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다문화사회’ 외치면서도 외국인 타집단, 타국인으로 인식”
“한국인들, ‘다문화사회’ 외치면서도 외국인 타집단, 타국인으로 인식”
  • 구혜리 기자
  • 승인 2015.11.0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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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인 유학생 주사근 씨의 한국생활 엿보기

 

‘유학’하면 보편적으로 이색적인 서구 사회로의 외딴 도전이 연상되지만 많은 외국인 역시 새로운 배움의 도전으로 한국을 선택하기도 하며 우리 속에 섞여 조금은 다르지만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층 높아진 가을 하늘 아래 한국어 서적을 펼쳐 놓고 한국어와 디자인을 공부에 열중하던 주사근 씨를 만나 담소를 나누었다. 주씨가 한국에 온 건 2년 여전.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그녀는 현재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중이다.

 

▲ 중국인 유학생 주사근 씨

 

▶안녕하세요 주사근 씨, 만나서 반가워요.

▷한국에 온지 2년이 돼갑니다. 제 이름은 사근, 나이는 스물 네 살이에요. 한국 친구들은 이름이 예쁘다며 칭찬을 많이 하더라고요. 나중에 찾아보니 한국말로는 말투나 성품이 상냥하고 부드러움을 뜻한대요. 아직 한국말은 어렵지만, 나는 한국어가 좋아요.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한국에 온 이유는 한국 문화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중학생 때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었죠. 그게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긴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특히 2005년에 중국에서 한류바람을 일으켰던 ‘파리의 연인’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주인공이었던 박신양보다는 준주연급으로 등장했던 이동건이 너무 좋았어요.

 

 

 

▶이동건 같은 남자와의 뜨거운 사랑을 위해서 한국에 오게 된 건가요?

▷아니, 아니에요. (웃음) 한국 드라마들로 호기심이 생겼고, 이후에 드라마나 연예인 외에도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어요. 그러다 한국 몇 개 대학교에서 교환학생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 연세대학교에 지원해서 지금은 연세대학교 소속 한국어학당에서 연수를 받고 있어요. 사실 아직 드라마 속 로맨스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한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드라마와 현실 사이에 환상은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한국에 와서 실망한 점들이 많은가요?

▷얼마 전에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어떤 취한 아저씨가 비틀거리시며 어깨를 부딪치더니 고함을 지르면서 야단을 치시더군요. 그땐 정말 아찔하고 무서웠어요. 말도 통하지 않는데다 괜히 신경을 잘못 건드리면, 심하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한동안 너무 외롭고 무력감이 들어 많이 울적해했어요. 특히 야심한 밤에 홍대는 아직도 선뜻 가기가 꺼려져요. 술 취한 사람들이 많고, 길거리에 토하고…. 한국인이 평소에 스트레스 많다고 알고 있는데, 주로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것 같아요. 그리고 완전히 같은 공동체 안에 소속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한국 사람들 정말 친절하고 좋은데, 간혹 대화를 시작한 이후에 언어적인 면을 이유로 배척당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단어와 어법을 알고 있어도 유창하고 정확한 발음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최근에는 한국 내에서도 외국인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정작 다문화 사회를 외치는 한국인은 그들을 아직도 타집단, 타국인으로 인식하죠. 그렇다보니 외국인도 스스로 자신을 외지인으로 가둬두게 돼버려요. 그리고 실망이라기보다 한국에서 겪는 고충인데, 이 곳에서 생활한 지 2년이 되었어도 아직 한국 음식 입맛에 적응하질 못했어요. 좀처럼 음식을 쉽게 먹지 못한다는 게 외국인으로서의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사근씨는 한국에서 힘들 때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나요?

▷한국에 온 지 초기에는 한국어 소통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요샌 대학원 입시 준비 때문에 많이 고달파요. 지원서나 자료집(포트폴리오)를 준비하다보면 숨이 턱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럴 땐 간편히 입고 나와 목적지 없이 여기저기 구경하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또, 한국이 좋은 점은 대중교통이 굉장히 편리하게 갖춰져 있어서 꽂히는 목적지가 생기면 곧장 찾아다닐 수 있어요. 주로 네이버나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현지인이 올린 후기를 참고해요.

