 ‘롯데’

집안싸움이 한창인 롯데그룹도 마음이 바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면세점 지키기’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철옹성’으로 평가받던 롯데면세점이 평가 불이익을 받을 경우 면세점 특허 재연장 실패에 따른 신동빈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경영권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업게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소공점 및 월드타워점 2곳 모두에서 인가를 획득할 경우 신동빈 현 회장 체제로 분위기가 급격히 기울 것이지만, 2곳 중 한곳이라도 놓치게 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공격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업계 부동의 1위이며, 세계 3위 업체다. 서울 소공본점 단 1개 매장의 지난해 연간매출은 1조 9763억원으로, 서울 시내 6개 면세점의 지난 한해 총매출액인 4조3502원의 45.4%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막강하다.

잠실 월드타워점 역시 롯데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에서 중요한 부분을 점하는 핵심점포다. 작년 기준 롯데호텔의 면세사업 영업이익은 391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한다.

재계들간 시작된 ‘면세점 전쟁’에서 어느 쪽이 마지막에 웃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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