 

▶요새는 어떤 하루를 보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날마다 수업이 있어요. 수업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해요.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화장품 로드매장에서 판매직을 해요. 한국어 회화에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시작한 아르바이트인데, 정작 저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하기 때문에 근무 중에도 중국어로 홍보 일을 하고, 한국어 실력에는 전혀 도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한숨) 요샌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요. 점장님과 동료 직원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착하지만 화장품 가게 특성상 직원이 전부 여자고, 여자들 사이에 기 싸움은 당해낼 수가 없어요. 직원들끼리 다투는 사고도 몇몇 있었죠. 점원 중에 유난히 고집 센 사람이 있는데 같은 중국인 같은 직급이면서 자주 동료직원을 무시하거나 명령조로 지시해요. 그 사람은 정말 호평이 좋지 않아요. 또, 아무래도 외국인이고 종업원의 위치이기 때문에 간혹 한국 사람들의 각박함을 느껴요. 그래도 가끔 재밌는 손님을 만나 이런 저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일주일 중에 6일을 일하지만 아르바이트가 없는 시간에는 이곳 친구들과 쇼핑하고 노래방에 갑니다. 제일 좋아하는 여가취미로는 생방송 방송국 가는 거예요. 가끔 친구들이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구해오는데, 아르바이트비도 받고 좋아하는 연예인들도 볼 수 있다니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은 누군가요?

▷송중기! 이동건도 좋지만 ‘착한 남자’에 출연했던 송중기를 보고 정말 반했어요. 한국에 이런 남자 어디 없나요? (눈물) ‘늑대소년’ ‘성균관 스캔들’…송중기가 나오는 영화나 방송은 다 챙겨본 것 같아요. 영국도 가고 싶었는데 송중기가 살고 있는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무작정 왔지만 생각보다는 너무 다르다는 걸 느껴요. 드라마를 보며 꿈꿔왔던 로맨틱한 짝을 찾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꽤 오래 전에 같은 어학원에 좋아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으로 돌아가 만날 수 없어요. 세 살 연하의 중국인이었는데 제가 연하남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었죠. 한국인 남자친구는… 일단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게 문제네요. 소개팅 같은 건 부끄러워서 못 가봤어요. 만난다고 해도 문화와 언어 차이로 마찰이 생기지는 않을지 좀 걱정이기도 해요.

 

▶앞으로의 학업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에 주력하고 있어요.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간간히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하나, 둘 제가 만든 디자인과 일러스트가 쌓이는 걸 보면 무척 뿌듯해요. 다음 주엔 H대학원 시각 디자인 전공 면접이 있어요. 중국 안에서만 학교를 다니는 건 정말 재미없는 삶이예요. 가까운 한국이지만 다채로운 문화를 접하며 여러 경험을 쌓고 싶어요. 시각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는, 중국 대학교에서 배웠던 디자인관련 전공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곳보다는 지원을 준비하는데 훨씬 용이할 것 같아요. 한국은 취업난이 심하다고 알고 있어요.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서 취업 준비를 해야겠죠? 방송 분야나 디자인 산업 쪽에서 일하다가 먼 미래에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요. 화구와 커피를 함께 파는 융합 카페를 구상 중이에요.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한국에서도 가고 싶은 곳을 못 가본 곳이 많아요.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는 여기저기 여행을 좀 다녀오고 싶어요. 가장 먼저 해운대를 다녀올 거예요. 그리고 당분간은 전공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사근씨가 생각하는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의 문화를 정말 좋아해요. 직접 겹고 더 많이 알고 싶어서 여기 왔잖아요. 특히 한국은 젊은 사람들이 가장 큰 자산이에요. 거리와 학교에서 활기 넘치는 청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게 큰 힘을 줍니다. 특히 서울 곳곳의 대학교마다 한국 내에서도 다채로운 특유의 캠퍼스 문화를 관찰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다만 좀 더 외국인과 융합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어요. 먼 미래의 한국에도 외국인을 보고 ‘다른’ 시선을 갖지 않는 날이 오겠죠? 한국에서의 하루하루가 멋진 추억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혜리 대학생기자 <연세대>

*여기 게재된 사진들은 장사근씨가 서울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촬영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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